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마리 토끼 잡는 자유무역

미국 대선 후보들은 FTA로 일자리가 감소한다고 비판하지만 국제정치 안정과 평화 도모의 효과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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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의 번영이 다른 나라와의 무역에 좌우된다면 상거래를 방해하는 전쟁을 일으킬 가능성이 크게 줄어든다.

미국의 대통령 후보들에겐 지금이 자유무역을 맘껏 비판할 수 있는 시기다. 일자리를 강조해 표심을 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 제일주의를 강조하고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고 나선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는 ‘글로벌리즘’을 공격하며 “미국의 일자리와 자산, 공장을 멕시코와 해외로 이전하는 무역 정책”을 여러 차례 비난했다.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후보도 자유무역에 관해선 비슷한 목소리를 낸다. 그녀는 태평양 연안의 12개국이 참여하는 다자간무역협정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비판하며 미국 재계에 심각한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물론 그렇게 말하는 근거가 없진 않다. 하지만 그들의 견해는 자유무역 이슈에서 한쪽으로 편향된 시각을 드러낸다. 그처럼 무역에 관한 논의를 일자리 손실에만 국한시키면 자유무역의 가장 중요한 혜택이 무시된다. 세계 수십억 명이 누릴 수 있는 평화를 말한다.

무역협정은 국제적인 무력 충돌을 예방하고 국가들 사이의 협력을 도모해 평화를 유지할 수 있는 효과적인 도구다. 미국 대선 후보 캠프의 정책 전문가들은 무역협정을 미국의 일자리 시장을 불안케 하는 요인으로 보지 말고 국제 정치를 안정시키고 평화를 유지해주는 수단으로 적극 활용해야 한다.

자유무역은 국제사회의 효과적인 평화유지군 역할을 한다. 왜 그럴까? 논리는 간단하다. 한 국가의 번영이 다른 나라와의 무역에 좌우된다면 상거래를 방해하는 전쟁을 일으킬 가능성이 크게 줄어든다. 분쟁이 발생해도 교역국들은 무력보다 평화로운 수단을 찾을 수밖에 없다.

수세기 전 임마누엘 칸트 같은 철학자들도 무역의 평화 유지 효과를 이해했다. 칸트는 ‘영구평화론’에서 자유로운 상거래와 교역이 폭력을 줄이고 평화를 넓힌다고 설파했다. 현 시대에 와선 수많은 실증 연구가 무역과 평화의 상관관계를 명확히 확인해 준다.

예를 들어 미국 텍사스대학에서 실시된 한 연구는 1960년부터 2000년까지 다양한 국가들의 상황을 조사했다. 그 결과 더 높은 관세를 비롯해 자유무역을 방해하는 장벽이 국제적 무력 충돌의 가능성을 키우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무역장벽이 적은 나라들은 다른 나라를 침공하거나 침략당할 가능성이 적었다.

같은 맥락에서 스탠퍼드대학의 한 연구에 따르면 1950∼2000년 국가간의 전쟁은 이전 세기의 약 10분의 1에 불과했다. 여기서 연구팀은 1950년 이래 글로벌 무역 네트워크가 거의 4배로 성장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이 연구를 주도한 매튜 잭슨 교수는 “국가들이 군사적인 힘을 기꺼이 사용할지 여부는 궁극적으로 경제적 이익이 좌우한다”고 설명했다.

추가적인 증거가 필요하다면 유럽을 보라. 제2차 세계대전 후 유럽 경제가 완전히 무너졌을 때 유럽은 유럽석탄철강공동체(ECSC)를 결성해 필수적인 원자재를 위한 공동시장을 만들었다. ECSC는 서유럽을 통합하고 유럽연합(EU)의 현대적 발전의 토대를 제공하고자 설립된 국제조직이었다. 1950년 프랑스 외무장관 로베르 쉬망이 제안한 것으로 프랑스와 독일 간 석탄과 철강을 둘러싼 분쟁 방지와 경제적 성장 및 평화 증진을 그 목적으로 한다. 1951년 4월 18일 프랑스·독일·벨기에·룩셈부르크·네덜란드의 파리협정 체결로 공식 출범했다.

