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AI’ 시대 열어야 승자

미래 보장하는 ‘카테고리’를 개발하지 못한 야후에 이어 애플도 교착상태지만 아마존은 클라우드 컴퓨팅 등으로 승승장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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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야후는 최근 미국 최대 통신사업체 버라이즌에 매각됐다. 애플은 수익과 판매의 감소를 겪으면서 교착상태에 빠진 듯하다. 아마존은 클라우드 컴퓨팅인 ‘아마존 웹서비스’로 제2의 삶을 만들어냈다.

10년 전으로 돌아가 사람들에게 디지털 기술업계의 가장 유명한 3개사인 야후·애플·아마존이 10년 뒤에 어떻게 될지 이야기해주면 그들은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는 반응을 보일 게 분명하다. 그 회사들은 2006년 이래 적어도 한 번은 업계 내부에서 권력 서열을 바꿨다. 이제 또 다시 그럴 조짐이 보인다. 그 결과는 앞으로 기술이 어디로 향할지에 관해 많은 것을 알려줄 것이다.

야후는 과거의 영광을 되찾으려고 수년 동안 발버둥치다가 최근 미국 최대 통신사업체 버라이즌에 매각됐다. 지난해 AOL를 인수한 버라이즌은 야후의 온라인 광고사업과 부동산 등 핵심 부문을 50억 달러에 사들이기로 했다. 그 정도도 상당히 후한 값을 쳐준 셈이다.

지난 10년 동안 모든 이의 사랑을 한몸에 받았던 애플은 수익과 아이폰 판매의 감소를 겪으면서 교착상태에 빠진 듯하다.

한편 야후와 같은 시기에 창업한 아마존은 클라우드 컴퓨팅인 ‘아마존 웹서비스(AWS)’로 놀라운 제2의 삶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고 ‘알렉사’ 인공지능(AI) 시스템을 중심으로 제3의 대형 사업을 구축할 태세다. 지난 7월 말 아마존은 올해 2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1% 늘어난 304억 달러였다고 발표했다. 2012년 1분기 33.8% 이후 4년여 만에 최대 증가로 애널리스트들의 예상치인 296억 달러를 뛰어넘었다.

야후는 우리의 과거다. 하지만 그 과거가 애플의 미래를 보여줄지 모른다. 기술은 대부분 승자독식 산업이다. 내가 공동 저자들과 함께 쓴 책 ‘창조 기업(Play Bigger)’에서 자세히 설명했듯이 뛰어난 기술 업체들은 과거에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비즈니스 카테고리를 정의하고 개발한다. 대개 그 회사들은 수년, 길게는 수십 년 동안 그 시장에서 돈과 관심의 거의 전부를 집어삼킨다. 1990년대 야후가 그랬다. 야후는 ‘웹 포털(web portal)’이라는 듣도 보도 못했던 새로운 카테고리를 정의하고, 개발하고, 지배했다. 1990년대 말 그 카테고리가 전성기였을 때 야후의 기업 가치는 1280억 달러에 이르렀다. 버라이즌이 이번에 야휴를 인수하는 가격의 25배 이상이었다.

‘웹 포털’이 최고 인기였을 때를 기억하는가? 급속히 확장되면서 혼란스러워진 웹 속으로 간편하게 들어가는 길잡이가 필요했을 때였다. 야후는 편리한 단일 화면으로 우리를 뉴스와 이메일, 관심 있는 서비스로 안내해줬다. 늘 그렇듯이 익사이트와 AOL 등 수많은 다른 기업도 그 시장에 비집고 들어가려 했지만 결국 야후가 그 천하를 지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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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비서 시스템인 아마존 에코는 질문에 답하고 요구하는 정보를 찾아주고 심지어 책까지 읽어준다.

그러다가 2000년대 초 구글이 등장했다. 구글은 ‘검색(search)’을 우리가 웹으로 들어가는 진입점으로 만들었다. 그러면서 우리에겐 야후 같은 안내자가 필요 없어졌다. 구글은 우리가 가고 싶은 곳으로 직접 정확히 데려다줬다. 호기심의 웹 시대는 끝났다. 이제 웹은 하나의 도구가 됐다. 야후가 개발한 카테고리였던 ‘포털’은 프로야구팀의 나이 든 유격수처럼 지위가 강등됐고, 구글이 정의한 새로운 ‘검색’ 카테고리가 승승장구했다. 야후는 쇠퇴하는 카테고리의 제왕으로 남아 있었다. 야후 자체가 변신하지 못하고 쇠락했다는 뜻이다. 그때까지도 야후는 뉴스, 대화방, 이메일 같은 많은 사업을 거느렸다. 그것은 더는 카테고리를 지배하는 사업이 아니라 어느 기술기업이나 제공하는 서비스였다. 물론 그런 것도 괜찮은 사업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투자자가 몰려들고 CEO가 다보스 세계경제포럼(WEF)에 연사로 초대되는 그런 사업은 아니다.

마리사 메이어에게 승산이 없었던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메이어는 2012년 야후의 CEO로 영입됐다. 카테고리를 정복하던 시절로 야후를 되돌려 놓는 것이 그녀의 임무였다. 메이어가 CEO로 야후에 첫 출근하자 직원들은 ‘희망(HOPE)’이라고 쓴 포스터를 회사 벽에 붙였다. 2008년 버락 오바마의 미국 대선운동 포스터를 상기시키는 듯했다. 메이어는 “상징적인 야후를 업계 최고의 자리로 다시 올려 놓겠다”고 선언했다. 그러기 위해선 1990년대의 ‘웹 포털’처럼 새롭고도 획기적인 카테고리를 정의하고 개발하고 지배해야 했다. 그건 거의 불가능한 임무였다. 획기적인 카테고리를 창조하는 스타트업은 전체의 1% 중에서도 몇 분의 1에 불과하다. 비전과 생각이 비상한 지도자가 없다면 기존의 거대 기업이 그런 카테고리를 창출할 가능성은 더더욱 없다.

