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 로봇 탄생에 너무 흥분하지 말라

최신 기술인 것처럼 떠들지만 인간과 인공적인 섹스 상대의 관계는 고대 그리스 신화에도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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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의 섹스 로봇 ‘록시’를 개발한 트루컴패니언가 제공한 광고 사진. 영국에선 섹스 로봇 금지를 요구하는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섹스봇이 몰려오고 있다. 성적으로 ‘기능하는’ 로봇이 더는 할리우드의 판타지가 아니라 실제로 구입해서 사용할 수 있는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몇몇 논평가에 따르면 그것이 섹스의 미래다. 신문은 로봇의 성적 기능과 활동에서 앞으로의 추세를 얘기한다. 잡지 배너티 페어는 최근 미국의 섹스봇 제조사를 소개하면서 ‘섹스 인형의 롤스로이스’라고 불렀다.

실제로 섹스 로봇의 미래가 신속히 다가오는 듯하다. ‘세계 최초의 섹스 로봇’으로 널리 선전된 ‘록시’(“늘 흥분해 있으며 얘기하고 놀 준비가 돼 있다”)는 지난해엔 예약주문으로, 요즘은 온라인으로 구매할 수 있다고 알려졌다(가격 6995달러, 배송료 별도). 그러나 록시는 말하거나 놀거나 둘 중 하나로만 기능할 수 있다. 둘 다는 안 된다는 얘기다. 따라서 옵션을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

섹스 로봇 기술의 가속화를 두 손 들고 환영하는 사람 중에 데이비드 레비가 두드러진다. 그가 쓴 베스트셀러 ‘로봇과의 사랑과 섹스: 인간과 로봇 관계의 진화(Love and Sex With Robots: The Evolution of Human-Robot Relationships)’는 섹스봇 발전으로 도래하는 이상향적 미래를 그린다. 레비는 고독하거나 배우자를 잃은 사람이 특히 많은 혜택을 받을 것이며 “사회적 부적응자나 낙오자가 될 수 있었던 사람 중 다수가 더 잘 균형 잡힌 사람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로봇 이상향에선 매춘이나 성범죄, 외로움이 전부 흘러간 옛 얘기가 된다. 레비는 “외로움에 절어 비참한 사람 전부가 갑자기 누군가를 은밀한 친구로 갖게 되기 때문에 세상은 훨씬 행복한 곳이 될 것”이라며 “그것은 인류에 대한 멋진 서비스”라고 말했다.

그의 말이 옳을지 모른다. 록시에게 도전장을 내민 섹스봇 ‘리얼돌’의 제조사 어비스 크리에이션스는 간호협회, 전립선암 생존자, 화상 피해자, 장애인이 자사 제품을 구입했다고 밝혔다. 또 정신과 의사가 치료에 그 로봇을 사용하며, 자폐증을 앓거나 사회적으로 소외당한 성인 자녀를 위해 부모가 구입하는 경우도 있다고 주장했다.

영국 드몽포르대학 로봇윤리학자로 비영리단체 섹스 로봇 반대 캠페인의 공동 설립자인 캐슬린 리처드슨 박사는 레비의 생각이 틀렸으며 그가 그려낸 이상향의 미래는 실제론 반이상향적 판타지라고 생각한다. “소아성애자, 성폭행범, 인간적 교감이 불가능한 사람은 섹스 인형이나 섹스봇이 아니라 치료가 필요하다.” 또 그녀는 레비가 말하는 로봇 이상향에서 들려오는 성차별적이고 여성혐오적인 이야기를 문제 삼는다. 섹스 로봇은 하나의 물건으로 구입되며 ‘성을 파는’ 수동적인 여성으로 규정하고, 사용자는 안전한 섹스를 필요에 의해 구입함으로써 혼란스런 대인관계를 건너뛰는 활발한 남성으로 그려내기 때문이다. 리처드슨 박사를 비롯한 섹스 로봇 반대론자들은 그런 설정에 의문을 표하고 그 기본틀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컴퓨터 과학자 케이트 데블린이 바로 그 일에 매진한다. 그녀는 로봇 섹스에 관한 인기 있는 이야기(영화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와 ‘엑스 마키나’가 대표적이다)가 하나의 사회적 담론을 형성하고 로봇과 사용자의 태도를 규정하는 방식에 주목한다. 그녀는 섹스 로봇에 관한 그런 부정적인 이야기 대신 ‘새로운 이야기’를 창작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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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그리스 신화에서 피그말리온은 자신이 만든 상아 조각상에 반해 입맞춤으로 그 조각상에 생명을 불어 넣어 결혼한다

