허풍쟁이 어나니머스의 변신

해킹 기술 무료 강의하는 다크웹 해킹 학교 개설해 핵티비스트 양성하며 이미지 쇄신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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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나니머스는 지난 3월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에 대한 전면전을 선언했지만 그는 승승장구한다.

최근 어느 일요일 밤 서로의 이름이나 얼굴을 알 수 없는 인터넷의 가장 어두운 구석에 세계 각지에서 250명이 모여들었다. 그들은 익명성이 보장된 브라우저 토르를 통해 다크웹에 접속한 뒤 어니언IRC라는 인터넷 중계 채팅방에 들어갔다. 다크웹은 기존의 웹 브라우저로는 접근이 불가능한 웹의 일종으로 범죄에 이용되는 경우가 잦다.

그러나 어니언IRC에 모여든 그들은 마약을 구입하거나 아동 포르노를 거래하려던 게 아니다. 그들의 주된 목적은 꼬리 잡히지 않고 해킹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좀 더 이타적인 목적도 있다. 최근 이미지가 실추된 국제 해커집단 어나니머스가 다시 핵티비즘의 깃발을 들어올리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이다. 핵티비즘(hacktivism)이란 해커(hacker)와 행동주의(activism)의 합성어로 정치·사회적인 목적을 위해 정부나 기업·단체 등의 웹 사이트를 해킹하는 행위를 가리킨다.

강의가 시작되자 강사인 ‘아테나’가 “어니언IRC의 강의는 사생활 보호와 보안, 익명성에 관련된 광범위한 주제를 깊이 있게 다룬다”고 설명했다. 다음 2시간 동안 아테나는 ‘타이치’라는 다른 강사와 함께 토르 브라우저 사용법과 하드디스크 암호화 방법을 자세히 설명하고 가상사설망(VPN) 사용의 찬반론을 다뤘다. 그들은 학생들의 질문에 답한 뒤 다음 시간에 “좀 더 재미있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약속했다.

어니언IRC는 쉽게 말해 다크웹 해킹 학교다. 어나니머스는 이런 무료 온라인 강의를 통해 이미지를 쇄신하고 새로운 운동 방향을 설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현재 어나니머스는 일반 해커들로부터 허풍쟁이라고 조롱당한다. 언론으로부터는 쉽게 이목을 끄는 헤드라인감으로 이용당하고, 일반인에겐 더 나은 세계를 만들려는 믿을 만한 운동가 집단이 아니라 시끄러운 골칫거리로 인식된다.

어나니머스는 2004년 미국의 초기 온라인 커뮤니티 4Chan의 어두운 구석에서 생겨났다. 그 이래 도발적인 글과 이미지로 재미를 추구하는 ‘트롤’ 그룹에서 사회의 잘못을 바로잡고 불공평을 들춰내는 사회운동 세력으로 몰라보게 변신했다.

2011년 이후 어나니머스는 소니 게임기 네트워크 PSN, 온라인 결제 서비스 페이팔, 신 같은 초월적 존재를 부인하고 과학기술이 인간의 정신을 확장시키며 인류의 제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신종파 사이언톨로지교, 급진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백인우월주의를 내세운 비밀결사 KKK단 등을 해킹 공격했다. 그러면서 어나니머스 가입자는 급속히 늘었다. 그러나 규모 확장이 반드시 좋은 일은 아니었다.

어니언IRC를 개설한 ‘어난’은 어나니머스의 현 상황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회원 수가 증가하면서 해킹의 기술적 이해와 행동주의의 질적 수준이 떨어졌다. 우리는 웃음거리가 됐다. 다른 해커들에게 어나니머스는 어설픈 놀림감이다.”

어난은 뜻이 맞는 회원들이 모여 조직의 질서를 바로잡고 어나니머스 운동에 관심 있는 사람에게 표적을 공격하면서 꼬리를 잡히지 않는 해킹 기술을 가르치기 위한 무료 강의를 개설했다고 설명했다.

