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투어’ 1억원도 아깝지 않다

미국 상위 1% 부유층 사이에 자녀가 지원할 대학을 전세기 타고 방문하는 프로그램 유행

1
마젤란 제츠의 대학 투어 프로그램은 효율적인 경로 선택과 개별적인 캠퍼스 투어 주선, 지상 교통 문제 해결 등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 쓴다.

지난 8월 말 어느날 아침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샌퍼난도 밸리에서 전 지역 정치인이 10대 아들을 데리고 걸프스트림 G200 제트기에 탑승했다. 기내의 가죽 의자 위에 놓인 대학 홍보물들이 이 여행의 목적을 말해준다. 존스 홉킨스, 콜비, 다트머스 등 미국 유수의 학부 중심 대학을 방문하는 전용 전세기 투어다.

이 2명의 승객은 9일 동안 9개 대학을 방문한다. 여행 도중 이들이 필요로 하는 건 뭐든 제공된다. 공항과 대학, 호텔을 오가는 기사 딸린 자동차부터 M&M 땅콩 초코볼까지. 기내 주방에는 다이어트 스프라이트와 브라우니, 바닐라 아이스크림이 늘 준비돼 있다. 고객의 요청에 따라 포도나 초코칩 쿠키, 수박, 샌드위치 등도 서비스한다.

작은 식탁 위에 놓인 기내 참고자료에는 각 대학을 방문했을 때 효과를 극대화하는 전략이 소개돼 있다. 앞 좌석에 놓인 다트머스대학 야구 모자와 T셔츠 사이에 손으로 쓴 메모가 끼어 있다. ‘지금은 두 분 모두에게 흥미진진하면서도 스트레스가 많은 시기라는 걸 저희는 압니다. 마젤란 제츠(Magellan Jets)가 이 중요한 순간에 두 분과 함께할 수 있어서 기쁩니다.’

회원제 전용 제트기 서비스 업체 마젤란 제츠가 최근 시작한 대학 투어 패키지는 미국의 최고 부유층을 위해 특별히 고안된 것으로 웬만한 대학의 1년치 등록금보다 더 비싸다. 이 프로그램의 목표는 대학 입학을 앞둔 자녀를 둔 부모가 자녀와 함께 관심 있는 대학의 캠퍼스를 방문하는 데 따르는 여러 가지 골치 아픈 문제와 시간 낭비를 줄이는 것이다. 마젤란 제츠는 효율적인 여행 경로 선택과 개별적인 캠퍼스 투어 주선, 지상 교통 문제 해결 등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 쓴다.

최저 가격은 제트기의 종류에 따라 다르다. 7석 규모의 소형 호커 400XP로 10시간 비행하는 프로그램은 5만2000달러에서 시작한다. 반면 앞에 언급한 슈퍼-미디사이즈 걸프스트림 G200(최대 탑승 인원 18명)을 이용할 경우엔 동일한 패키지가 10만 달러를 웃돈다. 이 서비스는 고객의 요구에 따라 맞춤 설계가 가능하다. 마젤란 제츠는 비행 시간을 늘려 방문 대학을 추가하거나 추가 요금을 받고 호텔을 예약해 주기도 한다.

마젤란 제츠는 대학 투어 패키지가 최고 부유층 가정의 자녀와 부모들에게 매우 유용하다고 말한다. “전용 제트기를 이용하지 않고 5일 동안 10개 대학을 둘러보는 건 불가능하다”고 마젤란 제츠의 항공 전문가 조셉 산토가 말했다. “일반적으로 비용 효과가 높다고 할 수는 없지만 직장에서 1~2주일씩 자리를 비울 수 없는 바쁜 부모들에겐 시간 절약이 곧 돈 버는 것 아니겠는가?”

마젤란 제츠의 CEO 조슈아 헤버트는 “요즘은 회원들 사이에 대학 투어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과거 어느 때보다 더 높다”고 말했다. 그들 중 다수는 전용 비행기를 소유하고 있지만 편의상 마젤란 제츠에서 운행하는 제트기를 연간 일정 시간 이용할 수 있는 회원권을 구입한다. 대학 투어 패키지는 그 회원권과는 별도다. “고객이 이런 투어를 계속 요구해 상품을 개발하게 됐다”고 헤버트 CEO는 말했다.

