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와인 ‘고급화보다 대중화’

북유럽 최대 와이너리 덴비스, 토양에 맞는 품종 개발로 지난해 각종 와인품평회에서 상 33개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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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비스 와이너리의 ‘서리 골드’ 화이트 와인은 스파클링이 아닌 영국 와인 중 가장 잘 팔리는 제품이다

영국 남부 서리 지방의 도킹 기차역에서 조금만 걸으면 100만㎡의 덴비스 와이너리가 나온다. 영국에서 가장 클뿐만 아니라 개인 소유의 포도원으로는 북유럽 최대 규모다. 금요일 오전인데도 주차장에 차가 가득했다. 그곳을 찾은 사람들은 방문객 센터에 모여 투어가 시작되기를 기다렸다. 카페의 유리 피라미드 천장으로 쏟아지는 햇빛을 즐기면서.

덴비스 와이너리의 CEO 크리스 화이트는 처음 이 포도원을 일군 집안의 일원이다. 그들은 양배추로 가득하던 이 땅을 훌륭한 포도원으로 탈바꿈시켰다. “1986년 처음 포도나무를 심었다”고 화이트 CEO는 말했다. “처음엔 12만㎡에 시험 경작을 했는데 결과가 좋아 포도원 전체에 다 심기로 했다.”

그 후 30년 동안 여러 와인품평회에서 수상한 덴비스 와이너리는 소믈리에의 추천 리스트에 당당히 자리 잡았다. 예전에 영국 와인은 수확량도 많지 않았고 생산자들이 농산물 시장에서 직접 팔거나 소규모 상점에만 납품했다. 하지만 요즘 덴비스 와이너리는 영국의 대형 슈퍼마켓 체인과 계약을 맺고 다양한 영국 와인을 생산한다. 최근엔 영국에 진출한 독일 슈퍼마켓 체인 리들(Lidl)과 계약했다.

이런 프로젝트는 영국 와인을 소비자와 더 가까워지게 만드는 계획의 일부다. 화이트 CEO는 덴비스 와이너리를 지나치게 고급스런 브랜드로 만들기를 원치 않는다. “덴비스 와이너리의 와인이 다양한 계층에 다가갈 수 있도록 하는 게 우리의 목표”라고 그는 말했다.

포도원은 정말 모든 사람에게 개방된 듯 보였다. 야외 투어의 안내를 맡은 제프 파로아는 방문객 중 몇 가족과 독일인 관광객을 한 그룹으로 묶어 커다란 초록색 랜드로버에 연결된 트레일러 3대에 태웠다. 이 작은 열차는 포도원의 아름다운 풍경 속을 천천히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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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비스 와이너리에서는 작은 열차를 타고 포도원 투어를 할 수 있다.

언덕을 오르는 길에 파로아는 우리 눈앞에 펼쳐진 포도나무와 토양에 대해 설명했다. 간간이 독일인 관광객들의 질문에 답하느라 그의 설명이 끊겼다. 파로아는 포도원 안에 약 11㎞의 공공통행로가 있다면서 커다란 배낭을 메고 언덕을 오르는 10대 청소년들을 가리켰다. “저 학생들은 ‘에든버러 공작(DofE) 프로그램’(청소년 잠재력 개발 프로그램)에 참여한다”고 그는 설명했다.

덴비스 와이너리에서는 레드 와인도 생산하지만 이 레이블을 처음 대하는 사람이라면 더 마시기 쉬운 ‘서리 골드’ 화이트 와인을 권한다. 스파클링이 아닌 영국 와인 중 가장 잘 팔리는 제품이다.

포도원 곳곳에서 조깅을 하거나 개를 산책시키는 지역 주민이 눈에 띄는 걸 보면 덴비스 와이너리가 지역사회와 얼마나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지 알 수 있다. 그런 관계는 이 와이너리의 역사에서도 나타난다. 당초 포도원 설립의 아이디어가 이 지역의 유명한 지질학자 리처드 셀리 교수에게서 나왔다. 그는 이 언덕을 바라보면서 정말 훌륭한 포도원이 될 만한 땅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한다.

1984년 현 소유주가 이 땅을 사들였을 때 이곳에는 적자에 허덕이는 소와 돼지 농장이 있었다. 셀리 교수는 소유주에게 이 땅의 잠재력을 적은 보고서를 보여줬다.

덴비스 와이너리의 테루아르(포도주가 만들어지는 자연환경)는 프랑스 샹파뉴 지방과 비슷하다. 그런 점을 생각할 때 이 와이너리의 스파클링 와인이 높은 평가를 받는 건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올해 덴비스 와이너리의 스파클링 와인 ‘그린필즈 퀴베 NV’는 국제와인품평회(IWC)에서 금메달을 받았다.

