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상대방과 ‘눈’을 맞춰라

올해 미국의 대학 졸업식 연설에 나선 명사들은 어떤 명언을 했을까. 자신을 믿고 성공과 실패의 개념을 바꾸라는 그들의 축사를 살펴본다

졸업 연설은 마침 행사가 아니다. 졸업 연설은 업(業)을 시작하는 의식이다. 졸업 연설을 뜻하는 영어 ‘commencement speech’에서 ‘commencement’는 졸업식이라는 뜻 외에 사전적으로 ‘시작’이라는 의미가 더 강하다. 그래서 졸업연설에는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졸업생들을 격려하면서도 냉혹한 현실을 가르치는 메시지를 담는다. 졸업 연설을 대학생활의 진정한 ‘마지막 수업’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지난 5월 26일(현지시간) 미국 하버드대학 졸업식에서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는 “눈맞춤을 절대 포기하지 말라”는 연설을 했다.
“잘 모르는 사람을 찾으라. 그냥 눈을 마주쳐 봐라. 바로 그거다. 여러분이 지금 느끼는 감정이 약간의 사교적 불편함이 섞인, 우리가 공유하는 인간성이다. 나는 여러분이 인간과 연결됐던 지금 이 순간을 기억하길 바란다. 그리고 여러분 모두가 지난 4년 동안 인간과의 연결을 많이 가졌길 바란다. 왜냐하면 오늘부터 여러분은 다음 세대가 올라설 기반의 세대가 되는 길을 걸을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영화에서 여러 가지 미래의 모습들을 상상해 봤지만 실제 미래는 여러분이 결정한다. 그게 정의와 평화가 가득한 미래이길 바란다.”
스필버그가 던진 메시지는 페이스북과 유튜브 등을 통해 세계로 전파됐다. 말의 울림은 컸다. 명사들의 졸업식 축사는 연설문화가 자리 잡은 미국 사회에서 ‘시대의 메아리’로 읽힌다. 올해도 미국 대학 졸업식에서 많은 명사가 새 출발을 앞둔 젊은이들을 향한 격려와 충고·조언을 했다.
하버드대학 졸업식에서 졸업 연사로 나선 사람은 스필버그만이 아니었다. 28세의 아시아 유학생도 단상에 올랐다. 중국인 유학생 허장이다. 그는 이번 졸업식에서 생화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하버드대학 졸업 연설은 졸업생 2000명 중 단 3명에게만 주어지는 영광스런 자리다. 허장은 하버드대학에서 졸업 연설을 한 첫 중국인이 됐다.
후난성의 가난한 농촌 출신인 허장은 “하버드는 우리에게 큰 꿈을 꾸고 감히 세상을 바꾸라고 가르쳤다. 졸업생은 자신을 기다리는 모험의 거대한 종착지를 기대하고 있겠지만 나는 고향 마을의 농부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 어느 때보다 사회가 혁신을 강조하지만 지식의 나눔도 마찬가지로 중요하다. 보다 나은 전달자(communicator)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
졸업은 마침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다. 졸업식을 빛낸 ‘지혜의 말’은 때로는 질책이고 때로는 격려가 된다. 그 채찍질을 나침반 삼아 세계의 청년들은 미지의 세계로 나선다. 올해 미국 대학 졸업식에서 울려 퍼진 졸업식 축사를 정리했다.

자신을 믿고 행동하라
서맨사 파워 | 유엔주재 미국대사(예일대학)
1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를 할 때, 심지어 검색을 할 때도 그 결과는 이전 검색 히스토리나 위치에 기반한 알고리즘에 의해 결정된다. 이 정보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번거로운 과정 없이 듣기 좋은 여론이 된다. 우리는 스스로 편향성을 거스르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여러분은 다른 사람의 의견을 바꿀 수 있다. 휴대전화·노트북의 스크린을 넘어 볼 줄 알아야 한다. 진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알아가기 위한 방법을 고민해 보라.”

로레타 린치 | 미국 법무장관(스펠맨대학)
2
“작은 발걸음은 더 큰 변화의 시작이다. 이 사실을 절대 의심하지 마라. 과학을 통해 우리의 세계를 넓히고, 경제를 통해 경기가 잘 굴러가도록 만들 수 있다. 법을 통해 우리를 자유롭게 만들 수도 있다. 당신이 만들 수 있는 변화를 찾아라. 그리고 행동으로 옮겨라.”