그러나 창설 이유 중 경제적인 것은 일부에 불과했다. 쉬망 프랑스 외무장관은 당시 “공동시장을 만드는 목적은 전쟁을 이념적으로 생각할 수 없도록 만들 뿐 아니라 아예 물리적으로도 불가능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명확히 선언했다.

6개 회원국으로 시작된 ECSC가 현재 28개 회원국으로 구성된 EU로 발전했다. 공통의 경제적 이익이 평화를 유지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놀라운 모델이다. 얼마 전 영국이 ‘브렉시트’ 국민투표로 EU에서 탈퇴하기로 결정했지만 그럼에도 영국 정부는 상품과 서비스가 유럽과 자국 사이에서 계속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도록 무역협정을 새로 협상할 계획이다.

20개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미국은 ‘열린’ 무역 정책의 외교적인 혜택과 그것이 조성해주는 국제협력의 효과를 최대한 이용한다.

예를 들어 한미 FTA를 보자. 2006년 6월 협상을 시작으로 2007년 4월 정부 간에 타결됐고, 양국 의회 비준을 거쳐 2012년 3월 15일 발효된 한미 FTA는 미국과 한국 사이의 상품 이동에서 관세를 크게 줄였을 뿐 아니라 무역 외 다른 주요 이슈에서도 양국 관계를 강화하는데 기여했다. 한국과 미국은 FTA에 서명한 이래 기후변화부터 핵확산 방지까지 여러 주요 프로젝트에서 서로 긴밀하게 협력한다. 트럼프 후보는 한미 FTA를 실패한 정책으로 규정하고 재협상을 주장하며 최근 강화되는 국제사회의 보호무역주의 움직임을 선거 전략으로 활용한다. 하지만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최근 한·미 FTA 체결로 미국의 무역수지가 157억 달러 개선되는 효과가 나타났다고 평가했다(지난해 미국은 한국을 상대로 283억 달러의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했지만 FTA가 체결되지 않았을 경우 그 규모가 440억 달러에 달했을 것이라는 분석을 근거로 제시했다).

미국은 또 콜롬비아·요르단·칠레와도 FTA에 서명했다. 거기엔 노동과 환경 분야에서도 서로 협력하고 높은 수준의 규범을 도입하겠다는 약속도 포함된다.

하지만 미국이 전략적 무역 파트너 관계의 잠재력을 완전히 활용하려면 아직 멀었다. 현재 무역을 늘리기에 가장 바람직한 곳은 옛 소련권 국가들이다. 그 나라들은 국제사회에 경제적·정치적으로 통합되고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기를 열망한다.

EU 집행위원회는 지난 7월 초 EU와 조지아·몰도바 간 협력협정의 공식 발효를 선언했다. 집행위원회는 성명에서 “협력협정이 EU와 ‘동부 파트너십’ 국가 간 정치·경제 관계를 강화하고, 더 깊이 있고 포괄적인 자유무역지대를 창설할 수 있게 해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몰도바는 EU와의 무역협정을 통해 민주주의를 강화하고 인권을 보호하도록 정치 시스템을 개혁하기로 약속했다.

특히 캅카스(러시아 남부, 카스피해와 흑해 사이에 있는 산계) 지역의 조지아는 아시아와 EU 사이의 경제·에너지 관문 역할을 하는 전략적 위치에 있어 모든 나라의 무역 파트너로서 완벽한 입지를 자랑한다.

러시아와의 전쟁으로 무력 분쟁의 참상을 너무도 잘 아는 조지아는 터키와 아제르바이잔, 아르메니아부터 옛 소련권 8개국과 EU까지 수많은 이웃 나라와 무역협정을 체결했다. 최근 조지아는 무역 개방성에서 세계 178개국 중 3위를 차지했다. 미국-조지아의 무역관계가 강화되면 캅카스 지역의 안정과 주변 지역의 평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자유무역은 국가들에 주는 경제적 혜택보다 평화와 세계 질서 유지에 도움을 준다는 사실이 훨씬 더 중요하다. 미국의 대선 후보들은 자유무역의 그런 외교적인 잠재력을 폄하해선 안 된다.

– 파타 부르출라제, 유리 바네티크

[ 필자 파타 부르출라제는 유엔 평화대사와 유니세프 친선대사를 역임했고, 현재 조지아 차기 총리에 출마했다. 유리 바네티크는 미국 싱크탱크 클레어몬트연구소의 선임 연구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