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의 제2 테크시티로 부활

범죄로 악명 높던 크로이던, 테크놀로지 인큐베이터 TMRW 유치하면서 새로운 명소로 거듭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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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들어설 거대한 웨스트필드 쇼핑 센터가 크로이던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다.

영국 런던 남부의 크로이던 하이 스트리트는 쇠락한 대도시 교외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위험한 곳으로 악명 높은 런던의 자치구다. 마권업자 사무실 곁에 닭고기 전문점 치킨숍이 따닥따닥 붙어 있고, 쇼핑 중심가 휘트기프트 센터는 한물간 듯 활기가 없으며, 노숙자들이 거리 이곳저곳에 있다.

크로이던은 런던 남부의 도시였다가 1965년 런던에 편입돼 교외 주택지가 됐다. 크로이던을 생각하면 2011년 폭동 당시 날뛰던 폭도의 약탈과 150년 전통의 유명한 가구점이 이유 없는 방화로 뼈대만 앙상하게 남은 사진이 떠오른다. 그곳에 연고를 둔 프리미어리그 축구팀 크리스털 팰리스는 근년 들어 약간 살아나는가 싶더니 이번 시즌 잉글랜드 FA컵 결승전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졌다. 지난해 범죄는 2419건으로 늘었다.

그러나 척박한 크로이던에 최근 들어 서광이 비친다. 머지않아 혁신의 파도를 타고 영국 수도 런던의 새로운 명소로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

영국 정부는 ‘위험한 자치구’로 악명을 떨치던 크로이던을 첨단산업으로 활기 넘치고 번창하는 테크놀로지 클러스터로 재개발하기 위해 700만 파운드(약 120억원)의 예산을 책정했다. 약 100개의 점포로 구성된 거대한 박스파크(Box Park, 컨테이너 박스로 만들어진 팝업 쇼핑몰)가 동크로이던역 곁에 건설되며 오래 전부터 기대되던 웨스트필드 쇼핑 센터가 한물간 휘트기프트를 대체한다.

화장품 브랜드로 유명한 바디샵도 크로이던의 새 건물로 본사를 옮겼다. 크로이던이 런던에서 뜨는 구역이라는 조짐을 보여주듯 새프런 스퀘어의 아파트 가격은 80만 파운드(약 14억원)에 육박한다(물론 크로이던 근로자의 평균 임금 3만2000파운드를 버는 사람들에겐 꿈일 뿐이다).

크로이던은 이제 독자적인 염원의 상징도 갖고 있다. 테크놀로지 인큐베이터 투모로(TMRW)를 통해 IT 스타트업 클러스터로 유명한 이스트 런던의 테크시티(‘실리콘 라운드어바웃’이라는 별칭으로 불린다)에 맞먹는 런던의 가장 혁신적인 기술 허브가 되겠다며 도전장을 내밀었다.

TMRW의 설립자이자 CEO인 프랑수아 마주디어는 지난 5월 25일 개장식 연설에서 크로이던을 잠재력이 넘치는 구역으로 칭송했다. “크로이던이라고 하면 나는 언제나 노력하면 대가가 주어지는 기회를 가장 먼저 떠올린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에게 크로이던을 이야기하면 그들은 ‘아직도 그처럼 우중충한 곳인가?’라고 묻는다. 크로이던을 잘 모르고 하는 소리다. 크로이던이 내 맘에 드는 점은 세 가지다. 첫째, 5분마다 있는 기차역과 연결돼 있다. 다른 곳에선 보기 힘든 서비스다. 따라서 크로이던에선 런던의 거의 모든 곳을 약 20분 안에 갈 수 있다. 둘째, 뛰어난 인재들이 빈번히 드나드는 개트윅 공항과도 가깝다. 크로이던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크다.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작은 도시처럼 느껴진다. 셋째, 예상보다 훨씬 광범위한 재개발 계획이 추진되고 있다. 이곳에선 모든 게 아주 빨리 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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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MRW는 크리이던의 스타트업 클러스터 사무실을 저렴하게 임대할 계획이다.

데이비스 하우스에 들어선 TMRW의 새 사무실도 모든 것이 달라졌다. 런던 광역시와 지자체로부터 무려 200만 파운드를 지원 받아 구닥다리 시설을 걷어내고 최첨단 허브로 대체됐다.
현대식 책상 320개, 안락한 회의실, 초고속 인터넷을 갖췄다. 이스트 런던의 테크시티에서 23㎞ 정도 떨어졌지만 그곳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최신 유행 사무실을 자랑한다. 탁구대가 도처에 놓여 있고 유기농 다과가 무료로 제공된다. 안락한 소파, 심지어 낮잠을 즐길 수 있는 해먹까지 설치돼 있다.

현지의 전통 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책상은 동네 가구점에서 제작됐고, 제공되는 음식은 크로이던의 팝업 식당에서 조리된다. 또 사무실의 3D 프린터는 혁신적 아이디어를 가진 주민이라면 누구나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현재 이스트 엔드의 사무실 임대료가 계속 상승세란 점을 감안하면 TMRW는 혁신적인 창업 회사들을 책상 1개 당 300파운드의 저렴한 임대료로 끌어들일 수 있다고 판단한다(사무실 디자인, 통신, 법률·회계 서비스 제공이 포함된다).

TMRW의 이사회 고문 프레드 데스틴은 런던의 스타트업들이 템스 강 남쪽으로 이동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크로이던에서 자리 잡으면 이스트 런던의 번잡함에서 벗어나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런던 패션과 유행의 중심구역으로 알려진 이스트 엔드의 쇼디치에 집착하지만 크로이던은 유럽 최대의 테크놀로지 클러스터다. 쇼디치엔 남은 공간 없이 빽빽하다. 그런 곳에서 모든 사업을 할 순 없다.”

마주디어 CEO도 데시틴 고문의 말에 동의하면서 TMRW가 이 지역의 잠재적 기업가들에게 새로운 아이디어의 원천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지금 런던에선 기술 부문이 급성장하고 있다. 1∼2년 안에 크로이던에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면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우린 지역사회가 스스로 문제를 찾아 해결하도록 장려하고 싶다. 우린 쇼디치의 잘난 체하는 뺀질이 형제가 아니라 무던하게 열심히 일하는 성실한 형제가 될 것이다.”

– 루이스 딘 아이비타임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