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 옷’이 가져올 대재앙

값이 싸고 신상품 주기가 짧은 패스트패션이 소비자는 만족시키지만 섬유 폐기물은 재난적 수준으로 쌓여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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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성이 높은 섬유 폐기물을 전부 재활용할 경우 도로에서 자동차 730만 대가 사라지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지난 4월 4일 미국 뉴욕시 H&M 매장 전시공간으로 들어선 방문객 눈 앞에는 천장까지 쌓인 옷 한 무더기가 눈에 들어왔다. 벽에 스텐실로 새겨진 T S 엘리엇의 문구(“끝에 시작이 있다”)를 보니 미술 갤러리, 혹은 박물관에 온 것만 같다. 바로 옆 공간으로 들어가자 기자와 패션 블로거가 와인을 홀짝이며 낡은 청바지와 재킷, 블라우스에서 오려낸 천 조각을 이어 만든 마네킨의 옷을 유심히 살피고 있다.

H&M의 친환경 캠페인 ‘컨셔스 컬렉션(Conscious Collection)’ 론칭을 축하하는 칵테일 파티다. 여배우 올리비아 와일드가 H&M의 지속가능한 패션을 대표하는 모델이자 대변인 자격으로 새로 출시한 드레스를 입고 서 있다. 전 세계에 4000개 매장을 두고 지난해 250억 달러의 매출을 올린 패스트패션 제국 H&M은 고객을 ‘의복 재활용’ 캠페인에 참여시키려 노력한다. 고객이 헌 옷(브랜드 상관없음)을 H&M 매장 안에 있는 수거함에 넣으면 상품권을 주는 캠페인이다. ‘H&M은 옷을 재활용해 새로운 섬유 소재를 만들고, 고객은 H&M에서 사용 가능한 상품권을 받는다. 모두가 윈-윈하는 법!’이라고 H&M은 블로그에 적었다.

취지는 참 좋지만, 상황을 지나치게 단순화시켰다. 자선재단이나 회수 프로그램을 통해 수거한 옷 중 새 섬유로 재활용되는 옷은 0.1%밖에 되지 않는다고 칵테일 파티에서 기자의 질문에 답한 H&M 지속가능성 담당자 헨릭 램파는 말했다. 세계재활용주간에 M.I.A 뮤직비디오를 제작하며 마케팅에 엄청난 돈을 쏟아부었음에도 불구하고, H&M 캠페인은 특별할 게 하나도 없다. 캠페인 일환으로 수거한 헌 옷은 자선재단 굿윌이나 다른 단체에 기부한 헌 옷과 똑같은 과정을 거쳐 처리될 뿐이다.

옷장에서 낡은 옷을 모조리 꺼내 쓰레기 봉투에 담았다고 치자. 돈이 좀 될 거라고 생각해 중고 할인매장에 가져가거나 온라인 중고의류몰에 팔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비싼 돈을 주고 산 귀한 옷이라도 작은 흠이 있거나 유행이 많이 지났으면 퇴짜를 맞는다. 패스트패션으로 유행이 빨리 변하고 시즌이 짧아지면서 옷은 1년만 지나도 ‘철 지난’ 옷이 돼 버린다. 중고매장 중에는 포에버21이나 H&M, 자라, 톱숍 등의 패스트패션 브랜드를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 저렴한 이 옷들은 품질이 좋지 않고 재판매 가치도 낮은 데다 일단 물량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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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규모가 작은 시에서는 의류 수거함을 설치했지만 홍보가 미흡해 버려진 상태다.

미국인이라면 퇴짜를 받은 옷을 그냥 쓰레기통에 버릴 것이다. 미 환경보호청(EPA) 자료를 보면 2012년 미국에서 버려진 옷의 84%가 매립되거나 소각됐다.

면과 린넨, 실크 등 천섬유나 레이온 및 텐셀처럼 식물 셀룰로오스로 만든 반(半)합성섬유가 매립되면, 음식 폐기물을 매립했을 때처럼 분해 과정에서 강력한 온실가스 메탄이 발생한다. 그러나 바나나 껍질과 달리, 이들 낡은 옷은 아무리 천연소재로 제작됐다 해도 비료로 쓸 수 없다. “천연섬유를 의복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인공 처리했기 때문”이라고 지속가능한의류연합(Sustainable Apparel Coalition)의 제이슨 키비 CEO는 말했다. “탈색과 염색, 프린팅, 화학물질에 넣어 윤내기 등의 과정을 거쳐간 소재다.” 만약 이 의복들을 매립지에 넣은 후 온전히 밀봉하지 못하면 섬유에서 화학물질이 배어 나와 지하수로 스며들 수도 있다. 옷을 소각할 경우에는 이들 독성물질이 대기로 들어간다.