올해로 3년째를 맞는 이 투어 패키지는 지난 2년 동안 22가족이 이용했다. 같은 기간 동안 또 다른 22명의 고객은 이 패키지를 구매하지 않고 자가용 제트기를 이용해 대학 캠퍼스를 방문했다.

미국 최고의 대학들이 부유층 자녀를 유치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인다는 증거는 많다. 퓰리처상을 받은 저널리스트 대니얼 골든은 저서 ‘입학 허가의 대가(The Price of Admission: How America’s Ruling Class Buys Its Way Into Elite Colleges-and Who Gets Left Outside the Gates)에서 이런 현상을 ‘특권의 선호(the preference of privilege)’라고 불렀다.

각 대학의 입학사정 당국은 부유층 자녀를 선호한다. 비록 그들의 학업 성적이 기준에 못 미치고 자질이 일반 학생들보다 못하더라도 말이다. 어차피 대학 교육은 사업이다. 시설 좋은 도서관과 번듯한 학생회관을 건립하고 실력 있는 교수진을 채용하려면 기부금이 필요하다.

대학 입학 컨설팅 업체 ‘톱 티어 어드미션즈’의 공동 창업자 미미 도는 “요즘 미국에서는 좋은 대학에 들어가기가 대통령에 출마하는 것보다 더 어려워 보이며 입학 허가 과정도 갈수록 불투명해진다”고 말했다. 도는 미국의 어떤 대학이든 ‘특별한 장점(hook)’을 인정받아 입학 허가가 난 학생이 전체의 절반 정도 된다고 추산한다. 체육 특기생이거나 졸업생의 자녀, 아니면 거액의 기부금을 낼 수 있는 부자 부모를 둔 경우 등이다.

도와 동업자 미셸 헤르난데즈(다트머스대학 입학사정관 출신)는 상위 1% 가정의 자녀가 원하는 대학에 입학하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매년 이들에게 컨설팅을 의뢰하는 학생의 97%가 가장 가고 싶은 대학에 입학한다. 하지만 이 두 사람은 컨설팅 비용 3만~5만 달러를 감당하지 못하는 학생들을 생각해 블로그를 통해 무료로 조언을 해주기도 한다.

기부금에 목마른 대학 관리들은 다양한 경로로 지원생의 경제적 배경에 관한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다. 대학의 카운슬러나 졸업생, 이사회 임원, 혹은 전용 전세기 대학 투어를 운영하는 업체 등을 통해서다.

골든에 따르면 부유층 학생을 유치하려는 대학들은 전통적으로 명문 사립 고등학교에 신입생 모집팀을 파견해 왔다. 마젤란의 프로그램처럼 부자 고객을 겨냥한 전용 제트기 대학 투어는 대학들이 그런 학생들을 직접 찾아나서는 수고를 덜어 준다. “대학 입학 허가 과정이 돈과 연줄로 갈수록 오염돼 대학의 신뢰도와 가치를 떨어뜨리고 있다”고 골든은 ‘입학 허가의 대가’에 썼다.

미국 대학 교육의 주요 목적을 사회·경제적 신분 상승으로 볼 때 그 시스템은 무너지고 있다. 대학들이 최고위층 가정의 자녀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사회 고위층에 연줄이 있고 자녀를 학비가 비싼 사립 고등학교에 보내거나 고가의 대학 입학 컨설팅 업체의 도움을 받을 만큼 경제적 여유가 있는 가정을 말한다. 대학에 직접 가서 면접하는 것만으로도 입학 허가를 받을 확률이 높아진다. 그 학교에 대해 그만큼 진지하게 생각한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학생이 원하는 대학에 직접 찾아다닐 만큼 경제적으로 여유롭진 못하다.

대학의 엘리티즘은 새삼스럽지 않다. 갈수록 커지는 미국의 소득 격차를 나타내는 징후다. 골든은 국가적 담론이 학자금 대출 부채와 늘어나는 학비에 초점을 맞추는 경우가 많은 요즘 마젤란 제츠의 전용 제트기 대학 투어 같은 프로그램이 번창하는 건 놀랍다고 생각한다.

골든은 “일부 지원자의 부모는 자녀와 함께 편안하게 전용 제트기를 타고 대학을 방문하려고 1년치 등록금과 맞먹는 돈을 투자한다”고 말했다. “대학 학비를 마련하느라 쩔쩔 매는 대다수 미국인의 상황과는 대조적이다.”

– 린지 터커 뉴스위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