쫓는 자와 쫓기는 자가 뒤바뀔 때

영화 ‘맨 인 더 다크’, 잔인한 장면보다 긴장감과 속도감에 초점 맞춘 현실적인 공포감 조성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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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인 더 다크’에서 3인조 도둑으로 나오는 다니엘 조바토와 제인 레비, 딜런 미네트(왼쪽부터).

호러 명작으로 평가받는 ‘이블 데드’를 리메이크해 화제를 모았던 페데 알바레즈 감독이 긴장감 넘치고 잔인한 심리 스릴러 ‘맨 인 더 다크’(국내 개봉 10월 5일)로 호러 장르에 이름을 확실히 올렸다.

미국 미시건 주의 낙후된 도시 디트로이트에 사는 20대의 록키(제인 레비)와 머니(다니엘 조바토), 알렉스(딜런 미네트)는 다른 친구들처럼 그곳을 떠나 새 삶을 시작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돈이 없는 이들은 도둑질을 해서 캘리포니아 주로 이주할 자금을 마련하기로 한다. 그러던 중 시내에 사는 한 나이 든 걸프전 참전용사(스티븐 랭)가 교통사고로 숨진 딸의 합의금으로 30만 달러를 받았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그를 표적으로 삼는다.

범행에 앞서 표적을 살피던 록키와 친구들은 그 노인이 폐허가 되다시피 한 동네에 살며 앞을 못 본다는 사실을 알고는 그의 집을 터는 일은 식은 죽 먹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는 록키 일행이 생각하는 것처럼 무력한 노인이 아니었다. 노인의 집에 침입한 세 사람은 자신의 목숨을 지키기 위해 치열한 싸움을 벌이며 집 주인의 어두운 비밀을 알게 된다.

‘맨 인 더 다크’가 진정한 호러 영화인지에 관해서는 약간의 논란이 있다. 오프닝에서 랭이 피 흘리는 레비(죽은 듯 보인다)의 머리채를 잡아 질질 끌고 가는 장면이나 화면에 뜬 영화 제목의 서체 등에서 호러 영화의 분위기가 느껴지긴 한다. 하지만 이 영화에는 ‘깜짝 놀랄 만큼 공포스런 장면’이 많지 않고 호러 영화에서 관객이 기대하는 전형적인 요소도 별로 없다.

그러나 눈 먼 노인에게서 돈을 훔치는 일을 너무 쉽게 여겨 조심성 없게 행동하던 록키 일행에게 갑작스런 반전이 닥치면서 긴장이 고조된다. 이 3인조는 노인의 집에 침입할 때 삐걱거리는 마루판을 거리낌 없이 밟고 다니고 유리창을 깨고 큰 소리로 이야기를 나눈다. 그러던 그들이 생각보다 훨씬 더 힘 세고 능력 있는 노인에게 쫓기는 신세가 되면서 신경이 곤두선다. 알바레즈 감독이 관객에게 주고 싶은 느낌이 바로 그런 것이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 말이다.

이렇게 팽팽해진 긴장의 끈은 느슨해질 줄 모르고 록키 일행(그리고 관객)의 몸을 조여온다. 그들에게 도망칠 기회가 왔다 싶을 때마다 또 다른 장애에 가로막히면서 공포가 엄습한다. 관객은 그들이 그 집에 오래 갇혀 있을수록 빠져나올 희망이 없어진다고 믿게 된다.

‘맨 인 더 다크’는 매우 충격적이며 그 충격의 여운이 오래 남을 영화로 호러 장르에 이름을 올릴 만하다. 알바레즈 감독은 2013년 장편 데뷔작으로 샘 레이미 감독의 호러영화 ‘이블 데드’를 리메이크했다. 그러니 ‘맨 인 더 다크’가 공포 쪽으로 기우는 것은 이해할 만하다. 하지만 알바레즈 감독이 ‘이블 데드’에서 얻은 교훈을 발판으로 역겨울 정도로 잔인한 장면보다 긴장감과 속도감에 초점을 맞춘 건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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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인 더 다크’에서 눈 먼 노인으로 나오는 스티븐 랭은 많지 않은 대사에도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알바레즈 감독의 ‘이블 데드’를 좋아한 사람도 많았지만 1981년 나온 원작에 비해 지나치게 폭력적이며 기억에 남을 만한 장면도 없다는 비난을 받았다. 하지만 ‘맨 인 더 다크’는 숨죽인 듯 조용한 장면들이 꽤 오랫동안 뇌리에 남을 듯하다. 눈 먼 노인이 록키 일행을 어둠 속에 몰아넣는 장면은 특히 인상적이다. 노인은 전기를 차단해 집안을 칠흑 같이 어둡게 만든 다음 자신에겐 너무도 익숙한 어둠 속에서 우왕좌왕하는 젊은이들을 뒤쫓기 시작한다.

‘맨 인 더 다크’에 폭력적인 장면이 없다는 말은 아니다. 주인공들은 주먹으로 얼굴을 맞고, 천장에서 떨어지고, 총을 맞고, 손발이 묶이고, 정원 가위에 찔리고, 쇠지렛대로 얻어맞고, 좁은 환기통 안에서 으르렁거리는 개에 쫓긴다. 잠시도 긴장을 늦출 수가 없다.

하지만 허점도 많다. 도둑질을 하러 들어간 록키 일행이 오히려 주인에게 쫓기기 시작하면서 관객이 곧 그들에게 공감하도록 분위기를 이끌어가는 게 어색하게 느껴진다. 가정 침입이 포함된 일반적인 호러-스릴러와는 다른 전개 또한 자연스럽지 않다. 범죄자들이 비극적인 최후를 맞고 피해자는 정당하게 복수하는 게 보편적인 결말이다. 기본적으로 악당 대 영웅 구조로 그려진다. 하지만 ‘맨 인 더 다크’는 초반부터 그 틀을 깨버림으로써 관객을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그러나 눈 먼 노인의 정체가 밝혀지기 시작하면서 그런 상황이 이해된다.

‘맨 인 더 다크’의 과장 없는 대사와 적당한 속도감은 좀 더 현실적인 공포를 즐기는 사람들에게 호감을 줄 듯하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쯤엔 영화 제목(‘숨 쉬지 말라’는 뜻의 원래 영어 제목을 말한다)이 작품 속의 상황을 말하는지 아니면 1시간 22분 동안 숨도 제대로 못 쉬면서 지켜본 관객에게 보내는 메시지인지 궁금해진다.

– 에이미 웨스트 아이비타임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