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친 풍랑에 흔들리는 유럽 은행업계

마이너스 금리, 자본규제 강화, 공급과잉으로 압박 받아…인력감축 등으로 살길 모색하지만 부실기업 지원 등 중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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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22.COM

유럽 은행업계에는 길고 무더운 여름이었다. 마이너스금리, 초저금리가 금융규제 강화와 맞물려 유럽에서 가장 탄탄한 몇몇 은행들까지 흔들어 놓았다.

네덜란드 대형은행 ING는 지난 10월 3일 7000명을 감원한다고 발표했다. 유럽의 엄격한 금융환경 속에서 이익을 내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융자기관들의 대열에 합류했다. 신기술과 디지털 플랫폼에 대한 8억 유로(약 1조원) 규모의 투자에 집중하는 한편 향후 5년간 전 세계 인력의 13% 이상을 감축하겠다고 발혔다.

독일 최대은행 도이체방크의 주가는 지난 9월 말 30년래 최저수준으로 내려앉았다. 2008년 금융위기에 앞서 모기지 증권을 부실판매한 책임을 물어 미국 법무부가 140억 달러(약 15조3300억원)의 벌금을 물린 뒤였다. 벌금액을 54억 달러로 내리는 합의에 가까워졌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10월 초 도이체방크의 주가하락 압력이 완화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존 크라이언 CEO는 앞서 9000여 명의 인원감축 계획을 발표했다.

스코틀랜드왕립은행(RBS) 주가도 9월 말 2주 동안 하락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의 모기지 증권 부실판매와 관련해 미국 법무부의 벌금 부과액이 올해 안에 결정된다. 독일 2위 규모의 코메르츠은행도 지난 9월 말 저금리와 고객 수요 부진으로 9600명을 감원하고 ‘당분간’ 배당지급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지난 6월 이후 유럽연합(EU)의 국고보조 규정을 위반하지 않으면서 전체 금융시스템에 구제금융을 지원하는 방법을 강구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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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대형은행 ING는 지난 10월 3일 7000명을 감원한다고 발표했다.

이탈리아 은행들도 깊은 곤경에 처해 있다. 이들은 국내총생산(GDP)의 20%에 상당하는 약 3600억 유로의 부실채권을 떠안고 있다. 전체적으로 은행들이 마련한 준비자금은 그 금액의 45%에 지나지 않는다.

당장 발등의 불은 세계 최고의 전통을 자랑하는 몬테 파스키 디 시에나 은행이다. 50억 유로의 구제금융을 조달하려고 애쓰고 있다. 그러나 이탈리아 은행들의 주가는 전반적으로 1년 전에 비해 반토막이 났다.

이탈리아 은행들도 깊은 곤경에 처해 있다. 이들은 국내총생산(GDP)의 20%에 상당하는 약 3600억 유로의 부실채권을 떠안고 있다. 전체적으로 은행들이 마련한 준비자금은 그 금액의 45%에 지나지 않는다.

당장 발등의 불은 세계 최고의 전통을 자랑하는 몬테 파스키 디 시에나 은행이다. 50억 유로의 구제금융을 조달하려고 애쓰고 있다. 그러나 이탈리아 은행들의 주가는 전반적으로 1년 전에 비해 반토막이 났다.

10월 초 크레딧 스위스의 티잔 티엄 CEO가 영국 런던에서 열린 블룸버그 회의에서 유럽 은행들이 “대단히 취약해 사실상 투자할 만한 대상이 아니다”고 말한 것도 놀랄 일이 아니다. “근본적인 의구심이 든다. 자기자본 비용(주주가 기대하는 수익률)을 감당할 정도의 실행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이 있는가? 그것이 대단히 큰 의문이다.”

유럽은행들은 사방에서 역풍과 싸운다. 그중 어떤 것이든 업계의 중요 부분을 침몰시킬 수 있다. 2009년 유로존 국채위기 이후 가장 심각한 위기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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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딧 스위스의 티잔 티엄 CEO(사진)는 유럽 은행들이 “대단히 취약한 상황이며 사실상 투자할 만한 대상이 아니다”고 말했다.

첫째 요인은 제로금리 속에서 은행업으로 수익을 올리기가 극히 어렵다는 점이다. 제로금리는 또한 근년의 부실채권 평가손 이후 완충자본(법정 지불준비금을 제외한 여유자금)의 재비축에도 걸림돌이 된다.

둘째는 갈수록 엄격해지는 세계적인 자기자본 요건 강화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은행들의 자기자본을 예전의 3배 이상으로 확대하도록 하는 조치다. 그에 따라 은행들이 돌연 파산하거나 정부 구제금융(곧 세금)이 투입될 확률은 줄어들지만 한편으로 은행들이 여신을 통해 수익을 올릴 대출 여력도 줄어들게 된다.

셋째, 금융 부정행위에 대한 벌금부과가 계속된다는 점이다. 도이체방크에 대한 미국 법무부의 벌금부과는 오래 전부터 계속 이어져 왔다.

미국 규제당국이 거액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는 것은 미국 내 주요 금융업 면허의 취소 권한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은행도 미국 내 사업허가 없이는 국제적인 고객을 상대로 사업을 할 수 없다. 유럽중앙은행(ECB)이 강제하는 마이너스 금리가 수익성 악화의 원인이라고 은행들은 불평한다.

그러나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10월 초 독일 프랑크푸르트 회의에서 유럽 7000개 은행의 공급과잉이 진짜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은행업계가 “자본시장보다 더 커졌다”며 “은행 공급과잉이 업계 수익성 하락의 큰 요인”이라고 말했다. “일부 국가 은행업종의 시설과잉, 그리고 그에 따른 경쟁격화로 이익률이 갈수록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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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은행업계는 오래 전부터 이 같은 비판을 받아왔다. 유럽 정부들은 경제 시스템 상 중요하든 않든 갖가지 이유로 온갖 은행을 구제해 왔다. 그에 따라 수백 개의 이른바 좀비 은행들이 생명유지장치를 부착한 채 병들고 부실한 기업들의 부채를 털어내지 못하고 수천 개 좀비 기업들을 등에 업고 비틀거리며 걸어 왔다.

드라기 ECB 총재가 이런 은행들의 산소호흡기를 떼야 한다고 말할 정도라면 정말 문제가 심각한 듯하다.

– 로저 베어드 아이비타임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