폴리에스테르와 나일론, 아크릴 등 합성섬유도 환경에 동일한 피해를 끼친다. 석유로 만든 플라스틱의 일종으로 생분해되려면 수백 년, 운 나쁠 경우 수천 년이 걸린다.

이렇게 끔찍한 통계 결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태연하게 어느 때보다 많은 옷을 버린다. 20년이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미국이 매년 버리는 의복의 양은 700만 t에서 1400만 t으로 2배 증가했다. 1인당 무려 약 36㎏ 늘어난 셈이다. EPA는 독성이 높은 섬유 폐기물들을 전부 재활용할 경우, 도로에서 자동차 730만 대가 사라지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줄어드는 효과가 날 것이라 말했다.

의류를 폐기하면 엄청난 돈이 낭비된다. 각 신정부는 매립지에 보내는 폐기물 1t당 45달러를 지불한다. 뉴욕시에 경우, 매립지와 소각로로 섬유 폐기물을 배송하는데 연간 2060만 달러를 지출한다. 뉴욕에서 헌 옷을 재활용하려는 이유도 비용 탓이 크다. 위생부가 지원하는 뉴욕 리-패션(Re-Fashion) 프로그램은 10가구 이상이 들어선 건물에 대형 의류 수거함을 둔다. 하우징 웍스(Housing Works, AIDS 환자 및 노숙자 지원을 위해 중고 옷매장을 운영하는 뉴욕 기반 비영리재단)가 수거된 의류를 넘겨 받고 뉴욕 리-패션에 t당 가격을 지불하면, 이 돈은 더 많은 수거함을 비치하는데 지출된다. 2011년 도입된 프로그램은 지금까지 매립지에 들어갈 의복 폐기물 중 약 29만300㎏의 물량을 재활용했고, 하우징 웍스는 헌 옷 매장을 여러 곳에 신규 개점했다.

그러나 이는 매년 뉴욕시에서 폐기하는 섬유 20만t의 0.3%밖에 되지 않는다. 뉴욕시 건물 총 3만5000채 중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건물은 690채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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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의복의 40%는 수출된다. 아프리카 국가는 아무도 가져가지 않는 저급의 물건을 받는다.

규모가 작은 시에서는 대신 길가에 수거함을 두고 있지만 대부분 홍보가 미흡해 버려진 상태다. 그렇기 때문에 헌 옷을 처리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선재단에 기부하는 것이다. 굿윌이나 구세군, 혹은 지역의 작은 매장으로 옷을 가져가서 세금 영수증을 받고, 뿌듯함을 느끼면 끝이다. 우리 마음을 무겁게 짓누르던 옷은 우리 인생에서 그렇게 사라지지만, 기부 이후 헌 옷은 지구를 돌며 긴 여행을 시작한다.

섬유재활용위원회 자료를 보면, 자선기관에 기증된 옷 중 소매매장에서 판매되는 건 20%밖에 되지 않는다. 기자가 연락한 대규모 자선재단 모두 그보다 판매율이 높다고 답했다. 굿윌은 30%, 구세군은 45~75%, 하우징 웍스는 40%다. 평균과 격차가 벌어지는 이유는 소규모 자선매장과 달리, 이들 대규모 조직은 의류를 처리하는 시스템을 잘 갖췄기 때문이다. 주요 리테일 매장에서 판매되지 못하고 남은 옷은 아울렛 매장으로 향한다. 아울렛 매장의 옷 가격이 그렇게 싸도 안 팔리는 옷이 있다.

“매장이나 온라인, 아울렛에서도 판매되지 않으면 조치가 필요하다”고 굿윌 인더스트리 인터내셔널의 기부품 판매 및 마케팅 부사장 마이클 메이어는 말했다. 굿윌을 비롯한 이들 기관은 남는 옷을 한데 묶어 단단하게 수축 포장한 후 의류 재활용업체에 판매한다.

