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처럼 경이롭고 위험하게

베르너 헤어초크 감독의 새 다큐멘터리 ‘로 앤 비홀드’, 인터넷의 탄생 과정과 인간 사회에 미치는 영향 탐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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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초크의 다큐멘터리에서는 섣부른 판단을 내리지 않으려는 조심스러움이 엿보인다.

2006년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서 끔찍한 교통사고로 사망한 니키 캐처러스(당시 18세)의 사진은 안 보는 게 좋다. 그 사진을 인터넷에서 삭제하려는 그녀 부모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여전히 사이버 공간을 떠돌아 다닌다. 사람들은 인터넷에서 롤러블레이드를 타는 닥스훈트(독일 원산의 개)의 사진을 보고, ‘풀 하우스’(1987~1995년 방영된 미국 시트콤)에 관한 버즈피드 퀴즈를 풀고, 도널드 트럼프의 몸단장 습관에 관한 기사를 읽는다. 그럴 시간이 있으면 차라리 산책을 하라고 말하고 싶다. 두개골이 깨지고 온몸이 심하게 훼손된 캐처러스의 시신이 찌그러진 자동차에 반쯤 걸려 있는 그 끔찍한 사진과 그것이 인터넷에 돌아다니게 된 과정은 인간의 가장 추악한 본능을 드러내준다.

독일 출신 영화 감독 베르너 헤어초크의 새 다큐멘터리 ‘로 앤 비홀드(Lo and Behold)’에 캐처러스의 유족이 등장한다. ‘로 앤 비홀드’는 인터넷의 탄생 과정과 그것이 오늘날과 미래의 인간 사회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이해하려는 노력을 다룬 작품이다. ‘연결된 세계의 몽상(Reveries of the Connected World)’이라는 부제가 붙었지만 캐처러스의 죽음에 초점을 맞춘 대목은 몽상이라기보다는 분노 섞인 애도에 가깝다. 끔찍한 사고로 목숨을 잃은 그녀뿐 아니라 디지털 주먹질로 사람들에게 실제로 상처를 주는 익명의 트롤(부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낼 목적으로 도발적인 내용의 게시물을 올리는 인터넷 사용자)이 존재하지 않았던 세계에 대한 애도다.

2006년 10월 31일 캐처러스는 아버지의 포르셰 자동차를 몰고 캘리포니아 241번 도로를 시속 160㎞로 달렸다. 그녀의 차는 앞 차를 추월하려다가 중심을 잃고 요금소의 콘크리트 구조물에 충돌했다. 현장에 도착해 소름 끼치는 광경을 목격한 구조대원들은 구조대 전화상담원 2명에게 사진을 보냈다. 상담원들은 그 사진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했다. 처음엔 사진이 이메일을 통해 전송됐지만 인터넷에서 비밀은 초등학교 6학년 교실에서처럼 빨리 퍼져나간다. 얼마 지나지 않아 캐처러스의 사진은 죽음과 관련된 영상을 퍼뜨리는 여러 사이트에 올랐다.

뉴스위크의 제시카 베넷 기자에 따르면 누군가 마이스페이스에 가짜로 캐처러스의 페이지를 만들었다. 인터넷 트롤들이 왜 슬픔에 찬 유족을 타깃으로 삼았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간다. 그들은 캐처러스 가족에게 니키의 처참한 시신 사진을 보내면서 ‘아빠, 나 아직 살아 있어요’ 등의 메시지를 곁들였다.

헤어초크는 캐처러스의 사진을 보지 않았다(하지만 그는 곰에게 잡아먹히는 남자의 목소리는 들은 적이 있다). 그는 최근 어느날 오후 로스앤젤레스에서 나를 만났을 때 “이런 도덕적 죄악은 할 말을 잃게 만든다”고 말했다. 그는 ‘로 앤 비홀드’에서 캐처러스 유족을 겨냥한 독설의 자세한 내용을 밝히지 않았다. “(그것들은) 입에 담을 수 없을 정도로 사악하다”고 헤어초크는 말했다.

헤어초크는 스마트폰이 없고 인터넷을 애용하지도 않는다지만 ‘로 앤 비홀드’는 디지털 테크놀로지가 앞으로 더욱 발전할 것이며 인간의 경험 속으로 한층 더 깊이 파고들 것이라는 주장을 설득력 있게 펼친다. “그러니 그에 대처할 방법을 배워두라”고 헤어초크가 교장 선생님처럼 엄격한 말투로 내게 말했다.

