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는’ 스마트폰 시대 열린다

삼성의 폴더블 스마트폰이 실현되면 라이벌 애플의 아이폰 넘어설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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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은 2014년 완전히 반으로 접어지는 폴더블 스크린 개념을 시범 보이는 동영상을 공개했다.

스마트폰의 기본 형태는 처음 나왔을 때부터 지금까지 거의 바뀌지 않았다. 약간의 곡면이 시도된 것 외에는 거의 평판이라는 얘기다. 어쩌면 그것이 모바일 시장의 성장률이 올해 들어 한 자릿수로 둔화된 이유 중 하나일 수 있다. 그러나 세계 최대의 스마트폰 제조사인 삼성이 플렉서블 스크린(접히는 화면)으로 스마트폰의 형태를 기본적으로 바꿔놓을지 모른다. 대형 화면을 작게 접어 호주머니에 쉽게 넣을 수 있도록 해주는 ‘꿈의 기술’이다.

삼성이 이 기술의 상용화에 성공한다면 극도로 치열한 경쟁으로 수익이 감소하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다시 성장하고 라이벌인 애플보다 크게 유리한 발판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블룸버그 통신이 인용한 소식통에 따르면 삼성은 내년 초 화면을 접을 수 있는 폴더블(foldable) 스마트폰 두 가지 모델을 출시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하나는 화장품 콤팩트처럼 정확히 절반으로 접히는 모델이고, 다른 하나는 일반적인 스마트폰용 5인치 화면을 필요할 때 태블릿용 8인치 화면으로 ‘펼칠’ 수 있는 모델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이 두 모델이 내년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공개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애플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아이폰 신제품을 내년 후반 선보일 것으로 알려지자 삼성은 그에 앞서 폴더블 스마트폰을 출시하려는 생각인듯하다. 서울의 IBK 투자증권의 이승우 분석가는 “삼성이 접이식 화면에 적합한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개발할 수 있다면 스마트폰 시장의 판도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폴더블 스마트폰의 내년 출시도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다. 가장 큰 장애물은 투명한 플라스틱을 제조하는 것과 이를 내구성 있게 만드는 것이었다. 이 문제는 지금쯤 해결된 것으로 보인다.”

한국 언론도 얼마 전 삼성이 암호명 ‘프로젝트 밸리(Project Valley)’로 알려진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를 스마트폰 시제품에 테스트하고 있으며 올해 말 전에 패널 생산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보도한 적 있다.

삼성은 그런 추측을 확인도 부인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삼성은 2008년부터 구부리거나 접을 수 있는 스크린 개발을 모색하면서 폴더블 스마트폰을 향한 의지를 밝혔다. 삼성이 처음 선보인 원형 시제품은 디스플레이 두 개를 붙인 스마트폰이었다. 또 최근 몇 년 동안 여러 국제 전시회를 통해 미래의 스마트폰 모습을 보여주며 플렉서블 OLED 디스플레이를 강조했다.

실제로 삼성은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기술의 연구개발(R&D)에 집중 투자하면서 라이벌 LG와 샤프보다 그 기술의 상용화에 더 가까이 다가갔다. 상용화에 성공한다면 플렉서블 스크린을 제조하거나 그 기술을 애플 등 경쟁사에 라이선스 판매함으로써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삼성의 디스플레이 부문은 스마트폰 화면의 획기적인 발전을 이끌었다. 능동형유기발광다이오드(AMOLED) 패널과 이중 곡면화면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경제성 있는 플렉서블 스마트폰 화면을 만드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시장조사업체 IHS의 모바일 분석가 이언 포그는 “곡면 화면의 백미는 그냥 약간 휘는 게 아니라 완전히 말아지고 펼쳐질 수 있는 기본적으로 폴더블 화면”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실현하긴 매우 어렵다. 자유자재로 휘어질 수 있으면서도 지속적이고 잦은 사용에 쉽게 마모되지 않는 화면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른 제한 요인도 있다. 예를 들면 화면 주변의 모든 지원 요소가 폴더블 디자인에서도 작동될 수 있도록 스마트폰 설계를 완전히 뜯어고쳐야 한다. 또 새로운 화면 기술을 적용하기 위해선 생산 라인도 교체해야 한다. 돈과 시간이 많이 들고 초기의 수익 저하도 감수해야 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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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의 손 안으로 ‘바통’처럼 말아지는 플렉서블 디스플레이의 개념을 소개하는 홍보 이미지.

