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여행’으로 유적지 살린다

캄보디아의 반티아이 츠마르, ‘지역사회 기반 관광’으로 문화유산 보존과 지역 발전 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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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티아이 츠마르는 거의 1000년 동안 방치돼 정글에 뒤덮이고 약탈당했다.

매년 캄보디아를 찾는 수백만 명의 관광객 대다수가 유명한 유적지 앙코르와트를 방문한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반티아이 츠마르를 찾는 사람도 있다. 관광객의 분산은 바람직한 일이다. 앙코르와트는 밀려드는 관광객으로 몸살을 앓는 데다가 관광지가 지역사회의 지속가능한 경제적 원동력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이 점점 높아지기 때문이다.

반티아이 츠마르는 그런 인식의 실현을 보여줄 수 있는 좋은 예다. 새로운 고고학적 발견으로 크메르 문명의 규모와 중요성이 더 부각되면서 정글에 파묻혀 가는 이 유적지가 새롭게 주목받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캄보디아 북서부에 있는 반티아이 츠마르는 크메르 제국의 권력이 최고조에 이르렀던 12~13세기에 군사 중심지로 국방과 통치의 핵심 역할을 했다. 런던대학교 동양·아프리카대학(SOAS)의 피터 섀록 박사는 반티아이 츠마르가 공중보건을 지원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사실 반티아이 츠마르 건축의 규모와 다양성으로 볼 때 이곳은 앙코르와트와 함께 크메르 제국의 2대 중심지였을 가능성이 크다. 자야바르만 7세 국왕의 원대한 계획에 따라 사원 주변에 회랑이 있는 1㎞의 담이 건설됐다. 그 담에는 왕실 행차와 전투, 정교한 불교 이미지 등 고대 크메르 제국의 역사를 묘사한 조각이 새겨졌다.

이 유적지는 거의 1000년 동안 방치돼 정글에 뒤덮이고 약탈됐다. 팔이 여러 개 달린 관세음보살이 조각된 프리즈(건물 윗부분의 그림이나 조각으로 된 띠 모양의 장식) 등이 수탈당했다. 안쪽 사원은 서서히 붕괴돼 왔고 한때 이 사원의 자랑이었을 얼굴탑(face tower)들은 덤불 속으로 자취를 감췄다. 1970년대 캄보니아 내전으로 상황은 더 악화됐다. 1992년 이후 캄보디아는 이 유적지를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시키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다.
2008년 세계문화유산기금(GHF)은 이 유적지의 예비 복원작업을 시작했다. GHF는 캄보디아 문화예술부와 손잡고 광범위한 복원계획과 지역사회 발전 프로젝트를 수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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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티아이 츠마르의 CBT 프로그램 중엔 황소 마차를 타고 마을을 둘러보는 투어도 있다(왼쪽). 관광객은 캄보디아 전통 목조 가옥에 머무르면서 시골 생활과 문화를 들여다볼 수 있다.

반티아이 츠마르 주변에서 살고 일하는 현지 주민들이 그 유적지의 가치를 제대로 알고 거기서 경제적·사회적 이득을 얻을 수 있도록 돕는 ‘지역사회 기반 관광(CBT)’ 사업도 이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위기에 처한 유적 보호에 현지인을 동원하는 건 GHF 사업의 핵심이다. 그것은 지역사회와 문화재 보존을 위한 프로젝트를 개발하는 데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관광이 유적지와 현지 주민에게 미치는 영향에 관해서는 앞으로도 논란이 끊이지 않을 것이다. 앙코르와트 같은 유명 유적지는 훼손 우려로 관광객 수를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하지만 CBT는 지속가능성에 초점을 맞춘다. CBT의 관광 수입은 현지인을 위해 쓰인다. 쓰레기 수거와 어린이 도서관 건립, 현지 레스토랑 설립 등에 자금이 재투자된다.

또 관광객은 CBT가 제공하는 독특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전통 목조 가옥에서 민박하면서 캄보디아 시골의 생활과 문화를 들여다볼 수 있다. 옵션으로 가이드의 안내를 받아 오지의 사원을 방문하고 마을에서 열리는 음악회에 참석하는 것은 얼핏 전형적인 ‘바가지 관광’처럼 보인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이 친절하고 관광객 수가 상대적으로 적어 사원 근처에서 열리는 전통 시타르(기타와 비슷한 남아시아 악기) 공연 같은 행사는 관광객을 위한 공연이라기보다 가족 파티처럼 느껴진다.

오지에 위치한 입지조건은 장점인 동시에 단점이기도 하다. 관광객은 버스와 택시, 툭툭(삼륜택시)을 갈아타면서 한참을 달려야 그곳에 도착할 수 있다. 과거엔 먼지 나는 비포장도로였기 때문에 관광객은 더 불편했겠지만 접근이 어렵다는 점이 유적지 보호에는 효과적이었다. 어쨌든 지금은 시엠립 휴양지와 이곳을 잇는 새 도로가 생겨 관광객 수도 늘고 보존 프로젝트를 위한 공급 라인 연결도 원활해졌다.
보존 작업은 이미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남동쪽 담 수직 단면의 약 70%가 다시 세워졌고 유명한 얼굴탑 중 하나와 벽면의 아름다운 조각작품들이 복원됐다. 광선 레이더 항공측량을 통해 크메르 제국의 건축 규모와 어느 정도의 복원 작업이 더 필요한지가 드러났다. 채석장과 기하학적인 도시 설계, 운하와 저수지 시설 등은 고고학자와 역사학자들에게 크메르 제국의 사회·경제학적 환경에 대해 새로운 깨달음을 줬다.

지난해 반티아이 츠마르의 CBT 관광객은 전년 대비 8% 증가했고 소득은 20% 늘었다. 갈수록 활성화되는 CBT 사업과 학자들이 안내하는 개인 투어 등의 추가 프로젝트들은 캄보디아의 풍요로운 문화유산 보존을 위한 자금 마련에 도움이 된다. 문화유산의 보존은 미래 세대를 위한 것일 뿐 아니라 유적지 가까이에 사는 사람들의 일상생활에 지속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 캐시 잔그란데 아이비타임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