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과 공포가 절묘하게 섞인 작품”

한강의 ‘채식주의자’ 2016 맨부커 인터내셔널 상 받아… 독학으로 한국어 배워 7년만에 이 상 받은 번역가도 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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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주의자’로 맨부커 인터내셔널 상을 받은 소설가 한강(오른쪽)과 번역가 데버러 스미스가 수상 직후 포즈를 취했다

지난 5월 16일 소설가 한강(46)이 ‘채식주의자’로 맨부커 인터내셔널 상을 받았다. 한국인 작가로는 처음이다. 그녀와 ‘채식주의자’를 번역한 데버러 스미스는 상금 5만 파운드(약8500만원)를 똑같이 나눠 갖는다.

맨부커 인터내셔널 상은 맨부커 상과 구분된다. 맨부커 상은 노벨문학상, 프랑스의 공쿠르상과 더불어 세계 3대 문학상으로 불리는 영연방 최고 권위의 문학상이다. 2004년 제정된 맨부커 인터내셔널 상은 영연방 외의 작가가 출간한 작품 중 영어로 번역되고 문학성과 대중성을 고루 갖춘 최고의 작품에 주어지는 상이다.

한 씨는 광주광역시에서 태어나 연세대학 국문과를 졸업했다. 1993년 계간 ‘문학과사회’ 겨울호에 시가 당선됐고, 이듬해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붉은 닻’으로 소설가로 등단했다. 2005년 ‘몽고반점’으로 이상문학상을 받았다. 하지만 그녀 작품 중 영어로 번역된 소설은 ‘채식주의자’가 처음이다. 번역판은 지난해 영국 포르토벨로북스에서 출간됐다.

번역가 스미스는 2010년부터 독학으로 한국어를 익혔다(21세에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해 7년 만에 최고의 영국 문학상을 받았다는 사실이 영국에서도 화제다). 보이드 톤킨 심사위원장은 “스미스의 완벽한 번역은 매 순간 아름다움과 공포가 절묘하게 섞인 이 작품과 잘 어울린다”고 칭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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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주의자’는 맨부커 인터내셔널 상 수상 소식에 국내에서 날개 돋친 듯 팔렸다.

서평에 따르면 ‘채식주의자’는 너무도 평범한 여자 영혜의 이야기다. 그녀는 채식주의자가 돼 ‘나무’와 같은 삶을 살기로 결심한다. 그런 결정은 주변 사람들의 분노를 사고 폭력을 부른다. 이 소설은 한국의 토속 문화와 거기에 뿌리를 두고 번성한 가부장적 가치를 드러낸다.

톤킨 심사위원장은 3부 연작소설인 ‘채식주의자’를 두고 “독자를 불안하게 만들면서도 간결하고 아름답게 창작된 작품”이라고 평했다. “자칫 조잡한 공포물 또는 멜로드라마가 되거나 지나치게 과장된 우화로 전락할 수 있는 기이한 이야기였다. 하지만 작가 한강과 번역가 데버러 스미스는 이를 다루는 탁월한 균형감과 재치, 절제력을 보여줬다.”

‘채식주의자’는 터키 작가 오르한 파묵(2006년 노벨 문학상 수장자)의 ‘이상한 내 마음’(번역 에킨 오클랍), 이탈리아 작가 엘레나 페란테의 ‘길 잃은 아이의 이야기’(번역 앤 골드스타인), 앙골라 작가 호세 에두아르도 아구알루사의 ‘망각의 일반 이론’(번역 대니얼 한), 중국 작가 옌롄커의 ‘네 권의 책’(번역 카를로스 로자스) 등 기라성 같은 작가를 제치고 맨부커 인터내셔널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맨부커 상이 작가의 작품 전체를 평가하지 않고 해당 작가의 한 작품만 선별해 심사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지금까지 알바니아의 이스마일 카다레, 나이지리아의 치누아 아체베, 미국의 필립 로스, 헝가리의 라슬로 크라스나호르카이 등이 맨부커 인터내셔널 상을 받았다.

– 시랏 차바 아이비타임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