난 정말 그렇게 하려고 열심히 노력 중이다. 하지만 점점 더 깊은 물 속으로 빠져드는 느낌이다. 루인 포르노(ruin porn, 디트로이트처럼 쇠퇴한 도시의 모습을 담은 사진과 비디오를 통칭하는 용어)와 데스 포르노(death porn, 시체나 끔찍한 사고의 사진과 비디오 등 보는 사람을 역겹게 할 의도로 올린 인터넷 게시물을 가리키는 속어)부터 일반 포르노까지, 거기에 유기농 산업에 관한 폭로 기사와 시리아 난민촌을 찍은 페리스코프(라이브 비디오 스트리밍 앱)의 비디오 등 감당하기 어려운 내용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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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앤 비홀드’는 로봇의 발전, 전자파의 위협, 인터넷의 탄생 비화 등 디지털 생활의 다양한 측면을 탐구한다.

헤어초크는 한때 뉴 저먼 시네마를 대표하는 감독으로 인정받았다. 그는 영화 ‘아귀레, 신의 분노’(1972)의 촬영장에서 주연 배우 클라우스 킨스키에게 (자신의 뜻을 따르지 않으면) 총을 쏘겠다고 위협했을 만큼 타협을 모르는 감독이었다. ‘피츠카랄도’(1982) 촬영 당시에는 주인공이 배를 산 위로 끌어올리는 장면을 찍을 때 어떤 영화적 속임수도 쓰지 않고 실제로 사람들에게 배를 끌어올리게 해 수차례 사고의 위험을 넘기기도 했다.

하지만 요즘 헤어초크는 다큐멘터리 감독으로 더 잘 알려졌다. 젊은 관객들에게는 특히 그렇다. 지난 10년 동안 그는 인간과 자연의 경이로움에 카메라의 초점을 맞췄다. 곰과 친하게 지내려고 알래스카 주로 간 남자[‘그리즐리 맨’(2005)의 비극적인 주인공 티머시 트레드웰], 남극에 모여드는 이상한 사람들[‘세상 끝과의 조우’(2007)], 프랑스 쇼베 동굴의 구석기 시대 벽화[‘잊혀진 꿈의 동굴’(2010)] 등등.

이 이질적인 대상들이 헤어초크의 호기심과 신기하고 공포스러운 것들에 대한 그의 열린 마음에 의해 하나가 된다. 헤어초크의 다큐멘터리 작품에서는 감독의 인내심과 섣부른 판단을 내리지 않으려는 조심스러움이 엿보인다. 유머 감각이 부족해 보이는 것은 냉소주의를 피하려는 노력 때문이다.

헤어초크는 ‘프롬 원 세컨드 투 더 넥스트(From One Second to the Next)’를 2013년 제작했다. 운전 중 문자메시지를 주고받는 현상에 관한 35분짜리 다큐멘터리다. AT&T 등 이동통신업체들의 의뢰로 제작된 작품으로 매우 흔하고 일상적이면서도 치명적인 행동을 관찰했다. 헤어초크는 이 작품을 계기로 인터넷이라는 정글에 관심을 갖게 됐다. 당시 그는 AP 통신에 “인류 문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큰 일이 일어난다”고 말했다.

‘로 앤 비홀드’는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헤어초크와 후원 기업의 협업으로 제작됐다. 이번엔 메사추세츠 주에 있는 사이버보안 업체 넷스카우트가 후원했다. 이 작품은 총 10장으로 구성됐는데 각 장에서 디지털 생활의 한 측면을 탐구한다. 로봇의 발전, 전자파의 위협, 인터넷의 탄생 비화 등등. 작품 속에서 헤어초크는 캐처러스 가족과 이야기를 나눈다. 캐처러스의 어머니는 인터넷을 ‘적그리스도의 현시(the manifestation of the antichrist)’로 묘사한다. 캘리포니아대학(로스앤젤레스)의 컴퓨터공학자 레너드 클라인록과의 인터뷰도 넣었다. 1960년대에 클라인록을 주축으로 개발된 알파넷(ARPANET)은 오늘날 인터넷의 전신이다.

클라인록은 알파넷으로 첫 번째 메시지가 전송되던 연구실에 서서 오래된 기계에서 나는 ‘구수한 옛날의 냄새’에 감탄한다. 그 기계는 그와 수많은 인터넷 사용자들에게 ‘토리노의 수의’(예수의 장례식 때 사용된 수의로 알려진 유물) 같은 존재다.