자선재단에 기부한 옷이 모두 불우이웃에 돌아간다고 믿었다면 분노를 느낄 수도 있다. 올해 초 한 패션지에는 ‘우리가 기부한 옷은 어디로 가는가’란 기사가 게재됐다. 기사 내용을 보면 ‘기부한 옷이 100% 좋은 일에 쓰이지 않는다’라는 메시지를 읽을 수 있다.

“사람들은 좋은 일을 했다는 느낌을 갖고 싶어 한다. 그런데 미국에서는 옷 생산과 같은 속도로 헌 옷을 소비해줄 사람을 찾기 힘들다”고 조지타운대학 경제학 교수 피에트라 리볼리는 말했다. 노숙자와 저소득 여성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워싱턴 DC 비영리재단 N스트리트빌리지는 위시리스트에서 “열화와 같은 성원에 힘입어” 브래지어나 우비처럼 구하기 힘들거나 유용한 아이템을 제외한 다른 헌 옷은 받지 않겠다는 문구를 넣었을 정도다.

패스트패션 때문에 자선재단은 더 많은 의복을 더 빨리 처리해야 그나마 이전의 수입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가격을 더욱 저렴하게 낮춘 패스트패션 산업과 비슷한 상황에 처한 셈이다. “좋은 아이템을 골라내기 위해 더 많은 물량의 옷을 헤집고 찾아내야 한다. 그러다 보니 판매 가능한 아이템을 찾는 비용이 증가했다”고 하우징 웍스의 기업사업부 선임부사장 데이비드 레이퍼는 말했다. 굿윌의 전략 또한 별반 다르지 않다고 메이어 부사장은 말했다. “새 상품을 더 빨리 찾아내야 더 많은 가치를 뽑아낼 수 있다.”

매주 신상품을 광고하는 스페인 패스트패션 자라의 전략과 비슷하다. 시즌별 1~2회가 아니라 일주일에 2번씩 신상품을 선보이는 이 전략은 패션산업 전체를 뒤집어 놓았다.

뉴욕 지역에서 의복을 기부하면, 중고매장에서 판매되는 대신 트랜스-아메리카 무역법인으로 향하게 된다. 뉴저지 클리프턴에 위치한 무역업체의 거대 창고에서는 매일 약 3만6280㎏의 의복을 받고 처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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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바이스는 한 벌당 약 20%의 재활용 천과 평균 8개의 플라스틱 페트병을 재활용한 청바지를 선보였다(2013년).

섬유재활용위원회와 중고소재재활용섬유협회 사장인 트랜스-아메리카의 소유주 에릭 스터빈이 직접 의류창고를 보여줬다. 지게차가 의복 뭉치를 들고 코너를 돌아 높다랗게 쌓인 의복탑 위에 올렸다. 그리고 다시 코너를 돌아 적재구획에 높이 쌓인 다음 뭉치를 집어 들었다. 컨베이어 벨트 앞에 선 작업자들이 눈 깜짝할 새에 옷을 훑으며 쓸만한 물건을 꺼낸다. 가끔 빈티지 리바이스와 밀리터리 재킷, 촌스러운 디자인의 크리스마스 스웨터 같은 보석을 발견할 때도 있다. 이런 아이템은 사람들이 살 만한 다른 옷과 함께 작은 통에 집어 넣는다. 트랜스-아메리카는 이들 의복에 이윤을 붙여 브루클린 빈티지 매장에 판매한다. 그런데 이렇게 판매 가능한 물건은 전체의 2%밖에 되지 않는다. 나머지는 티셔츠와 바지, 방한복 등 포괄적 카테고리로 분류한 후 품질과 소재에 따라 다시 세세하게 구분한다.