시장조사업체 CCS인사이트의 벤 우드 분석가는 “대량으로 제조하기엔 아주 복잡한 기술이라 그런 화면 기술을 채택할 경우 스마트폰 원가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또 소비자 대다수가 요즘 스마트폰의 기능과 디자인에 만족하는 만큼 완전히 다른 모델을 도입하는 것은 상당히 위험하다고 그는 덧붙였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가 최근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스마트폰 침투율은 성숙한 시장에서 90%에 이르며 업그레이드 주기는 2.5년으로 짧아졌다. 또 디자인이 세련되면서 거의 모든 스마트폰이 색상만 다를 뿐 한결같이 유리와 금속으로 만들어진 평판의 형태다. 그런 상황에서 소비자는 폴더블 화면 같은 새로운 디자인과 기술을 기대할지 모르지만 다른 한편으로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 우드 분석가는 “기존의 평면 화면 스마트폰보다 훨씬 의미 있는 혜택을 제공할 수 있는 플렉서블 스크린을 도입하기는 무척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슬라이딩 키보드나 버튼 같은 직접 조작해야 하는 하드웨어 부품은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그런 기계적인 부품은 완벽하게 작동하도록 만들기가 어렵다. 슬라이딩 키보드를 갖춘 블랙베리 프리브 스마트폰의 반품율이 아주 높다는 사실이 그런 점을 시사한다.

그러나 삼성은 이전에도 새로운 시도에서 회의론을 잘 극복하고 성공했다.

예를 들어 삼성이 2011년 첫 갤럭시 노트(5.3인치 화면)를 출시하자 눈길 끌기 위한 상품일 뿐 전화기로 편하게 사용하기엔 너무 크다는 놀림을 받았다. 그러나 지금 갤럭시 노트는 삼성의 효자 상품으로 새로운 패블릿[폰(Phone)과 태블릿(Tablet)의 합성어로 화면이 커 태블릿으로도 사용할 수 있는 스마트폰을 말한다] 시장을 개척했다.

애플은 삼성이 갤럭시 노트를 선보인 지 3년 뒤에야 대형 화면 아이폰을 생산했다. 스마트폰 시장에선 3년이란 영원에 해당한다. 아이폰이 잘 팔리긴 하지만 출발이 너무 늦어 대형 화면 추세의 혜택을 보긴 어렵다는 관측이 많다.

대다수 분석가는 삼성이 2013년 공개한 동영상에서 보여준 것 같은 폴더블 스크린 기술을 실현하려면 시간이 한참 걸릴 것으로 본다. 만약 내년에 신제품이 공개된다면 그것은 기존의 평면 화면과 그 동영상에 나오는 완벽한 폴더블 화면 사이의 중간 형태가 될 듯하다.

그렇다면 LG의 플렉스 스마트폰과 비슷한 형태일지 모른다. 사용하기 편하도록 화면이 위에서 아래로 약간 휜 곡면으로 돼 있다. 독특한 형태이긴 하지만 소비자의 눈길을 끌진 못했다. 삼성이 수익에 도움되는 새로운 스마트폰을 원한다면 소비자의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어야 한다.

우드 분석가는 “대동소이한 스마트폰의 세계에서 차별화된 디자인을 제공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는 것 외엔 플렉서블 스크린 기술이 제공할 수 있는 다른 효과는 별로 없다”고 말했다. “플렉서블 스크린은 스마트폰보다 피트니스 트래커(운동할 때 심박수와 칼로리 소비량 등을 측정해 수시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해주는 기기)나 가상현실(VR) 헤트세트 같은 제품에 훨씬 더 적합한 것 같다.”

– 데이비드 길버트 아이비타임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