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돈을 더 많이 번다면…

미국의 밀레니엄 청년 세대 중 이공계와 인문계 졸업자의 연봉 격차가 갈수록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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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엄 청년 세대의 빈부격차 문제는 미국의 다른 어느 세대보다 더 두드러진다. 근년 들어 티파니 벨크(왼쪽)는 언니 로렌과의 커다란 소득격차를 실감해 따로 독립해 나왔다(왼쪽 사진). 1980년대 어린 시절의 자매(오른쪽 사진).

2014년 크리스마스 때 티파니 벨크(29)는 적지 않은 스트레스를 받았다. 문예창작과를 졸업한 그녀는 오래 전부터 전공을 살려 할아버지의 전기 저술을 도와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래서 몇 년 전 대학 졸업 후 다니던 뉴욕의 브랜딩 에이전시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그리고 조부에게 전화를 걸어 “할아버지 책을 쓰러 갈게요”라고 알렸다. 보수를 받지는 않지만 근무시간이 탄력적인 일자리를 구해 생계를 꾸려갈 계획이었다. 그녀는 언니인 로렌 호지킨스(30)가 텍사스주 조지타운의 1만여㎡ 부지에 소유한 저택에 얹혀 살기로 했다. 결혼해 두 자녀를 둔 언니는 대학 졸업 후 의사 조수(준의사 자격자)로 취업해 8만5000달러의 연봉을 받았다. 석유업계에 종사하는 형부의 수입과는 별도 소득이다.

성탄절 연휴까지는 언니와의 엄청난 소득 격차가 큰 문제로 느껴지지 않았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자 선물하기 좋아하는 언니 부부는 트리 아래 놓아둘 선물에 돈을 아끼지 않았다. 그것이 티파니의 자격지심에 불을 붙였다.

“나도 애썼지만 큰 선물을 구입할 능력이 없어 따라하지 못했다”고 티파니는 말했다. “물론 언니 부부는 신경 쓰지 말라고 했지만 그래도 앞날이 불안하고 자신감을 잃었다. 집세도 내지 않는데 번듯한 선물 하나 구입할 만큼의 돈도 모으지 못했으니 말이다.”

티파니와 로렌 자매처럼 현격한 소득 격차는 이들 세대에서 그리 드문 일은 아니다. 밀레니엄 청년 세대의 빈부격차 문제는 미국의 다른 어느 세대보다 더 두드러진다. 대학을 갓 졸업한 엔지니어링 전공자는 실리콘밸리에 취업해 고액 연봉을 받는다. 보잘것없는 연봉을 받는 또래 문학 전공자들이 머리를 쥐어짜 만든 ‘콘텐트’를 토대로 앱을 개발한다. 로 스쿨과 비즈니스 스쿨 졸업자들은 억대 연봉을 주는 직장에 편하게 걸어 들어가는 반면 또래 친구들은 비영리단체나 관공서 취업에도 어려움을 겪는다. 교사와 사회복지사들은 동창생들이 벤처자본을 지원받아 신생벤처를 창업하거나 구글 같은 첨단기업에서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멀리서 지켜본다.

선택 받은 일부 밀레니엄 청년 세대의 앞엔 황금으로 포장된 출세가도가 열려 있다. 시장조사 업체 퓨처캐스트에 따르면 연간 소득이 50만 달러(약 6억원)를 넘는 미국인 중 35세 미만자가 3분의 1을 차지한다. 이들은 변호사·경영자·엔지니어·벤처기업가가 주를 이루는 소득 계층에 속한다.

하지만 밀레니엄 세대 중 6만 달러(약 7000만원) 이하 연봉자가 대다수, 다시 말해 90%를 차지한다. 한 가지 문제는 특히 대졸 이하 학력자의 낮은 임금상승률이다. 1990년대 중반 취업한 대졸자는 취업 후 첫 5년 사이 소득이 50% 증가했다. 미국 인구조사국의 인구동태조사 결과다. 반면 2008년 대학을 나온 밀레니엄 세대는 같은 기간 동안 소득 증가율이 25%에도 못 미쳤다.

