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틀랜드 대지의 정기를 입다

전통 직물 ‘트위드’가 밝은 색상과 과감한 패턴으로 젊은 층 공략에 나서

1
헌츠맨은 전통적인 트위드를 밝고 과감한 색상과 패턴으로 거듭나게 했다.

영국 시인 헨리 워즈워드 롱펠로우는 ‘가을(Autumn)’이라는 제목의 시에서 ‘한 해는 영광과 더불어 오고 간다’고 노래했다. 그는 가을을 좋아했다. 가을의 색깔은 그의 마음을 설레게 했으며 그가 그린 언어의 그림은 매혹적이다. ‘아름다운 정령이 숨쉰다/ 그 그윽한 풍요로움을 울창한 나무 위에 내려놓고/ 갖가지 색으로 가득 찬 유리그릇을 기울여/ 가을 숲에 새로운 영광을 붓는다.’

따스한 햇볕을 좋아하는 나는 롱펠로우처럼 여름이 끝나는 걸 마냥 기뻐할 수는 없다. 키이츠가 ‘원숙해져가는 태양의 둘도 없는 친구’라고 묘사한 가을이 내 눈엔 원수처럼 보인다. 어둡고 춥고 습한 날들을 예고하는 불길한 서곡이다. 가을은 연중 가장 우울한 계절이다. 나뭇잎이 그렇게 아름다운 색깔로 물드는 것은 엽록소가 사라지기 때문일 뿐이며 그것은 곧 시들어 죽게 된다는 의미다.

이럴 때 마음을 푸근하게 해주는 트위드(간간이 다른 색깔의 올이 섞여 있는 두꺼운 모직 천)가 없었다면 난 차라리 겨울잠을 택했을지도 모른다. 제대로 만든 트위드는 모든 면에서 나와는 정반대다. 매우 강하며 나쁜 날씨에도 영향을 받지 않는다. 트위드로 만든 옷을 입으면 바람이 휘몰아치는 삭막한 황무지에서 야생화 핀 자갈 비탈을 헤치고 다녀도, 영국 화가 에드윈 헨리 랜드시어가 즐겨 그리던 멋진 수사슴 뒤를 쫓아다녀도 내 집처럼 편안하다.

랜드시어와 월터 스콧(스코틀랜드 출신의 문인)은 내가 좋아하는 트위드가 오늘날까지 명맥을 유지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역사 소설 ‘빅토리아 여왕’ 등 스콧의 작품을 좋아하는 팬들이 영국 상류층 사이에 스코틀랜드의 땅과 성을 사들이는 풍조를 유행시켰다. 19세기가 무르익어 가면서 외지인들이 사들인 사유지와 그를 중심으로 한 네트워크가 스코틀랜드 족벌체제의 특성을 희석시켰다. 1745년 실패로 끝난 재커바이트의 반란으로 약화되기 시작한 이 족벌체제는 1780년대 이후의 고지대 소제(Highland Clearances, 고지대에 양을 길러 소득을 올리려는 지주들이 소작인들을 쫓아낸 사건)로 한층 더 쇠퇴했다.

스코틀랜드 고지대의 씨족들은 타탄(tartan, 굵기와 색깔이 다른 선을 서로 엇갈리게 해 놓은 바둑판 무늬) 직물로 유명했다. 이 직물은 고지대 씨족들의 단합을 상징해 1746년 법으로 착용이 금지됐다. 타탄과 마찬가지로 트위드도 이 지역을 상징하는 역할을 했다. 스코틀랜드의 지주들과 사유지의 일꾼들이 트위드로 만든 옷을 입었다. 땅의 색깔을 바탕으로 각 사유지마다 독특한 색상의 트위드를 입었다.

개성 있는 트위드는 좋은 와인처럼 테루아르(포도주가 만들어지는 자연 환경)의 독특한 향미가 느껴진다. 또 그 옷을 입는 사람들의 생각과 감정을 스코틀랜드의 인상적인 풍경으로 이끄는 힘이 있다. 밸모럴 영지의 트위드는 애버딘 근처의 화강암을 떠올린다. 로바트 경의 가족과 고용인을 위해 만들어진 로바트 믹스처에는 모러 호수 주변의 나무와 모래, 히스꽃, 고사리와 초롱꽃 등의 색이 혼합돼 있다.

지주들은 방직업자들과 오랜 상의 끝에 저마다 독특한 패턴과 색깔의 트위드를 만들어냈다. 트위드 제작에 얽힌 사연 중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이야기는 1995년 처음 발행된 ‘스코티시 에스테이트 트위즈(Scottish Estate Tweeds)’에 실려 있다. 로스셔의 사유지 ‘스트래스코넌’의 소유주가 8가지 스타일의 트위드 천을 짜게 된 과정은 흥미진진하다. 그는 사냥꾼들에게 트위드 천의 샘플을 들려 언덕 위로 올려보냈다. 그리고 자신은 집 현관 앞에 안경을 쓰고 앉아 그쪽을 바라보면서 가장 눈에 안 띄는 천을 골랐다. 사냥할 때 위장복으로 입기 위해서다.

이 책은 늦은 여름 내 독서 목록의 제1순위다. 이 책을 보면 시간이 지날수록 트위드의 디자인이 더 과감해 진 것을 알 수 있다. 스코틀랜드 사유지의 1세대 트위드는 멀리서 보면 단색처럼 보이며 가까이 다가가야만 아주 미묘하게 다른 색깔의 실들이 섞여 있는 게 눈에 띈다. 약 1세기 뒤엔 디자인이 몰라보게 과감해졌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트위드는 여러 종류의 초록색과 보라색, 노란색과 베이지색이 복잡한 무늬로 짜인 스타일이다. 빅토리아 여왕의 증손자는 이렇게 과감한 체크 무늬를 유행시키는데 큰 공을 세웠다. 1960~70년대에는 화려한 색상의 커다란 체크 무늬가 유행했다.

그즈음 런던 새빌 거리의 맞춤 양복점 ‘헌츠맨’이 브랜드 특유의 트위드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그때까지 스코틀랜드에서 생산된 트위드 중 가장 대담한 디자인이었다. 1960년대 중반까지 헌츠맨의 트위드는 억제된 듯한 이미지였지만 1964년 줄무니와 체크 무늬, 활기찬 색상을 도입했다. 1970년대에는 녹슨 듯한 색깔과 초록색, 노란색, 감귤색, 체리색, 청회색, 흰색, 청색 등으로 짜인 커다란 체크 무늬 트위드를 선보였다.

어깨를 강조한 파워 수트와 시티 스트라이프가 유행한 20세기 말에는 트위드의 인기가 떨어졌다. 하지만 최근 헌츠맨은 1970년대 유행했던 트위드 디자인 일부를 되살렸다. 두께는 중앙난방이 들어오는 오늘날의 실내환경에 적합하게 조절했다. 한편 새빌 거리에 있는 ‘대싱 트위즈’는 밝은 색상과 과감한 무늬로 신세대 트위드의 시대를 열었다.

난 트위드가 가을과 겨울의 어두운 날들을 밝혀준다고 생각한다. 롱펠로우가 아직 살아 있었다면 그 색깔에서 영감을 받은 시를 썼을 듯하다.

– 니컬러스 포크스 뉴스위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