의복의 40%는 다른 국가로 수출된다. 미국 매장에 판매하고 남은 옷 중 가장 가치가 높은 중고 빈티지 의류는 일본에, 중남미 국가는 중간급의 물건이 수출된다. 동유럽 국가는 방한복을, 아프리카 국가는 다른 어떤 국가도 가져가지 않는 저급의 물건을 받는다. 1980년대 아프리카 국가들이 보호주의 경제정책을 폐기하면서 아프리카 시장으로 중고 의류가 쏟아져 들어가기 시작했다. 가격도 싸고 아프리카에서 자체 생산한 의류보다 품질이 좋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미국의 헌 옷은 아프리카 시장을 독점했다. 2004년 우간다에서는 거래 의류의 81%가 중고 의류였다. 옥스팜 보고서를 보면 2005년 중고 의류는 사하라 이남 지역 의류 수입의 절반을 차지했다. 그 결과 1990년대 초반부터 아프리카 국가의 섬유산업은 붕괴되기 시작했다.

지난해 초, 동아프리카 각국 수반이 모인 정상회담에서 아프리카 지역 지도자 중 일부는 중고의류의 수입 금지를 제안했다. 보이스 오브 아프리카와 CNN 등 영어뉴스 사이트에서는 식민지 독립 이후 영국과 미국의 중고의류가 아프리카 국가 경제를 교란한다는 기사를 내놓았다. “우리 사회에서 별 가치가 없는 저급 의류를 수출하며 의존관계를 형성한다”고 런던 킹스칼리지의 앤드류 브룩스 교수는 말했다. “너무 이상주의적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남반구 사람은 우리가 더 이상 입지 않는 옷만 받아들여야 하는 세상을 원치 않는다.”

모두가 동의하는 건 아니다. 조지타운대학의 리볼리 교수는 중고의류 교역으로 판매뿐 아니라 세탁, 수선, 재단 등의 분야에서도 일자리가 창출된다고 말했다. 노스웨스턴대학 문화인류학자 캐런 트랜버그 핸슨은 케냐와 잠비아, 레소토, 우간다 등에서 중고의류는 섬유산업과 다른 틈새시장을 채운다고 말했다. “인구 집단별로 욕구의 형태가 다르다”고 그녀는 말했다. “따라서 직접적 경쟁이 아니다.” 중고의복과 현지에서 생산한 전통의복, 아시아 수입 의류 등 사람에 따라 선호하는 의복이 다르다고 핸슨은 주장했다.

그러나 미국에서 버린 헌 옷을 아프리카가 구입한다는 사실에는 모두가 동의한다. 미국의 헌 옷이 가격대비 품질이 좋다고 평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시각도 조만간 변할 수도 있다. 2005년 옥스팜 보고서를 보면 케냐에서 수입하는 중고의류 중 최대 25%가 품질 미달로 판매가 불가능한 수준이다. 이후 패스트패션의 시장 점유율이 폭증했고 서구 소비자 사이에서 패스트패션은 ‘두 번만 입어도 해어지는 옷’과 동의어가 됐다. 아프리카의 소비자 또한 중고의복이 아시아에서 생산됐다가 영국과 미국에 잠시 정차한 후 다시 아프리카로 수출된 저렴하고 낡은 옷이라는 사실을 알아챌 수 있다. 그럼 이들도 미국인처럼 그냥 새 옷을 사야겠다고 마음을 바꿀지 모른다.

트랜스-아메리카로 들어오는 의복 중 30%는 티셔츠와 폴로셔츠다. 이들 의복은 조각으로 잘라서 자동차 매장이나 기타 공업용 걸레로 만들어져 판매된다. 오염 및 찢어진 의복 등의 20%는 공장으로 운송된 후 다시 미세한 천조각으로 절단돼 건물 단열재나 카펫 충전재, 자동차 바닥 매트에 들어간다. 트랜스-아메리카에서 의복을 재활용하는 방법 중 가장 수익성이 낮은 경로다.

패스트패션 의복이 급증하며 트랜스-아메리카는 또 다른 문제에 직면했다. “폴리에스테르나 폴리-면 혼방으로 만든 의복이 많아졌다”고 스터빈은 말했다. “품질이 좋지 않은 의복은 걸레나 공업용 섬유소재로 활용될 가능성이 더 크다. 이런 시장은 요즘 푼돈밖에 벌지 못한다. 옷의 절반이 구매가보다 낮은 가격에 판매된다.”

가치는 낮더라도 자동차 매장의 소비재로 재활용하는 게 매립지로 가는 것보다 낫긴 하다. 그러나 이들 제품 또한 얼마 못 가 매립지로 향한다. 단열재 또한 벽에서 뜯겨지거나 자동차에서 새 제품으로 교체하면 바로 쓰레기통으로 향한다. 모든 것은 쪼개고 쪼개져서 결국 매립지로 향한다.

