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차의 건강한 변신

웰니스 트렌드로 수요 줄자 숙취해소차, 노화방지차, 발기부전차 등의 기능 가진 ‘슈퍼차’ 선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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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양길에 접어든 전통 홍차가 신차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한 보고서에 따르면 앞으로 10년 내에 피곤함을 줄이고 집중력을 높이고 숙취를 달래는 ‘슈퍼차’ 브랜드가 출시될 듯하다.

영국의 차 제조업체 테틀리는 찻잎을 연구한 뒤 퓨처 재단의 도움으로 영국인이 선호하는 차의 미래 트렌드를 예측했다. 진통제부터 항생제까지 약품 성분을 강화한 ‘약제차(remedy teas)’, 알약형 차, 개인 맞춤형 혼합차 등의 아이디어가 쏟아져 나왔다. 약제차는 항산화와 진통효과가 뛰어나고 수분공급을 도와 숙취 해소에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1939년 티백이 출시된 이후 홍차는 우유와 설탕을 약간 곁들여 마시는 영국인의 기본 음료였다. 하지만 요즘엔 웰니스 트렌드가 반영된 라이프스타일 변화로 전통 홍차가 사양길로 접어들었다.

스타벅스가 몇 종의 아이스티 신모델로 영국 차 시장 진출을 발표했을 때 마케팅 업계 전문지 마케팅 위크는 의문을 제기했다. 영국의 홍차 매출액이 2010년 6억 9900만 파운드(약 1조300억원)에서 2015년에는 약 6억5400만 파운드로 6% 정도 줄었기 때문이다. 또한 판매량도 9700만㎏에서 약 7600만㎏으로 22% 감소했다. 게다가 하락세가 멈추지 않았다.

영국인은 왜 그렇게 즐겨 마시던 홍차를 외면하게 됐을까? 사실상 날마다 마시던 비터 맥주(쓴 맛이 강한 맥주)나 빵에 발라 먹던 라드(돼지기름)에 작별을 고한 것과 같은 건강 상의 이유에서다. 웰니스 업계는 새로운 형태의 차 음료 실험과 광고에 쓸려 들어갔다. 21세기 들어 시작된 과일차·녹차·백차(어린 싹을 따서 말린 차) 판매의 폭발적인 증가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

영국 시장조사 업체 민텔의 선임 식음료 업계 분석가 엠마 클리포드는 “홍차가 다른 음료의 거세지는 도전 속에서 진부한 이미지를 벗지 못해 소비자의 관심을 붙잡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며 “그 영향으로 차 음료 시장이 전반적으로 침체에 빠져 있다”고 말했다.

지난 8월 중순 영국 전통차의 명가로 손꼽히는 테틀리가 웰니스 추종자들의 마음을 다시 홍차로 돌려놓기 위해 다양한 신제품을 선보였다. 1837년 영국 요크셔에서 말에 싣고 다니며 차를 팔기 시작한 테틀리는 전통 방식으로 말린 홍차 혼합 제품을 고수해 왔지만 이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새로 출시되는 ‘슈퍼 에브리데이’ 브랜드는 ‘맑은 정신(Alert)’ ‘활력증진(Boost)’ ‘면역강화(Immune)’ 같은 이름을 붙여 비타민 제품처럼 보인다. 얼그레이, 잉글리시 브렉퍼스트, 하드워터 같은 전통 브랜드에서 멀어지면서 과일 음료나 녹차 제품에 훨씬 더 가까워졌다.

비타민 B6, 비타민 C, 그리고 추가 카페인 같은 새로운 성분이 홍차 혼합제품에 추가됐다. 미래 재단에 의뢰한 2016년 소비자 동향 예측 보고서가 발표된 뒤 미래의 트렌드를 따라잡고 건강 기능성을 라이벌 과일 음료들과 같은 수준으로 강화하려는 목적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앞으로 10년 뒤에는 기술발전과 계속되는 건강강박증이 맞물리면서 진통제·항생제 등의 약품 성분을 강화한 약제차가 부상할 전망이다. 그뿐 아니라 직접 차를 조합해 끓이고, 한 입 분량의 샷, 스프레이, 정제 형태로 차를 즐기고, 나아가 집에서 직접 차를 기를 수 있는 기술도 등장할 듯하다.

더 기대되는 미래 예측으로는 각종 질환에 맞춘 양산 혼합차의 부상이다. 제산제와 카페인을 추가한 숙취해소차, 콜라겐 성분의 노화방지차(Youthbrew Tea), 탈모방지 기능의 미녹시딜 성분을 추가한 발모차(Hair Restore Tea), 발기부전 약을 넣은 비랄리차 등이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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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차’ 브랜드는 ‘맑은 정신(Alert)’ ‘활력증진(Boost)’ ‘면역강화(Immune)’ 같은 이름을 붙여 비타민 제품처럼 보인다.

그러나 아침에 레이디 그레이 차를 샷으로 마시거나 스프레이·정제 등 다양한 형태로 차를 즐길 수 있다면 혁신적인 변화다. 세계 2위 차 제조업체인 테틀리 글로벌의 제품혁신 팀장으로 슈퍼차 브랜드 개발의 주역인 로런트 사가라는 “영국인의 차 사랑은 역사가 깊다”고 IB타임스에 말했다.

“차 소비 방식은 17세기 이후 점차 진화해 왔는데 지난 10년 사이 변화에 가속도가 붙었다. 근년 들어 홍차 판매가 점진적으로 감소하면서 청년층을 중심으로 녹차와 과일 차 같은 ‘특제차’ 혼합제품으로 이동하는 추세다. 테틀리도 시장변화에 따라 진화할 계획이다. 차음료 종류가 크게 늘고 건강증진 효과가 있는 각종 기능성 슈퍼티 혼합제품들이 티백 이후 최대의 혁신으로 꼽힌다.”

현재 시판되는 ‘슈퍼 에브리데이’ 티 제품은 잘 끓인 ‘잉글리시 브렉퍼스트’처럼 깨끗한 향을 가진 전통 차와 맛이 다르지 않다. 그러나 카페인 성분을 강화한 ‘맑은 정신(Alert)’ 같은 제품은 에스프레소 샷을 마신 것처럼 맛이 강하다. 또한 비타민 성분 강화 제품들이 몸에 좋을지 모르지만 맛이 아무리 좋더라도 아침에 마시는 차 한 잔이 건강과 어떤 관련성이 있을지 상상하기 힘들다. 따라서 앞으로 이들 제품의 진화과정을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을 듯하다. 홍차 애호가에게 이들 제품은 보너스인 셈이지만 두 성분의 조합이 먹혀들지는 시간이 지나야 알 수 있다.

미래 재단의 닉 치아렐리 대표는 “테틀리와 기타 단체의 입력자료와 우리의 2026년 소비자 동향 전망을 묶어 차에 관해 상당히 설득력 있는 미래 비전을 그렸다”며 “우리 보고서는 흥미롭고 만족스런 신차가 개인 맞춤형의 건강증진 혜택을 제공하는 미래를 예측한다”고 말했다.

2026년의 예측이 열매를 맺으려면 안타깝게도 앞으로 10년을 더 기다려야 한다. 하지만 테틀리가 전통 차에 새로운 변화를 시도해 소비자를 다시 끌어들이기 위한 긴 여정에 착수한 것만은 분명하다.

– 루시 클라크 빌링스 뉴스위크 기자, 앨리스 커프 아이비타임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