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산병에 정복당하지 않으려면

최근 에베레스트에서 4일 동안 4명 숨져…산소가 희박해지는 상황에 몸을 적응시키며 등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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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를 오르는 산악인들은 고산병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네팔 당국은 지난해 4월 대지진으로 산악인 18명이 목숨을 잃자 히말라야 등반을 금지했다가 약 1년만인 지난 5월 11일 입산을 다시 허용했다. 그러나 재개된 히말라야의 최고봉(해발 8848m) 에베레스트 등반길에서 지난 5월 19일부터 4일 동안 4명이 잇따라 숨졌다. 19일 한 셰르파(25)가 정상 근처에서 사망했다. 이튿날 밤 네덜란드 남성 에릭 아놀드(36)가 에베레스트 정상에서 내려오는 길에 급성산악병(acute mountain sickness, AMS, 일명 고산병)으로 숨졌다. 다음날에는 호주 출신 여성 산악인이 에베레스트 정상 근처에서 고산병 증세를 보이다 사망했고, 22일에는 인도 산악인(43)이 정상 근처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져 숨졌다.

특히 호주 여성의 경우 에베레스트 등정에 남편과 함께 나섰다가 변을 당해 안타까움을 더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호주인 로버트 그로펠은 지난 5월 21일 아내 마리아 스트라이덤과 에베레스트 정상 근처에 도달했다. 그때 스트라이덤은 고산병 증상을 보였다. 그로펠은 할 수 없이 혼자 정상까지 갔다 온 뒤 스트라이덤과 함께 하산하기 시작했는데 그녀가 갑자기 쓰러져 숨을 거뒀다. 이들 부부는 채식주의자도 뭐든지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에베레스트에 올랐다. 그로펠은 “아내에게 혼자 정상에 갔다와도 되겠느냐고 물었는데 그러라고 했다”면서 “나는 에베레스트 정상을 밟고도 아내와 함께하지 못해 특별함을 느끼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부부는 에베레스트 8000m를 넘어선 ‘데스존’까지 함께 올라갔다. 그로펠은 아내가 고산병 증상을 보였지만 별 문제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돌이켰다.

이처럼 비극이 잇따르면서 고지대를 오르는 산악인의 안전이 심각한 문제로 떠올랐다. 이번에 숨진 산악인들은 모두 고산병에 당했다. 고지대에서 산소가 희박해지면서 나타나는 신체의 급성 반응을 말한다. 고지대에 올라가면 우리 몸에 어떤 변화가 생길까?

고산병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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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에베레스트를 오르다가 조난당해 사망한 미국인 등반가 스콧 피셔를 추모하는 돌탑.

고산병은 두 가지 요인이 합쳐지면서 나타난다. 해발 고도와 등반 속도다. 2000∼3000m 이상의 고도를 올라가는 등반가 중 약 4분의 1이 고산병 증상을 보인다. 3500m 이상에선 고산병을 앓는 비율이 42%로 치솟는다.

고산병의 증상은 가벼운 두통과 어지럼증부터 뇌와 폐에 물이 차는 고산뇌수종·고산폐수종 같은 치명적인 증후군까지 다양하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머리의 관자놀이 부근이 욱신거리는 통증을 겪는다. 그와 함께 피로증·어지럼증·메스꺼움·식욕저하·불면증이 나타난다.

그런 증상을 그대로 두면 뇌수종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럴 경우 실조증과 방향감각 상실, 의식저하 등이 나타나며 처치받지 않으면 하루 안에 혼수 상태에 빠져 숨질 수 있다.

일부 산악인은 고산폐수종 증상을 보인다. 젊고 건강한 남성이 2450m 이상의 고도에 올라갈 때 자주 발생한다. 고도와 등반 속도 외에 낮은 기온도 폐동맥의 압력을 높혀 추가적인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

고산폐수종의 초기 증상은 피로와 운동능력 감소, 호흡 곤란, 마른 기침 등이다. 하지만 이런 증상은 고지대 등반에서 일반적으로 나타날 수 있어 폐수종을 의심하기가 어렵다. 등반 중 휴식할 때 숨쉬기가 곤란하거나 폐수포음이 들리면 고산폐수종으로 상태가 악화되는 조짐으로 봐야 한다.

고산병을 피하려면
예방과 신속한 치료가 비극을 피할 수 있는 열쇠다. 먼저 무리한 등반을 피해야 한다. 산소가 희박해지는 상황에 몸이 적응할 수 있도록 서서히 산을 오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몸의 적응을 위해선 1500∼1800m 고도에서 하루 정도 쉬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2450m를 넘어서면 하루 600m 이상 고도를 높여선 안 된다.

고산병은 산소 부족과 직접 관련 있기 때문에 치료는 산소 공급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예를 들어 몸이 좀 더 적응할 때까지 같은 고도에 머물거나 증상이 계속 되면 낮은 곳으로 내려가야 한다. 그런 조치가 불가능하다면 보조 산소 공급과 각각의 증상에 따른 투약(예를 들어 두통엔 소염진통제 이부프로펜 등)이 필요하다.

산소가 부족하면 몸에선 어떤 일이 일어나나
산소가 부족하면 몸에 심각한 상황이 발생한다. 우선 신호 분자가 방출돼 뇌 혈관이 확장되고 혈액-뇌 장벽의 투과성이 증가한다.

그런 방식으로 산소가 뇌에 전달될 수는 있지만 뇌 혈압이 높아진다. 더구나 신장이 물을 밖으로 내보내지 않으면서 뇌가 붓는다. 이런 증상이 심해지면 뇌에 물이 차는 뇌수종으로 발전한다.

폐수종도 산소 결핍과 관련 있다. 산소가 줄어들면 폐동맥의 압력이 증가한다. 일부의 경우 고르지 못한 폐혈관 수축으로 그런 증상이 나타난다.

수축이 덜 된 혈관이 손상되면 폐혈압이 상승한다. 혈압이 계속 높아지면 혈관이 약해져 파열된다. 그 결과 폐 부종이 발생하며 호흡 곤란으로 이어져 사망에 이른다.

– 레아 서루게 아이비타임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