의복을 땅에 묻는 것만으로도 지구에는 좋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 비용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의복을 만들기 위해 자원을 낭비하는 것도 지구에는 파괴적 영향을 준다. “결국 매립지에 묻힌다는 점에서 자원의 낭비”라고 요람에서요람까지상품혁신센터(Cradle to Cradle Products Innovation Institute)의 애니 걸링스루드는 말했다. “지구가 지불하는 비용이다. 기업도, 소재를 만든 사람도 비용을 지불한다. 이들 옷을 만들기 위해 새 물질을 또 소재로 써야 하는 수요가 끝없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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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半)합성섬유가 매립되면 음식 폐기물을 매립했을 때처럼 분해 과정에서 강력한 온실가스 메탄이 발생한다.

아디다스와 리바이스, 나이키, H&M 등 다국적기업은 소비자가 계속해서 자사 제품을 구매하길 원하고, 따라서 패스트패션 사업모델을 포기할 생각이 없다. “패션의 지속가능성을 달성하기 위한 최고의 선택은 바로 100% 재활용으로 재료를 구하는 것”이라고 글로벌 럭셔리 지주사 케링의 마리-클레어 다보가 보그 잡지 인터뷰에서 말했다(케링은 구찌, 알렉산더 맥퀸, 생로랑, 스텔라 맥카트니 등의 명품 브랜드를 보유한다). “기존 소재를 재사용하고, 새로운 소재로 변화시키고, 섬유를 다시 뽑아낸다.”

제품이 거의 동일한 제품으로 재활용되는 100% 재활용 기술은 생명의 자연과정을 그대로 재현한다는 점에서 지속가능성을 주창하는 운동가에게 좀처럼 손에 잡히지 않는 꿈과도 같다. 흙에서 자라난 식물이 다시 흙으로 돌아가고, 그곳에서 또 다른 식물이 자라나는 생명의 사이클은 뭐 하나 낭비가 없는 과정이다. 이런 100% 재활용 기술이 패션에서도 현실화될 수 있다면 의류공장이나 매장, 옷장, 중고매장, 섬유 재활용업체를 거쳐 다시 섬유 제조공장으로 향하는 순환이 끝없이 반복될 수 있다. 폴리에스테르 실을 만들고, 이를 섬유로 직조하고 옷으로 만들었다가 다시 순수 폴리에스테르로 분해해 섬유로 직조하는 완벽한 재활용이다. 이런 원리는 천연섬유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그러나 상업적으로 확대 가능한 100% 섬유 재활용 기술은 현실이 될 때까지 최소 5~10년이 남았다. 2014년 지속가능한의류연합이 의뢰한 보고서를 보면 천연 면소재를 의복으로 만들고 분해해서 다시 새 의복에 사용하는 100% 재사용 기술은 이미 존재한다. 그러나 면을 염색 또는 화학 처리하거나 다른 소재와 혼합하면 재활용 작업을 더 이상 진행할 수 없다. 화학 처리한 면과 린넨, 실크, 울은 기계적으로 분해해 재활용할 수 있지만 이 경우 질이 좋지 않은 단섬유가 만들어져 새로 생산한 섬유와 섞어야만 의복으로 만들 수 있다. H&M은 지난여름 재활용 면소재 비중을 20%까지 높인 데님 라인을 선보였다. 재활용 면 소재의 비중이 높아지면 섬유의 질이 낮아져 손쉽게 찢어지기 때문에 의류의 한계를 넓힌 시도다.

지난 5월에는 리바이스가 섬유기술 스타트업 Evrnu와 손잡고 낡은 티셔츠에서 추출해 화학적으로 재활용한 면 소재 52%를 넣은 데님의류 시제품을 선보였다. Evrnu는 해당 기술이 특정 염료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아 폐기물로 버려지는 면 제품에서 뽑아낸 섬유 100%로 데님의류를 만드는 걸 목표로 삼았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 데님의류가 언제 판매될지 시기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엘라스테인-나일론 혼방 등과 같은 합성섬유를 100% 재활용하는 길은 상용화 가능성이 훨씬 적다. 폴리에스테르를 화학적으로 처리해 핵심 재료를 추출한 후 이를 다시 폴레에스테르 실로 방직하는 기술이 있긴 하다. 파타고니아에서는 이 기술을 적용해 의복을 재활용한다. 그러나 패스트패션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저렴한 폴리에스테르 섬유 대신 값비싼 고급 폴리에스테르 섬유(파타고니아 자체 플리스 제품)가 필요하기 때문에 공정이 지나치게 값비싸고 까다롭다. 그래서 파타고니아도 캠페인 차원에서만 기술을 사용할 뿐 수익 사업에서는 활용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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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M 등 패스트패션은 주 2회 신상품을 선보이며 패션산업의 생산주기를 변화시켰다.