이제 애플을 보자. 스티브 잡스가 1997년 CEO로 복귀했을 때 애플은 쇠락해가는 야후와 다름없었다. 시대에 뒤진 제품에 매달려 개혁과 변신에 번번히 실패하면서 선 마이크로시스템스에 거의 넘어갈 뻔했다. 하지만 잡스는 기적을 일으켰다. 그는 획기적인 새로운 카테고리를 잇따라 창조했다. 2001년 아이팟·아이튠스 사업, 2007년 아이폰, 2010년엔 아이패드로 업계를 지배했다. 잡스 아래의 애플은 이런 카테고리를 정의하고 개발하고 지배하면서 수익과 시장을 거의 독차지했다. 고성능 모바일 기기가 소비자의 선호하는 디지털 ‘마약’이 되면서 애플은 투자자들에 의해 지상에서 가장 가치 높은 회사가 됐다.

그게 반드시 좋은 얘기는 아니다. 현재 애플의 CEO인 팀 쿡이 야후의 메이어가 받았던 푸대접을 그대로 당할 가능성이 있는 이유다. 우리가 스마트폰과 태블릿을 무척 좋아하며 올해도 수천만 명이 그 기기를 사겠지만 그 카테고리의 전성기는 곧 끝날 것이다. 애플이 또 다시 획기적이고 새로운 사업 카테고리를 개발하고 지배할 가능성은 솔직히 말해 거의 ‘제로’다.

쿡 CEO가 그런 마술을 부릴 수 있다고 기대하다간 실망할 게 뻔하다. 쿡의 애플이 견실하지만 낡아가는 아이폰·아이패드 카테고리에서 최대한의 수익을 짜내면서, 애플 워치 같은 주변부의 새로운 제품으로 소비자의 관심을 유지할 것으로 기대하는 편이 더 현실적이다. 애플이 기술업계의 ‘프록터 앤드 갬블’이나 ‘제너럴 모터스(GM)’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다시는 스티브 잡스의 애플로 돌아갈 수 없다.

아마존으로 시선을 돌려 보자. 지난 20년 동안 아마존은 온라인 소매업의 카테고리를 정의하고 개발하고 지배했다. 만약 그동안 아마존이 온라인 소매업과 다른 새로운 거대 카테고리를 창조하지 않았다면 아마존도 야후나 애플의 전철을 밟았을 것이다. 그러나 제프 베조스 CEO가 이끄는 아마존은 그토록 보기 드문 ‘카테고리 창조 유전자’를 갖고 있는 듯하다. 지난 10년 동안 아마존은 클라우드 컴퓨팅 카테고리를 구축했으며, AWS가 그 카테고리를 지배한다. 지난해 AWS 매출은 전년 대비 72% 늘었다. 업계 2위인 마이크로소프트(MS)의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 매출의 4배나 됐다. 지난 2분기 AWS는 아마존 전체 수익의 40%를 차지했다. 카테고리 창조의 위력이다.

AWS는 우리가 앞으로 어디로 향하는지에 관해 많은 것을 알려준다. 우리는 야후의 PC와 웹 시대를 지났고, 지금 스마트폰과 앱의 시대를 거쳐가는 중이다. 기술의 다음 세대에선 거의 모든 기능이나 서비스만이 아니라 우리의 모든 디지털 기기가 ‘클라우드’에 담겨 있을 것이다. 스마트 워치든 자동차든 화장실이든 전부 서로 연결된 기기를 통해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세계에선 구태여 다양한 기능을 가진 고성능 스마트폰을 갖고 다닐 필요가 없다. 모든 기능은 클라우드에 있고 기기는 우리 주변에 온통 깔려 있을 것이다. 그 모든 것은 AWS와 다른 업계의 유사 서비스에 의해 작동될 것이다.

놀랍게도 아마존은 지금 또 다른 카테고리를 창조하는 듯하다. 기기인 ‘에코’와 소프트웨어인 ‘알렉사’가 중심인 AI 비서 시스템이다. 어쩌면 이것이 스마트폰의 후계자가 될지 모른다. 우리가 시계나 자동차, 화장실에 직접 음성으로 의사를 전달해 우리가 누구인지 무엇을 어떻게 해주기 원하는지 알게 하는 기술이다. ‘소비자 AI’라는 이 새로운 카테고리에서 아마존이 제왕이라고 선언하기는 아직 이를지 모르지만 현재로선 선두를 달린다. 아마존이 ‘클라우드 컴퓨팅’과 ‘소비자 AI’ 카테고리의 제왕이 될 수 있다면 구글·페이스북·MS 같은 기술 대기업들은 잔뜩 겁먹고 아마존에 지지 않으려고 미친 듯이 투자해댈 것이다. 그들은 아마존 때문에 카테고리가 잠식당해 자신들도 야후처럼 쪼그라들지 않으려고 발버둥치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안다.

아무튼 10년 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그 시절 사람들에게 이 모든 것을 구태여 얘기해줄 필요는 없다. 그냥 야후 주식은 팔고 나를 위해 애플과 아마존에 투자하라고 전하라. 그래야 내가 이런 칼럼을 쓰지 않고 하루 종일 보트나 타고 노닥거릴 수 있을 테니까.

– 케빈 메이니 뉴스위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