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현대판 노예’ 4580만 명

인신매매·강제노동·아동착취 등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인구 비율로 따지면 북한 1위, 한국 32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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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산가브리엘의 토마토 농장에서 강제노역을 하던 근로자들이 정부의 작전으로 풀려났다.

지난 5월 31일 발표된 제3차 ‘세계 노예 보고서(Global Slavery Index, GSI)에 따르면 현재 세계 167개국에서 4580만 명이 현대판 노예 생활을 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현대판 노예란 위협과 폭행, 강압, 사기 등으로 개인의 의지로는 착취 상태를 벗어날 수 없는 사람들을 가리킨다. 인신매매와 강제노동, 아동착취, 성매매 등에 시달리는 이들은 채무 계약 등의 형태로 묶인 채 고기잡이배나 유흥가, 공장 등에서 노예 생활을 하기도 한다. 특히 현대판 노예의 3분의 2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착취당하고 있다

호주의 인권단체인 ‘워크프리재단’(Walk Free Foundation, WFF)이 발표한 이 보고서는 노예로 태어났거나 매춘을 위해 인신매매되거나 부채를 갚지 못해 노예로 일하는 사람이 2014년의 3580만 명에서 올해 1000만 명 정도 더 늘어난 것으로 추정했다.

인구 대비 현대판 노예의 비율로 따지면 북한이 20명 당 1명 꼴로 가장 높았다(인구 2500만 명 중 4.4%가 현대판 노예로 추정된다). 북한에선 강제수용소 등에서 정치범이 강제노역에 종사한다. 북한 여성들은 강제결혼뿐 아니라 중국 등 해외에서 상업적인 성착취를 강요당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현대판 노예가 수적으로 가장 많은 나라는 인도(세계 인구 2위국)였다. 인구의 1.4%를 차지하는 1835만 명이 강제노동과 아동착취, 성매매, 강제결혼 등으로 고통받는다. 인도 다음으로 현대판 노예 생활을 하는 사람이 많은 나라는 중국·파키스탄·방글라데시·우즈베키스탄 순이었다. 이들 아시아 5개국의 노예 상태 인구가 세계 전체 노예 인구의 58%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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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비율로 볼 때 북한 다음으로 2위는 인구의 3.973%가 현대판 노예로 추정되는 우즈베키스탄이었다.

2016 보고서는 이들 나라 중 다수가 서유럽·일본·북미·호주의 시장에 소비자 상품을 생산하는 저임금 노동을 제공한다는 사실을 고려했다.

호주의 광업 거부이자 박애주의자로 WFF 설립자인 앤드루 포레스트는 톰슨로이터스재단에 “우리는 노예제를 용인하지 않으며 특정 정권 아래서 노예가 있다면 그 정권과 무역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밝히고 싶다”고 말했다. “우리는 세계 10대 경제 부국들에 현대판 노예를 금하는 강력한 법률 제정을 촉구한다. 영국이 지난해 제정한 현대판 노예방지법 같은 강력한 법을 만들어야 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노예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거의 하지 않는 정부는 북한·이란·에리트레아·적도기니·홍콩이다. 반면 현대판 노예를 막기 위해 가장 강력한 조치를 취하는 정부는 네덜란드·미국·영국·스웨덴·호주 순이었다.

포레스트 설립자는 인도가 현대판 노예 수가 가장 많은 나라지만 그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시작한 공로는 인정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인도의 가사, 건설, 농업, 육체노동, 성산업 분야가 여전히 큰 우려라고 그는 지적했다.

미국과 캐나다라고 해서 사정이 나은 것도 아니다. 미국과 캐나다의 인구 대비 현대판 노예의 비율은 0.018%로, 각각 5만7700명과 6500명에 달했다. 특히, 미성년자인 불법 체류자나 동성애자 등 사회소수자가 강제적으로 성을 착취당하거나 성매매에 동원됐다. 2014년 미국의 주요 8개 도시에서 과테말라·온두라스·엘살바도르·멕시코 등 남미권 국가의 여성들이 강제적으로 성매매에 동원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미국 주요 8개 도시의 유흥가는 멕시코 마약밀매범들이 운영하는 조직을 이용해 남미권 여성을 싼값으로 사들이고 성산업에 이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멕시코의 마약밀매 조직들은 자국 여성들을 납치하는 등 강압적인 수단을 이용해 이들을 성산업에 종사시켰다.

포레스트 설립자는 정부와 기업들이 더 노력할 것을 촉구했다. “이건 에이즈나 말라리아와 다른 문제다. 우리가 노예를 만들었고 노예는 우리가 해결할 수 있는 인간의 조건이다.”

이번 GSI 보고서는 국제 여론조사기관 갤럽이 25개국에서 53개 언어로 약 4만2000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를 바탕으로 했다. 연구자들은 일부 국가의 현장 조사를 토대로 다른 나라의 현황을 추정하는 방법론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앞으로 그와 관련된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북한의 노예 현황은 일부 탈북자와 가진 인터뷰의 내용과 주변 3개 국가에서 수집한 정보를 토대로 추정한 것이다.

유엔 산하 국제노동기구(ILO)는 전 세계 2100만 명이 강제노역에 처해 있는 것으로 추산한다(거기엔 다른 형태의 노예는 포함되지 않는다).

– 시라트 차바 아이비타임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