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와 함께 숙성시킨 코냑

40~100년 된 브랜디 1200가지를 혼합한 레미 마르탱의 명품 ‘루이 13세’의 생산 현장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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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냑’이라는 이름은 프랑스 코냑 지방(사진)에서 생산된 제품에만 붙일 수 있도록 법으로 엄격히 제한된다.

명품이 무엇인지 한마디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희귀성으로 가치를 인정받고 엄청나게 비싼 가격으로 명품이라는 꼬리표를 단다. 명품의 또 다른 특징은 이야기가 있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명품에 얽힌 이야기를 좋아한다.

프랑스 코냑 지방의 유명한 코냑 브랜드 ‘레미 마르탱’은 300년에 가까운 역사를 자랑한다. ‘코냑’이라는 이름은 프랑스 코냑 지방에서 생산된 제품에만 붙일 수 있도록 법으로 엄격히 제한된다. 포도나무 언덕이 끝없이 펼쳐진 풍경을 보노라면 코냑이 이 지방에서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가를 알 수 있다.

코냑의 ‘테루아르’(지리적·기후적 조건)는 매우 특별하다고 알려졌다. 백악질의 토양은 한때 대서양 바닷물이 그곳까지 들어왔었다는 증거다. 요즘도 땅속에서 조개 껍질이 발견된다. 코냑 지방은 또 겨울에 그다지 춥지 않고 여름에 서늘한 미기후(microclimate, 주변 지역과는 다른 특정 지역의 기후)를 갖고 있다. 레미 마르탱의 이야기는 코냑 지역이 특별한 기후를 가진 특별한 곳이라는 데서 시작한다. 6월 말이면 포도나무에 꽃이 피고 7~8월에 열매가 열린다. 요즘은 포도를 기계로 수확해 프레싱 작업도 더 빨리 끝난다.

증류 작업이 시작되면 증류기가 24시간 돌아간다. 증류기가 꺼지는 날은 크리스마스 때뿐이다. 매년 3월 31일이면 증류를 중단하도록 법으로 정해져 있다. 그 시기가 지나면 기후가 증류에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게 당국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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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제조한 ‘루이 13세’ 와인을 에르메스의 수제 가죽 트렁크에 넣은 ‘로디세 뎅 루아’. 크리스털 병과 잔에는 19세기 지도가 새겨졌다.

투작 마을에 있는 레미 마르탱의 창고에 2500ℓ들이 증류기가 2줄로 늘어서 있다. 포도는 몇 번의 증류 과정을 거쳐 배 향이 나는 맑은 브랜디가 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브랜디를 숙성시킨다(브랜디는 숙성 기간이 길수록 품질이 향상된다고 알려졌다). 갓 만든 브랜디는 오크통에서 적어도 2년 동안 숙성시켜야 한다. 레미 마르탱은 보통 리무쟁 지방의 숲에서 자란 참나무를 사용하지만 코냑법에 따르면 트롱세 숲에서 자란 참나무도 사용할 수 있다.

여기서부터는 병마다 이야기가 달라진다. ‘루이 13세’는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최고급 코냑으로 700㎖ 한 병에 약 2000파운드(약 315만원)다. 이 유명한 코냑은 대중문화에도 심심찮게 등장한다. 리한나와 릴 웨인, 키드록이 노래에서 ‘루이 13세’ 코냑을 언급했다. 리한나는 ‘Bitch Better Have My Money’의 리믹스 곡에도 ‘루이 13세’라는 제목을 붙였다.

‘루이 13세’의 고급스러움은 오랜 숙성기간에서 시작된다. 최소 40년에서 100년 동안 숙성된 1200가지의 브랜디를 혼합해 만든다. 이들 브랜디는 모두 퀴퀴한 냄새가 진동하는 어두운 지하저장고의 수백 년 된 통(티에르송이라고 불린다) 안에서 숙성된다. 해마다 종류 별로 한 통을 골라 시음하고 양을 조사한다. 브랜디가 잘 익고 있는지 확인하고 증발량이 얼마나 되는지 알아보기 위해서다.

지하저장고들은 검은 곰팡이로 덮여 있다. 오래된 숙성통 사이를 걷다 보면 곰팡이가 벽에서 떨어져 발 아래 굴러다니기도 한다. 레미 마르탱은 몇 년 전 새 지하저장고를 열었지만 6개월 이내에 곰팡이가 다시 생겼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지극히 정상적인 현상”이라고 지하저장고 책임자 밥티스트 루아조가 말했다. “브랜디에는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다. 지하저장고에 사는 생명체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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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미 마르탱의 지하저장고 책임자 밥티스트 루아조는 오랜 훈련을 통해 갈고 닦은 미각으로 ‘루이 13세’ 코냑을 만들 브랜디를 고른다.

지하저장고 안에 사는 생명체는 곰팡이뿐이 아니다. 숙성통 사이사이에 거미줄이 걸려 있고 오래된 건물은 거미줄이 창문을 거의 뒤덮을 정도다. 이것은 자연 순환의 일부다. 거미는 숙성통을 손상시킬 수 있는 더 해로운 생물을 막아주는 수호자다.