미셸 오바마 | 영부인(잭슨 주립대학)
3
“미국 사회는 많은 부분 진보했다. 하지만 잘못된 역사의 흔적, 불평등한 교육과 사법체계가 여전히 우리의 앞을 가로막고 있다. 구조화된 차별을 극복하기가 쉽지 않다. 변하는 것이 아무 것도 없을 것이라며 손을 들어 버릴 것인가 아니면 가슴을 펴고, 고개를 들고, 숨을 깊게 쉰 뒤 더 높은 곳을 향하겠다고 말할 것인가?”

성공과 실패의 개념을 바꿔라
폴 라이언 | 하원의장(카타즈대학)
4
“완벽한 인생 계획 따위는 종이 분쇄기에 넣어 버려라. 여러분은 영원히 꿈꾸던 직업을 얻지 못할 수도 있다. 원하는 직업을 얻어도 그게 악몽으로 변할 수도 있다. 바라던 직업을 얻지 못하더라도 당신의 인생은 가치가 있다. 재앙처럼 보이는 일도 기회로 바뀔 수 있다.”

러셀 윌슨 | 미식축구선수(위스콘신 메디슨대학)
5
“인생에서 안 된다는 말을 들을 때가 있다. 이땐 장기적인 관점에서 다른 길을 찾아볼 수 있다. 물론 순간의 아픔이 덜하진 않다. 하지만 여러분이 아픔 속에서 영원히 살 필요가 없다. 긴 안목을 갖고 항상 준비하고, 능력을 키워라. ‘안 돼(No)’가 ‘돼(Yes)’로 바뀌는 순간이 있을 거다.

셰릴 샌드버그 |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버클리 캘리포니아대학)
6
“충격을 극복하는 능력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다. 근육과 같은 것이어서 키워야 한다. 그래야 필요할 때 그 능력을 사용할 수 있다. 상상도 할 수 없는 어려운 일이 닥칠 수 있는 게 인생이다. 남편이 사망한 뒤 ‘짙은 안개’와 같은 비탄에 잠겨 도저히 극복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생각은커녕 숨 쉬기조차 힘들었다. 고통에서 벗어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열심히 일하는 것이다. 이것이 당신이 누구인지를 결정하게 될 것이다. 어려운 일을 맡았을 때 내면에 성장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점을 떠올리기 바란다.”

자신에게 투자하라
행크 아자리아 | 배우(터프츠대학)
7
“스스로에게 솔직하라. 무엇을 싫어하고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느끼는지, 무엇이 나를 화나게 하고 겁나게 하고 슬프게 하고 영감을 주고 기쁘게 하는지 알아야 한다. 이런 모든 감정은 당신의 ‘직관’이다. 이런 것을 무시하는 것은 자신이 처할 위험을 무시하는 것이다.”

매들린 올브라이트 | 전 미 국무장관(스크립스대학)
8
“편안하게 해주는 얘기보다 불편하게 하는 얘기에 귀를 기울여라. 친숙한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기보다 낯선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라. 토의를 시작하기 위해 의견을 밝혀야지 토의를 끝내기 위해 의견을 말해서는 안 된다. 여러분이 똑똑하다는 걸 보여주려는 목적으로 대화에 참여하는 것과 고삐를 풀고 마음을 활짝 연 채 이야기를 나누는 것 사이엔 큰 차이가 있다. 더 많이 배우기 위한 노력을 한다는 건 여러분이 친숙하지 않은 의견과 영역을 탐구한다는 것이다.”

스티븐 스필버그 | 영화감독(하버드대학)
9
“내 직업은 두 시간 동안 펼쳐지는 세계를 만드는 것이다. 여러분의 직업은 영원히 남는 세계를 만드는 것이다. 여러분은 미래에 혁신을 하고, 동기 부여를 할 것이며, 리더가 될 것이다. 영화를 만드는 동안 나는 영화가 임무일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여러분이 모두 그런 임무를 발견하길 바란다. 고통스런 것에 등을 돌리지 마라. 관찰하고 도전하라.”
– 임 채 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