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에서 차 없이 살기

대중교통과 자전거, 우버 택시 이용이 편리하며 걷기도 좋고 음주운전과 주차 걱정에서도 해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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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는 자전거 도로와 보행자 친화적인 도로가 많이 늘어 차 없이 살기에 편한 도시로 탈바꿈하고 있다.

난 자동차를 잘 모른다. 타이어나 점화 플러그를 갈 줄도 모른다. 언젠가는 아버지의 미니밴에 디젤유를 넣어서 식구들이 그것을 다시 빼내느라 애를 먹기도 했다.

하지만 대중교통이 편리한 뉴욕에서 사는 11년 동안은 운전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됐다. 그런데 지난해 여름 로스앤젤레스(LA)로 이사했다. LA는 자동차를 제2의 집으로 여기는 도시다.

LA 광역 도시권은 자동차가 넘쳐난다. 교통 연구업체 인릭스에 따르면 지난해 LA 주민들은 교통정체로 평균 81시간을 낭비했다. 난 자동차를 사려고 알아보던 중이었는데 프리우스(도요타 자동차 모델) 안에 꼼짝없이 갇혀 투팍 샤커의 ‘California Love’를 듣다가 화가 머리끝까지 차오르는 내 모습이 떠올라 차 구입을 미뤘다. 그리고 아직도 자동차 없이 버티는데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LA에 살아도 자동차가 꼭 필요하진 않다는 사실이다. LA 시는 2013년 중반부터 약 70㎞ 구간의 자전거 도로를 신설했고 시내에서 산타모니카 피어까지 연결되는 ‘엑스포 라인’을 완공했다. 또 3년 전에 비해 우버 운전자 수가 훨씬 많아졌다.

난 시내에 볼일이 있을 때 걷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자전거와 우버 택시를 타고 다닌다. LA 카운티에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이 지역에선 나처럼 재택근무를 하는 사람이 점점 늘고 있다. 집에서 일하면 자동차 없이 살기가 더 쉬워진다. 내가 사는 산타모니카 지역은 걸어다니기가 참 좋다. 또 자동차 공유 서비스도 매우 편리하고 싸다.

자동차 없이 살다 보니 음주운전이나 주차 문제 걱정에서 자유로워졌다. 리프트(Lyft, 차량 공유 서비스)가 내 리무진이다. 한달 교통비가 400달러 정도 드니까 1년에 4800달러면 된다. 보통 승용차 소유주들이 연간 자동차 유지비로 지출하는 액수의 절반도 채 안 된다.

요즘 산타모니카에선 흰색 BMW를 임차해 타고 다니는 사람이 많다. 나도 그래 볼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필요해서가 아니라 체면 유지용으로 말이다. 최근 이곳에는 미국 동해안 지역에서 이주해오는 사람이 계속 늘어난다. 그들은 인맥이나 옷차림 등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경향이 있어 자동차가 없다는 건 큰 약점이 될 수 있다.

틴더 같은 소셜 데이팅 앱에서도 자동차는 신분의 상징으로 통한다. 틴더에서 한 여성이 “프리우스를 타고 다니는 사람은 ‘왼쪽으로 스와이프(상대가 마음에 안 든다는 뜻)’”라고 썼다. 그래서 그녀와 난 성사가 안 됐다.

지난해 12월 시내에서 젊은 여성을 만났을 때 신경이 곤두섰던 것도 그 때문이다. 그날이 첫 번째 데이트여서 내 문제(자동차가 없다는 사실)를 털어놓고 싶지 않았다. 어느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할까 살피고 다니는데 그녀가 근심스런 얼굴로 말했다.

“할 말이 있는데요.”

순간 내 머릿속에 여러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혹시 글루텐 알러지가 있나?’ ‘IS(이슬람국가)의 지도자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에게 충성 서약을 했나?’

“난…” 그녀가 말을 더듬었다.

‘안 좋은 얘기로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가 마침내 털어놨다. “난 자동차가 없어요!”

난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물었다.

“셰보레 벤처에 실수로 디젤유를 넣어본 적 있어요?”

“아뇨. 니산 센트라엔 넣어 봤어요.” 그녀가 대답했다.

– R M 슈나이더만 뉴스위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