4월에서 6월 사이 루아조는 ‘루이 13세’를 만들 브랜디를 고르기 시작한다. 선택은 오로지 그의 입맛에 달렸다. 오랜 훈련을 통해 갈고 닦은 미각이다. 그는 또 브랜디가 어느 정도 숙성됐을 때 혼합할지 그 시기도 결정한다. 최종 혼합 시점까지 4년 정도 더 숙성시킨다.

레미 마르탱은 에르메스와 생루이(명품 크리스털 업체), 퓌포르카(명품 은식기 업체)와 손잡고 ‘로디세 뎅 루아(L’Odyssée D’un Roi)’를 탄생시켰다. 숙성기간이 아주 오래된 브랜디들을 혼합해 특별 제조한 ‘루이 13세’ 코냑으로 루아조는 다른 곳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제품이라고 자부한다. 지하저장고의 책임자가 수없이 바뀌는 동안 숙성된 각각의 브랜디가 이 코냑에 또 다른 이야기를 부여한다.

이 코냑을 생루이의 장인들이 만든 크리스털 병에 담아 에르메스의 수제 가죽 트렁크에 넣었다. 트렁크 안에는 생루이의 크리스털 잔 4개와 퓌포르카의 피펫(일정한 양의 액체를 옮기는 데 사용하는 관)도 들어 있다. 크리스털 병과 잔에는 19세기 지도가 새겨졌는데 런던에서 판매되는 세트에는 유럽 지도, 뉴욕 판매 세트에는 미대륙 지도, 홍콩 판매 세트에는 아시아 지도가 들어 있다.

아주 희귀하고 이야기가 있으며 값비싼 제품이다. 세계 순회 전시에 들어간 이 코냑 트렁크들은 전시가 끝난 뒤 위의 3개 도시에서 경매에 붙여진다. 경매 시작 가격은 10만 달러(약 1억1700만원)다. 이 3병의 코냑 경매에서 발생하는 수익금은 고전 영화의 복원과 보존을 후원하는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설립한 비영리 기업 ‘필름 파운데이션(The Film Foundation)’에 기증된다.

이 3세트를 제작하는 데 4년 이상이 걸렸다. 루아조는 “구매자들이 특별한 코냑의 풍미를 만끽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코냑에 얽힌 이야기도, 희귀성도, 고급스러움도 다 좋지만 정말 훌륭한 코냑이기 때문에 그 맛을 즐기지 못한다면 유감이라는 뜻이다.

– 제임스 테넌트 아이비타임즈 기자

[박스기사] ‘블루 와인’으로 시원한 여름을 – 스페인의 와인 업체, 포도 껍질의 안토시아닌과 쪽 염료로 푸른 색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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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와인 업체 긱은 레드와 화이트 품종의 포도를 혼합해 형광빛이 도는 푸른 색 와인을 만들어냈다.

올여름엔 연분홍색 로제 와인은 잊어라. 레드와 화이트 와인도 잠시 뒤로 하고 블루 와인을 마셔보는 건 어떨까? 스페인 와인 업체 긱(Gik)은 레드와 화이트 품종의 포도를 혼합해 푸른 빛이 도는 블루 와인을 만들었다.

긱의 블루 와인 개발팀은 식음료 잡지 ‘이터’에 “이 와인의 형광 빛을 띤 푸른 색은 포도 껍질에 든 안토시아닌과 쪽 염료(indigo)로 만들어냈으며 무열량 감미료가 첨가됐다”고 말했다. 또 팀원 중 누구도 이전에 와인 제조 경험이 없었으며 바스크대학과 바스크 지방정부의 식품연구부서와 2년 간의 공동작업 끝에 이 매혹적인 와인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휴양지에서 시켜 마시는 칵테일처럼 보이지만 그 뒤엔 와인에 대한 인식을 바꾸려는 긱의 원대한 포부가 담겨 있다. 긱의 개발팀은 웹사이트에 ‘지금까지 알고 있던 와인에 대한 지식은 모두 잊으라’고 적었다. ‘와인 산업과 관련된 모든 선입견을 버리고 소믈리에의 충고를 무시하라.’

긱의 공동 창업자 아리타 로페즈는 ‘이터’에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와인 문화가 뿌리 깊은 나라에서 성장했다. 와인은 늘 특별한 음료로 떠받들어졌다. 그래서 우리는 보통사람들이 만드는 보통사람들의 와인에 착안했다.” 로페즈 창업자는 또 개발팀이 유럽경영대학원(INSEAD) 김위찬 교수의 레드오션(Red Ocean) 이론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점점 줄어드는 고객(물고기)을 놓고 전문가(상어)들이 치열한 싸움을 벌이는 시장은 피로 붉게 물든다는 이론이다. 여기서 우리는 전통적으로 붉은색을 띠던 와인을 푸른색으로 바꿔봐야겠다는 아이디어를 얻었다.”

확실히 특이하고 혁신적인 와인이다. 올여름 얼마나 많은 와인 애호가들이 블루 와인으로 건배할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말이다.

‘긱 라이브’ 블루 와인(알코올 함량 11.5%)은 750㎖ 한 병에 10유로(약 1만3000원)다.

– 앨리스 커프 아이비타임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