역설적이지만 새로운 이야기는 과거에서 나온다. 데블린은 섹스 로봇에 관한 긍정적인 이야기를 창작하는 방법 중 하나가 인간과 휴머노이드 사이의 섹스에 관한 옛 이야기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인간과 인공적인 섹스 상대의 관계는 고대 그리스 신화로 거슬러 올라간다. 키프로스의 조각가인 피그말리온은 자신이 만든 상아 조각상에 반해 아프로디테의 도움을 받아 열정적인 입맞춤으로 그 조각상에 생명을 불어 넣어 결혼한다. 전설과 공상과학의 소재이면서도 글로 적힌 인류 역사의 일부이자 상상한 미래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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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레비는 베스트셀러 ‘로봇과의 사랑과 섹스’에서 섹스봇 발전으로 도래하는 이상향적 미래상을 그렸다.

피그말리온 신화는 로마 시인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에서 묘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욕주의와 순결의 미덕에 관한 교훈적인 이야기로 읽힐 수 있다. 고독한 사회적 부적응자의 인생이 자신의 ‘살아 있는 인형’에 대한 사랑을 통해 새롭게 변한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피그말리온이 상아로 여성 조각상을 만들어 침대로 데려가는 것은 실제 여성과의 섹스를 혐오하기 때문이라고 추론할 수도 있다. 모든 여성을 도덕적·육체적으로 혐오스런 ‘매춘부’로 본다는 얘기다. 오비디우스도 피그말리온의 행위를 동정하지 않는다. 그가 쓴 글은 조각상이 피그말리온의 딸을 상징하며, 따라서 그들의 관계는 불건전하고 부자연스러우며 근친상간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오비디우스가 쓴 피그말리온 이야기의 유력한 출처 중 하나는 그리스 역사가인 폴리비우스가 스파르타 폭군 나비스의 무시무시한 고대 로봇 인형에 관해 쓴 내용이다. 나비스는 세상을 떠난 아내 아페가를 닮은 인형 기구를 사용해 반대자들을 사형했다. 이 기구는 미인의 모습처럼 화려하고 아름다운 의상을 입혔고 가슴과 팔에 많은 철못이 감춰져 있었다. 그 품에 안기면 못에 찔려 죽는다.

사실 그보다 더 앞서는 원조 반페미니스트 ‘로봇’ 이야기도 있다. 그리스 시인 헤시오도스의 작품 ‘노동과 나날’에 나오는 판도라의 창조에 관한 내용이다. 판도라는 ‘아름다운 악’으로 최초의 섹스 로봇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프로메테우스가 불을 훔쳐 인간에게 가져다 주자 제우스는 세상의 남자에게 벌을 주고자 계획을 세운다. 그는 헤파이스토스를 시켜 물과 흙을 이용해 판도라를 만든다. 그 다음 여러 여신이 판도라를 치장해주고 성적 매력을 극대화하는 기술을 전수한다. 그런 판도라가 세상에 도착하면서 남성의 천국은 종말을 고한다.

그처럼 ‘섹스 로봇’은 고대 그리스부터 로마를 거쳐 현대 캘리포니아의 창고까지 오랜 시간에 걸쳐 존재해왔다. 지금 갑자기 섹스봇이 몰려온다고? 천만에. 그런 로봇은 고대부터 있었다.

– 제네비에브 라이블리

[ 필자는 영국 브리스틀대학 고전학 교수다. 이 기사는 온라인 매체 ‘컨버세이션’에 처음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