그런데 정말 영국 와인에서만 볼 수 있는 특징이 있을까? 화이트 CEO는 토양에 가장 적합한 와인을 찾아내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달콤한 화이트 와인이나 바디감이 풍부한 레드 와인을 아무데서나 생산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우리는 이 토양에서 가장 잘 자라는 포도 품종에 기반을 둔 와인에 주력한다. 향이 풍부하고 과일 맛이 나는 와인이다. 우리는 품질 좋은 스파클링 와인을 생산한다. 또 바쿠스와 오르테가 같은 품종으로 향이 풍부하고 과일 맛이 나는 와인을 만든다.”

요즘 덴비스 와이너리는 연간 약 50만 병의 와인을 생산한다. 기상조건에 따라 생산량에 차이가 날 때도 있다. 2012년에는 서리 피해로 생산량이 25만 명에 불과했다. 화이트 CEO는 영국 와인이 시장에서 누릴 수 있는 강점을 이렇게 설명했다. “영국 와인 산업은 태동 단계이기 때문에 많은 슈퍼마켓에서 영국 와인을 원한다. 하지만 영국에는 대형 슈퍼마켓에 공급할 정도의 규모로 성장한 와이너리가 몇 안 된다.”

화이트 CEO는 덴비스 와이너리의 스파클링 와인이 좋은 평가를 받는 만큼 앞으로는 일반 와인에도 더 신경 쓸 생각이다. 또 비앤비(민박 형태의 숙박업소) 시설로 이용되고 있는 이전의 농장 본관을 부티크 와인 호텔로 개조할 계획이다.

화이트 CEO는 이런 날이 올 줄 몰랐다고 말했다. “예전에 누군가 내게 앞으로 30년 후면 영국의 모든 슈퍼마켓에서 영국 와인을 팔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면, 또 우리가 매년 와인품평회에서 상을 받는 훌륭한 와인을 현재와 같은 규모로 생산하게 되리라고 말했다면 난 코웃음 쳤을 것이다.”

덴비스 와이너리는 2011년엔 로제 와인으로, 올해는 스파클링 와인으로 IWC 금상을 받았다. 또 지난해는 각종 와인품평회에서 상을 33개나 받았다. 이제는 화이트 CEO가 다른 이유로 웃을 때가 된 게 아닐까?

– 제임스 테넌트 아이비타임즈 기자

[박스기사] 샹그릴라에서 빚은 와인 – 모에 에네시, 중국 윈난성 고원지대서 명품 포도주 생산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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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윈난성 아둥 고원지대의 메콩 강 양쪽 포도원에서 아오윈 와인 포도를 생산한다.

부르고뉴, 나파 밸리, 키안티, 그리고… 아둥? 세계 최고의 새로운 와인 수도는 중국에 있을지 모른다. 모에 에네시의 뜻대로 된다면 말이다.

‘모에 에 샹동’이나 ‘동 페리뇽’ 등 샴페인과 ‘에네시 코냑’으로 이름을 떨친 프랑스의 명품 브랜드 모에 에네시는 이제 중국으로 눈을 돌려 서남부 오지에서 명품 와인 생산에 들어갔다.
풀바디 레드 와인 ‘아오윈(傲雲, 신성한 구름이라는 뜻)’은 티베트와 인접한 중국 윈난성 아둥의 해발 2600m 고원지대에서 생산된다. 올해 처음 2만4000병이 생산됐으며 병당 300유로(약 40만원)다.

모에 에네시의 와인사업부 사장 장-기욤 프라는 영국 경제신문 파이낸셜 타임스에 “중국에서 생산된 명품 와인을 갖고 싶어 하는 세계의 와인 수집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가격을 높게 책정한 것은 우선 우리가 자신 있고 세계의 비평가들도 훌륭한 와인이라고 격찬했기 때문이다.”

중국은 몇 년 전부터 프랑스·이탈리아·스페인 등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와인 중심지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와인 명산지가 되겠다고 나섰다. 지금까지 진척은 느렸다. 충직한 애호가 기반을 구축하는 데 시간이 걸리고 아직은 중국산 와인의 수요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에 에네시 같은 명품 브랜드가 떠오르는 중국 시장의 가능성과 자사 브랜딩의 새로운 잠재력을 인식하면서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와인 양조 역시 시간이 많이 걸린다. 어린 포도나무가 성숙해야 질 좋은 포도를 생산할 수 있다.

‘와인 마스터(Master of Wine)’ 자격증을 받은 와인 비평가 데브라 메이버그는 2014년 AFP에 이렇게 말했다. “와인 양조는 시간이 걸리는 일이다. 포도나무를 심어서 그해에 당장 좋은 와인을 만들 수는 없다. 하지만 시간이 좀 지나면 중국이 세계의 와인업계를 뒤흔들 것이다.”

– 제스 매큐 아이비타임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