폴리에스테르와 천연섬유 혼방 의류도 있다. 인기가 많은 소재지만 현재는 100% 재활용 기술이 존재하지 않는다. 폴리에스테르 섬유 생산은 1980년 580만t에서 1997년 3400만t으로 급증하고 2015년에는 1억t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까지는 쏟아지는 의류 생산을 감당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H&M은 이를 알고 있다. 컨셔스 자선재단을 통해 섬유 재활용기술을 개발 중인 ‘혁신팀’ 5개에 110만 달러를 쾌척한 것도 이 때문이다. 낡은 면 의복을 면 소재로 분해해 다시 새 섬유로 방적하는 과정을 개발하는 팀도 있고, 폴리에스테르를 분해 및 소화하는 미생물을 연구하는 팀도 있다. 천연섬유와 폴리에스테르 혼방 섬유를 기본 소재로 분해해서 폴리에스테르 제조업체에 재판매할 수 있는 기술이다.

이 공정들은 순수 면과 합성섬유, 혼방섬유를 손쉽게 구분하는 기술과 나란히 개발돼야 한다. 바깥은 면, 안쪽은 폴리에스테르로 된 재킷을 알아보는 기술 또한 필요하기 때문이다. “약 1088만6220t의 의복 폐기물을 매립지에서 끌어내 수작업으로 분류할 수는 없다”고 중고의류 수거업체 I:CO의 제니퍼 길버트가 말했다.

이들 패스트패션 브랜드는 시급하게 100% 재활용 기술 개발에 나서는 중이다. 그래야 기존 섬유로도 수익을 낼 수 있는 새 시장을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1년간 중고섬유 시장은 크게 침체했고, 그 결과 전체 시장체계가 붕괴 직전에 몰렸다.

지금 우리는 낡은 옷을 한데 모아 섬유 재활용업체에 넘기는 방식을 사용한다. 그럼 옷의 가치는 더 이상 브랜드나 품질, 유행 여부로 결정되지 않고 글로벌 공급과 수요의 원칙에 따라 파운드별 가격이 결정되는 1차 상품이 된다. 지난 18개월간 중고의류의 상품 가격은 파운드당 몇 센트로 급락했다. 달러 강세와 (중고의복의 상당 비중이 처리되는) 중동의 지정학적 불안이 가져온 수요 약화, 동유럽 국가의 경기 상승, 동아프리카 최대 중고의류 시장의 화재가 가격을 더욱 하락시켰다.

가격 하락에는 다른 원인도 있다. 저품질의 중고의류 공급이 꾸준히 늘어난 게 그중 하나다. “중고의류 산업은 미국과 영국, 그리고 세계적으로 매우 힘든 시기”라고 영국 섬유재활용협회의 알란 휠러 이사장이 지난 4월 소싱저널과 진행된 인터뷰에서 말했다. “그러나 의복 가격이 과거보다 크게 낮아지면서 새 옷에 대한 수요는 증가한다. 중고의류 가격에 대한 하방 압력은 당분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재활용업자에게 금전적 혜택이 거의 없어 2000년대 후반 경기대침체 이후 수년간 꾸준히 상승하던 헌 옷 수거율은 지난 1년간 4%나 감소했다.

의복의 품질이 계속 하락하면 세계시장의 수요 또한 하락을 거듭할 것이다. 100% 재활용 기술이 성공적으로 상용화되지 못하면 중고의류 산업은 위기를 맞이할 지도 모른다. 그럼 우리가 버리는 저렴하고 낡은 헌 옷을 받아줄 곳은 자취를 감춰버리고 말 것이다.

– 알덴 위커 뉴스위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