‘로 앤 비홀드’는 클라인록과 그의 동료들이 만들어낸 괴물(인터넷)에 대한 탐구다. 물론 그들은 연구소 간에 메시지를 전송하던 그 거대한 기계들이 오늘날 디지털 세계의 기초가 될 줄은 몰랐다. 실리콘밸리의 선구자 대니 힐리스가 헤어초크에게 말했듯이 1970년대에는 알파넷 디렉토리를 통해 인터넷 사용자의 신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알파넷 디렉토리는 온라인을 사용하는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일종의 화이트 페이지(인터넷 사용자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였다. 하지만 오늘날 세계 인터넷 사용자는 약 32억 명에 이른다. 헤어초크의 말대로 매일 세계에서 유통되는 데이터를 CD에 담아 늘어 세운다면 그 길이가 화성까지 왕복할 만큼 어마어마할 것이다. 하지만 힐리스는 그럼에도 우리는 어떤 면에서 ‘디지털 암흑시대’에 사는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헤어초크는 ‘로 앤 비홀드’의 내레이션을 맡았지만(게르만 민족 특유의 무미건조한 목소리에서 호기심으로 가득 찬 그의 마음이 살짝살짝 드러난다) 해설 부분은 최소한으로 줄이고 출연자들의 말에 초점을 맞춘다. 미국의 전설적인 해커 케빈 미트닉은 정부의 추격을 받던 일과 독방에서 지낸 수감 시절을 회상한다. 한때 그는 감옥에 앉아서도 전화 한 통으로 핵 미사일을 쏘아 올릴 수 있을 만큼 영향력이 대단하다는 헛소문이 돌았었다.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창업자 엘론 머스크는 화성 식민지화에 대한 포부를 자신감 넘치게 펼쳐놓는다. 하지만 그는 헤어초크와 편안하게 대화를 나누던 중 밤에 악몽을 잘 꾼다고 이야기한다. 늘 밝고 기쁨에 찬 듯 보이는 이 실리콘밸리의 거물이 자신의 어두운 측면을 인정한 건 매우 이례적이다.

“인터넷에도 밝은 측면과 어두운 측면이 있다”고 헤어초크가 말했다. 그는 인터넷에 대해 어느 한쪽으로 치우친 의견을 내놓을 사람이 아니다. ‘로 앤 비하인드’는 관객에게 결론을 제시하려고 하지 않는다. 문학의 선집처럼 여러 사람의 다양한 의견을 들려준다.

디지털 대중문화 전문가 버지니아 헤퍼넌은 신저 ‘매직 앤 로스(Magic and Loss)’에서 인터넷은 ‘인간답게 살기 위한 프로젝트의 가장 강력한 최신판’이라고 주장한다. 이것은 실리콘밸리가 이룩한 ‘인간 존엄성의 경이로운 성취’에 대한 헤어초크의 견해와 매우 흡사하다. 그는 그 성취가 마치 불처럼 경이로우면서도 위험하다고 말한다. ‘매직 앤 로스’는 여러 면에서 ‘로 앤 비홀드’의 훌륭한 자매편이 될 수 있다. 양쪽 다 공상적 이상주의와 반이상주의를 뛰어넘는 대화를 이끌어가기 때문이다.

헤어초크에게 “인터넷이 도구라면 페니실린과 원자폭탄 중 어느 쪽에 가까우냐?”고 물었더니 “질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고 약간 화난 듯 대답했다.

헤어초크는 인터넷에 매료된 듯 보이지만 이메일과 내비게이션 용도 이외에는 별로 사용하지 않는다. 내비게이션의 경우에도 온라인보다는 종이 지도를 더 좋아한다. “내 소셜 네트워크는 저녁 식탁”이라고 그는 말했다. 와인 잔 옆에 아이폰을 놓아두는 손님은 또 다시 헤어초크의 집에 초대받길 기대해선 안 된다.

헤어초크는 아날로그적인 삶에 만족하지만 자신을 주제로 한 인터넷 밈과 패러디 계정이 많다는 걸 안다. 그는 이런 패러디를 환영한다고 말한다. 온라인의 가짜 헤어초크들을 자신의 진짜 정체성을 보호해주는 ‘무급 보디가드’로 생각한다는 설명이다. 내가 농담으로 우리의 대화를 트위터 생방송으로 내보내는 게 어떠냐고 제안했을 때 그는 “꽤 재미있을 것 같다”고 관심을 나타냈다. 나중에 그는 함께 셀카를 찍자는 내 요청에 “필요하다면 찍어야죠”하며 응했다(하지만 미소는 짓지 않겠다고 미리 다짐했다).

내가 인터넷에 고양이 비디오가 확산되는 현상을 개탄하자 헤어초크는 인터넷을 옹호하고 나섰다. 인터넷은 쓸데없고 아름답고 잔인하고 독창적이고 무모한 것들의 승리라고 그는 말했다. 사람들이 지루하거나 외로울 때, 혹은 무릎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는 이유가 뭔지, 프랑스 혁명은 왜 일어났는지, 사람이 죽으면 어떻게 되는지 등을 알고 싶을 때 찾는 곳이다.

“인터넷에는 말도 안 되는 고양이 비디오가 많지만 잘못된 건 아니다”고 헤어초크는 말했다.

– 알렉산더 나자리안 뉴스위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