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게는 가볍게 내부는 넓게

루이뷔통, 여행가방의 손잡이 레일을 외부로 옮겨 넉넉한 수납공간 구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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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뉴슨이 디자인한 루이뷔통 여행가방은 원단뿐만 아니라 제작 방식 등 모든 과정이 기술특허를 받았다.

여름 휴가를 떠나려고 짐을 꾸릴 때 많은 사람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불편함이 있다. 요즘 거의 모든 여행가방에 달린 길이 조절형 손잡이 때문이다. 손잡이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가방 안에 한쌍의 레일이 나란히 튀어나와 있으니 짐을 가지런히 넣기가 어렵다.

안 그래도 짐을 꾸리려면 신경 쓰이는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닌데 가방 내부의 들쭉날쭉한 공간까지 고려해야 하니 짜증스럽다. 레일 양쪽의 움푹 들어간 공간에 접은 속옷과 목욕용품, 타이 등을 먼저 채워 넣어야 그 위에 정장 상의와 바지를 구겨지지 않도록 평평하게 넣을 수 있다. 물론 세상에는 인간을 괴롭히는 더 심각한 문제가 많다. 하지만 아무리 똑똑한 사람들도 이 지구에 평화와 경제적 안정을 가져오는 데는 실패했으니 우린 해결 가능성이 더 큰 문제에 도전하는 게 좋을 듯하다.

호주의 산업 디자이너 마크 뉴슨이 최근 루이뷔통을 위해 그런 일을 했다. 그는 세계에서 가장 진보된 형태의 바퀴 달린 여행가방을 탄생시켰다. 난 루이뷔통 여행가방을 좋아한다. 특히 밝은 모래 빛깔의 VVN 가죽으로 된 것을 좋아한다. VVN 가죽은 보통 루이뷔통 모노그램 캔버스 백의 끈 소재로 쓰인다. 하지만 가방 전체를 이 가죽으로 만들면 정말 멋지다(이런 제품은 보통 특별 주문을 통해서만 구입할 수 있다).

뉴슨이 루이뷔통과 함께 일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몇 년 전 건축가 프랭크 게리, 패션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 사진가 신디 셔먼 등과 함께 루이뷔통의 모노그램 가방 디자인 작업에 참여했다. 뉴슨은 배낭을 디자인했다. “난 짐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꾸리는 데 초점을 맞춘다”고 그는 말했다. “가방의 무게와 부피에도 매우 신경을 쓴다. 하지만 대다수 가방 업체들은 그런 사항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는다. 또 길이 조절형 손잡이가 가방 내부 한가운데를 지나면서 공간을 양분하는데도 그런 불편함을 개선하려는 시도 자체가 없었던 듯하다.”

뉴슨은 대다수 가방 업체가 손잡이나 바퀴 같은 부품은 기성제품을 사서 쓴다고 말한다. 규모의 경제가 미학적 관점과 편리성을 누르고 대충 쓰다가 버리는 가방을 제작하는 풍조를 만들었다. 사람들은 가방을 사서 쓰다가 고장 나면 버리고 새것으로 교체하는 과정을 되풀이한다. 뉴슨이 혐오하는 바람직하지 못한 사이클이다. 그는 또 소위 ‘매립형’ 디자인도 혐오한다. 수선이나 재활용이 불가능한 아이템을 말한다. 뉴슨은 기성 부품에 껍데기만 씌우는 디자인 대신 백지에서 시작하는 완전히 새로운 디자인을 택했다

뉴슨은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가방은 “매우 가볍고 튼튼하면서도 내부 공간이 쓸모 있고 넓어야 한다”고 말한다. 무게를 가볍게 하면서도 내부 수납 공간을 늘리기 위해 그가 사용한 방식은 사실 누구라도 생각할 수 있는 것이었다. 길이 조절형 손잡이 레일의 위치를 가방 외부의 양쪽 가장자리로 옮겼을 뿐이다. 그렇게 하니 가방 내부 한가운데 불쑥 튀어나왔던 부분을 제거할 수 있었다.

뉴슨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그는 가방은 ‘포뮬러 원’ 경주용 자동차처럼 생각해야 한다고 말한다. 높은 수준의 기술이 요구될 뿐 아니라 잠깐 쓰고 버리는 상품이 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는 일반 나사 대신 특별 제조된 나사를 써서 수리할 수 있도록 했다. 또 가방이 하나의 지퍼로 닫혀지도록 만들었으며 잠금장치는 미 교통안전국(TSA)에서 승인한 제품을 측면에 설치했다.

하지만 사용자가 이 가방을 대할 때 처음 주목하는 부분은 그런 세부사항이 아니라 가벼운 무게다. 가장 작은 기내용 가방의 무게는 약 2.7㎏에 불과하다. 평균 사이즈의 기내용 가방은 약 3㎏이며 내년에 출시될 화물용 여행가방의 무게도 3.2㎏ 정도다.

뉴슨은 이 가방에 탄소섬유가 아니라 재활용 가능한 직물 소재를 이용했다고 말했다. 이 가방은 또 탄력이 좋아 잘 찢어지지 않으면서도 형태를 유지한다. 루이뷔통 캔버스 원단은 장식적인 효과뿐 아니라 견고성과 유연성도 뛰어나다. 이 소재는 두 가지 원단을 기계에 넣고 열을 가해서 접착시켜 만든다. “모든 과정이 기술특허를 받았다”고 뉴슨은 말했다. “우리는 이 가방을 제작하는 방식을 발명했으며 다른 누구도 이 방식을 사용할 수 없다.”

“명품은 대규모 생산의 장점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뉴슨은 말했다. “그것이 최고의 상품을 위한 설비 투자를 정당화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경쟁력을 갖추려면 현대 기술과 현대적인 생산 과정을 이용해야 한다. 경우에 따라 그런 과정을 새로 개발할 필요가 있다.”

대중에 널리 알려진 루이뷔통 제품 대다수는 지난 100년 동안 거의 변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것들이 처음 나왔을 때 얼마나 과감하고 혁신적이었는지를 잊기 쉽다. 루이뷔통은 기차나 배에 여러 층으로 쌓아 올릴 수 있는 뚜껑이 납작한 트렁크를 처음 개발했다. 뉴슨과 루이뷔통의 콜라보레이션도 그런 혁신적인 정신을 바탕으로 한다.

루이뷔통 트렁크는 아름다운 제품이다. 나도 하나 갖고 싶다. 하지만 요즘은 여름 휴가 때 짐꾼에게 트렁크를 맡기는 사람이 거의 없다. 뉴슨의 바퀴 달린 여행가방은 여행객에게 루이뷔통의 우아함을 간직하면서 짐꾼 비용도 절약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 니컬러스 포크스 뉴스위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