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운동화에 새 생명을!

미국 시카고의 운동화 수선 전문가 라미레즈, 섬세한 클리닝과 페인팅 작업으로 마니아들 사이에 영웅으로 떠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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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 스타 코블러에서 클리닝과 수선을 거쳐 새롭게 태어난 운동화.

미국 시카고 훔볼트 공원 근처의 수수한 상점. 안쪽으로 들어가니 20대 남자 3명과 나이 든 신발 수선공 1명이 나무의자에 앉아 있다. 그들은 손에 물감붓과 소형 클리닝 도구를 들고 나이키 에어 조던 운동화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작업에 여념이 없다. “일이 많아 쉴 틈이 없다”고 상점 주인 레이 라미레즈가 말했다. ‘레드 스타 코블러’라는 이름의 이 상점은 운동화를 빈티지 스타일로 복원시키는 작업을 전문으로 하는 신발 수선점이다.

멕시코 출신인 라미레즈는 ‘하루 15시간 일하고 시간당 10달러를 번다’는 꿈을 안고 7년 전 미국으로 이민했다. 그는 집안 대대로 해오던 일로 생계를 꾸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정장 구두를 만들고 수선하는 일이다. “하지만 나도 모르는 사이 운동화 수선을 전문으로 하게 됐다”고 그는 말했다. 운동화 마니아들이 아끼는 운동화를 들고 와서(요즘은 우편으로 보내는 손님도 있다) 섬세한 클리닝과 페인팅, 무두질, 끈 교체 등을 의뢰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해서 라미레즈는 ‘낡은 운동화에 새 생명을 불어넣는 남자’라는 평판을 얻게 됐다.

라미레즈는 운동화 6켤레를 갖고 있다. 그에게 에어 조던이나 디자이너 브랜드의 테니스화 수선을 의뢰하는 운동화 마니아들(대다수가 운동화 수백 켤레씩을 소유한다)에 비하면 얼마 안 되는 숫자다. 라미레즈의 이야기는 여러 운동화 관련 블로그와 남성 패션 잡지 에스콰이어에 실렸다. 그는 에어 조던 운동화 수선이 현재 사업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면서 “(운동화 수선과 관련한) 거대한 시장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한때 틈새 품목이던 운동화가 요즘은 큰 시장으로 떠올랐다. 시장조사업체 NPD의 ‘리테일 트래킹’ 서비스에 따르면 2014년 6월부터 2015년 6월까지 12개월 동안 미국의 운동화 매출은 약 340억 달러(약 40조원)에 달했다. 요즘은 칸예 웨스트부터 패럴 윌리엄스까지 많은 유명인사가 나이키와 아디다스 등 브랜드에 자신의 스타일로 디자인한 운동화를 주문해 신는다. 운동화 마니아는 하위문화에서 주류문화로 올라섰다.

인터넷과 소셜미디어의 부상은 운동화 재판매 시장을 활성화했을 뿐 아니라 운동화 마니아들에게 정보(제품 출시일과 인스타그램 사진 등) 교환의 발판을 마련해줬다. “요즘은 인기 있는 운동화를 구하기가 과거 어느 때보다 어렵다”고 운동화 마니아 조 라 푸마가 말했다. 그는 인기 웹시리즈 ‘스니커 쇼핑’에서 힙합 뮤지션 릭 로스부터 미식축구 선수 마숀 린치까지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운동화를 골라준다.

세계 최대의 온라인 운동화 시장인 킥시피에서 파는 운동화 중엔 켤레당 가격이 수만 달러에 이르는 것들도 있다. 2만3600달러짜리 레트로 에어 조던이 대표적이다. “제정신이 아니다”고 킥시피의 동업자이자 인기 운동화 블로그 ‘Kicks on Fire’의 설립자인 퍼컨 칸이 말했다. “이 문화가 너무도 강력해져서 놀랐다.”

하지만 라미레즈의 유일한 걱정거리는 상점 안에 수북이 쌓여 수선을 기다리는 운동화 상자들뿐이다. 일거리가 밀려 일반적인 수선도 한 달 넘게 걸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라미레즈는 기본적인 운동화 클리닝 비용을 한 켤레당 25달러밖에 받지 않는다. “난 여전히 멕시코인의 기질을 버리지 못했다”고 그가 웃으면서 말했다. “우린 그저 먹고 살 만큼만 벌면 된다.”

– 댄 하이먼 뉴스위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