강사 중 일부는 처음부터 활동했고 나머지는 새로 가입한 해커들이다. 일부는 어니언IRC와 비슷한 블랙햇 아카데미와 School4Lulz를 운영한 경험이 있다. 타이치는 강의 첫 시간에 “어나니머스가 되는 것은 하루 24시간 일주일 내내 그 일에 매달려야 한다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그들은 자신의 신분이나 이전 활동이 노출되지 않도록 세부사항은 밝히지 않는다.

어니언IRC는 새로운 작전을 위한 해커 전사들의 온라인 집결지가 아니라고 그들은 말했다. 그러나 만약 그들 중 자신의 프로젝트를 네트워크 내부에서 조율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막지는 않을 것이다. 어나니머스는 일주일에 1개 과정을 진행하며 주제의 제한은 없다. 어니언IRC 학생이 알고 싶어 하는 것이 무엇이든 강사들은 기꺼이 가르쳐 주지만 아동 포르노만은 절대 금지라고 그들은 강조했다.

지난 1년 동안 언론은 어나니머스의 IS·KKK 공격 작전에 비상한 관심을 쏟았다. 그러나 어난에 따르면 그런 공격원 어설펐고 언론의 보도가 과장되면서 어나니머스의 약점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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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나니머스는 IS를 조롱하는 이미지로 그들을 공격한다고 밝혔지만 결과가 시원치 않아 이미지가 실추됐다.

어난은 “언론이 어나니머스 활동 중에서도 가장 정보를 얻기 쉬운 부분만 취재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우리의 디도스(DDos, 분산서비스거부) 공격이나 표적의 트위터 계정 폭로가 언론의 많은 관심을 끌었다.” 그런 보도는 어나니머스의 존재를 널리 알리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진정한 행동주의나 핵티비즘을 왜곡한다.

어니언IRC 운영자들은 IS 공격(OpISIS)처럼 널리 홍보된 작전이 실패로 돌아가면서 어나니머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커졌다고 믿는다. 어나니머스는 IS를 상대로 전쟁을 선포했지만 공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IS 테러리스트들과 상관없는 무고한 사람들의 트위터 계정을 폭로했고 디도스 공격도 몇 분만에 중단돼 거의 피해를 주지 못했다.

KKK단원의 신상을 폭로하려던 최근의 작전도 그와 비슷하게 요란만 떨었지 효과는 없었다. 인종차별이라는 주제의 성격상 언론이 경쟁적으로 취재하면서 부정확한 정보가 걸러지지 않고 보도됐다. 어니언IRC 운영자들은 언론에 나온 KKK 웹사이트 해킹 주장은 전부 ‘허위’였다고 말했다.

일부 어나니머스 회원은 ‘허위라고 널리 공개된’ 정보가 보도된 것을 언론 탓으로 돌리지만 그런 보도에서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어나니머스의 복잡하고 모호하며 종종 상충되는 성격이다. 어나니머스는 회원 가입에 자격 제한이 없고(‘난 어나니머스다’라고 선언만 하면 회원이 될 수 있다) 관리 조직도 없다. 따라서 한목소리를 내지 못해 언론이 정확하게 보도하기가 매우 어렵다.

어니언IRC 운영자들은 “관리 조직이나 회원 요건이 없어 어중이떠중이가 다 들어올 수 있다”고 말했다.

불만 많은 젊은이들에게 집단으로 해킹 기술을 가르치는 것은 위험한 도박이다. 그 기술을 배우는 사람이 도대체 누구인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온라인 보안업체 컴파리테크의 한 직원은 어나니머스의 훈련을 받은 해커들이 악의를 품고 기업체를 공격할 것이라고 미리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내 생각에 어니언IRC는 어나니머스 회원을 늘리는 아주 좋은 수단이며, 학생 중에는 재능이 별로 없는 뜨내기가 많아 CEO들이 밤잠 설칠 일은 없다”고 말했다.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강력한 해킹 기술을 전수하는 데 따르는 위험에 관해 묻자 어니언IRC 운영자들은 새로 습득한 기술이 범죄에 사용될 여지도 있지만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우리의 목표는 핵티비스트 교육일 뿐이다.”

– 데이비드 길버트 아이비타임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