대졸자 임금상승률이 저조하지만 인구통계를 보면 그래도 대졸 학력자가 나은 편이다. 2013년 대졸 학력 밀레니엄 세대의 실업률은 3.7%인 반면 고등학교 중퇴자는 13.5%였다.

고소득자의 연봉과 저축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따라서 시간이 지날수록 격차가 더 크게 벌어진다. 언니는 미래를 위해 저축을 하면서 가처분소득을 어떻게 쓸지 결정하지만 동생 티파니는 눈 앞의 동전 한 푼에 연연한다. “내 인생은 항상 이른바 월마트 라이프스타일이었다. 내게 50달러짜리 제품은 사치”라고 그녀는 말했다.

티파니는 최근 동물 보호시설의 애완견 입양 상담사로 주 3일씩 출근하기 시작했다. 시급 13달러의 보수는 대도시 전문직 종사자 시절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

언니 호지킨스는 경제적으로 큰 기여를 하지 못하는 동생에게 기꺼이 손님 침실을 내줬다. 티파니는 언니 부부가 일하러 나갔을 때 대신 장을 보고 자녀 양육을 도왔다. 그녀는 가족과의 시간도 소중했지만 자신의 공간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때로는 같이 사는 식구라기보다 베이비시터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그녀는 말했다. 지금은 텍사스주 인근 도시 오스틴의 침실 2개짜리 아파트에서 친구와 함께 생활한다.

친구나 가족과의 관계에서 빈부격차를 헤쳐나가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 심리학자이자 인간관계 전문가인 아이린 S 레빈은 친구 사이에 경제적으로 격차가 있을 때는 돈 이야기, 예컨대 연봉이나 고가품 구입가격에 관한 질문을 피해야 한다고 말한다. 소득 불균형 문제의 표면화를 피하는 게 장기적으로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최상책이라는 뜻이다. “운동을 좋아해 친구가 됐다면 함께 산책하거나 등산을 다녀도 좋다”며 레빈은 덧붙인다. “꼭 킬리만자로에 올라갈 필요는 없다.”

30세 벤처기업가인 도니 갬블은 자신이 개설한 투자자 교육 사이트 PersonalIncome.org를 통해 중산층과 부유층 간의 격차를 메운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그는 특히 다른 길을 택하고자 할 경우 친구를 사귀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자신이 가려는 길에 있는 사람과 어울려야 한다. 그들에게서 무엇을 성취할 수 있는지를 배우며 사고가 확장된다”고 그는 말한다.

경제적 불확실성의 시대에 자라난 밀레니엄 세대는 이전 세대만큼 돈에 큰 가치를 두지 않을지 모른다.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듯하면 자신의 인생을 찾아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게 가장 확실한 대책”이라고 구글 중역 출신으로 뉴욕시에서 관리직 개인 코치로 일하는 메건 헬레러(31)는 말한다. “앞날이 어떻게 될지 모르더라도 마음에 환하게 불이 들어오는 뭔가를 매일 한 가지씩 실행해 보라.”

티파니에겐 현재 글쓰기가 그런 일이다. 하지만 5~10년 뒤에도 그런 느낌이 유지될지 확신하지 못한다. 진로를 바꾸고자 해도 대안이 별로 없어 보인다. “우리 앞 세대에선 한 직장에 40년 동안 종사한 사람들도 있는데 지금은 그처럼 안정적인 일자리가 많지 않아 때로는 힘들다”고 그녀는 말한다.

티파니는 지금은 독립해서 돈에 관해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어울린다. 친한 직장 동료도 많이 생겼다. 그들은 티파니와 마찬가지로 여가시간에 예술적인 취미활동에 집중한다. 대다수가 장래의 주택마련이나 자녀를 꿈꾸지 않는다.

티파니는 “경제적으로 나와 비슷한 길을 걷는 사람들과 어울리기 때문에 마음이 편하다”고 했다. “돈 있는 사람은 금전적인 제약 속에서 살아가는 현실이나 그만큼 돈을 벌지 못해도 행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기 어렵다. 이것은 라이프스타일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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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렌 라이온스 콜 아이비타임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