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이 들어 보이는 이유

피부 색소와 멜라닌 형성에 중요한 ‘빨강 머리 유전자’가 평균 2년 젊어 보이게 만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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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 머리와 하얀 피부를 만드는 유전자가 얼굴도 동안으로 만든다. ‘배트맨 대 슈퍼맨’ 주연배우 에이미 아담스.

외모를 젊어 보이게 만드는 유전자가 밝혀졌다. 머리를 적색으로, 피부를 하얗게 만드는 것과 같은 유전자다. 이 유전적 변이체를 가진 사람은 실제 나이보다 평균 2년은 더 젊어 보인다. 연구는 관련 분야 최초로 ‘인지 연령(perceived age)’과 깊은 연관성이 있는 유전적 변이체를 규명했다고 주장한다. 이 연구는 네덜란드의 에라스무스대학 메디컬 센터와 영국-네덜란드계 다국적 소비재 기업 유니레버가 공동 기획했다.

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 보고된 이 변이체는 자외선(UV)으로부터 몸을 보호하기 위한 유전 암호 속에 있었다. 이들 유전 암호에는 모발을 적색으로 만드는 기능도 있었다. 에라스무스대학의 만프레드 카이저 박사는 “동안과 노안의 원인을 일부분 설명해주는 유전자가 처음으로 발견됐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아주 오랜 옛날부터 젊어 보이려는 욕망을 갖고 있었다. 이 같은 욕망은 외모가 건강과 생식력을 나타낸다는 믿음에서 비롯된다.”

실제로 인지 연령은 수명의 예고지표이며 텔로미어(염색체 말단소립)의 길이 같은 노화의 분자지표와 관계가 있다고 카이저 박사는 말한다. 인지 연령의 배경을 이루는 분자생물학의 이해는 다양한 목적 중에서도 새로운 노화 치료법의 발견에 필수적이다. 그러나 지금껏 그에 대한 연구가 부족했다.

카이저 박사는 “우리 연구는 실제보다 나이 들어 보이는 이유를 설명하는 최초의 유전적 증거를 찾아내고, 노안과 동안의 생물학적 토대를 더 깊이 조사하기 위한 실마리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메이크업을 하지 않은 피험자 2693명의 ‘나안’ 사진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사진 속 피험자들의 연령을 추정하도록 했다. 그 결과를 피험자들의 실제 연령과 비교했다. ‘인지 연령’은 상당히 주관적인 개념이기 때문에 연구팀은 미리 방법론을 수립했다. 인지 연령 측정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연구팀은 디지털 사진을 토대로 사람의 연령을 추정할 때 50명 이상이 참여하면 정확한 인지 연령 중간값을 산정할 수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

다음 단계로 피험자 2693명의 DNA를 분석해 실제보다 동안인 사람들에게 더 흔하게 나타난 어떤 차이나 돌연변이를 찾았다. 800만 개 이상의 변이체를 검사한 뒤 모든 증거가 MC1R 유전자를 가리켰다. 피부 색소와 자외선으로부터 보호하는 멜라닌 형성에 중요한 역할하는 유전자다. 이 변이체를 가진 사람은 최대 2년은 더 젊어 보였다.

그러나 이 유전자는 여러 가지 다양한 형태를 띠는 변이체다. 그중 하나가 빨강 머리를 만들기 때문에 ‘빨강 머리 유전자(the ginger gene)’로 불린다. 선행 연구에선 유전자와 환경적 요인이 대략 같은 비율로 결합해 인지 연령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학자들은 MC1R 유전자가 노화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관한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앞으로 그 밖의 유사한 유전자 변이체들을 찾아내 노화방지 치료제 개발뿐 아니라 잠재적인 건강 이상의 예측과 예방을 위한 연구를 실시할 계획이다. 유니레버의 데이비드 건 연구원은 “인지연령과 관련된 유전자를 더 많이 찾아낼 수 있다면 그런 유전자들이 노화에도 관여해 건강과 질병에도 영향을 미치리라 예상한다”며 “그렇게 보는 근거는 동안인 사람이 노안인 사람보다 장수할 가능성도 더 크다는 것이 예전의 실험에서 입증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루시 클라크 빌링스 뉴스위크 기자

[박스기사] 흰머리 이제 걱정 이제 끝? – 미국에서 피부와 모발 색소형성에 관여하는 줄기세포 발견으로 신약 개발 등 청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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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의 특정 분자 신호전달 경로를 차단한 뒤 검은 털이 하얗게 변했다.

최근 연구에서 흰머리의 생성을 억제하고 피부색소 질환을 치료하는 잠재적인 방법이 밝혀졌다. 미국 뉴욕대학 랭곤 의료 센터 연구팀은 피부·모발 색의 형성을 담당하는 분자경로(분자간 상호작용망)를 찾아냈다.

학술지 ‘셀 리포트’에 발표된 이들의 연구 결과는 언젠가는 흰머리를 갈색·금색·적색 같은 더 젊은 색깔로 되돌리는 미용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연구는 또한 백반증 치료 신약 개발에 유용할지도 모른다. 백반증은 피부가 원래의 색을 잃고 흰색 반점이 생기는 질병이다. 미국 백반증재단에 따르면 미국 내 200~500만 명, 그리고 세계적으로 5000만 명이 이 병으로 고통 받는다. 또한 입·코·눈 점막의 색소결핍도 유발한다.

연구팀은 줄기세포를 대상으로 일련의 실험을 실시했다. 모두 색소형성의 생물학적인 작용과정을 조사하기 위한 연구의 일환이다. 조사 결과 Edn/EdnrB로 알려진 특정 신호전달경로가 다른 경로 특히 Wnt 신호전달경로와 상호작용 했다. 그리고 나아가 멜라닌 세포를 증식시킨다. 피부와 모발 색소형성의 초기단계에 관여하는 줄기세포다. 앞선 연구에서 이들 경로는 혈관형성 조절 역할을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세포증식과 분열에도 일정 부분 관여한다. 그러나 이들 특정 신호전달 과정과 모발·피부색의 관련성이 밝혀진 것은 처음이다.

연구팀이 조사의 일환으로 EdnrB 경로가 결핍된 쥐를 배양했더니 털이 일찍 하얘졌다. 후속 실험에선 반대로 쥐의 유전자를 조작해 같은 경로의 기능을 강화했다. 그 결과 멜라닌 세포 생성이 15배 증가해 쥐에게서 과다색소침착이 일어났다. 그리고 연구팀이 쥐에게 작은 상처를 냈더니 아물기 시작할 때 피부가 훨씬 더 짙은 색을 띠었다. 따라서 이 경로를 표적으로 삼는 약을 개발하면 궁극적으로 상처 주변에서 발생하는 변색의 치료 효과를 높일 수도 있다.

미용업계가 관심을 가질 만한 실험에서는 연구팀이 쥐의 Wnt 신호전달을 차단했더니 멜라닌 세포 성장이 둔화되면서 색소가 없는 흰털이 났다. 이 같은 결과는 Wnt 경로의 공략이 흰머리가 나지 않도록 하는 방법일 가능성을 말해준다.

미용업계는 오래 전부터 염색약의 대안을 모색해 왔다. 현재 시판되는 염료와 화장품에는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사람이 많다. 정기적으로 염색을 하는 사람들은 거기에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뿐 아니라 그에 따른 모발손상을 문제 삼는다. 그러나 학계는 흰머리가 생기는 원인을 파악해 해법을 찾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지난 3월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는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 연구팀의 다른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에서 흰머리 생성을 담당하는 주요 유전자가 발견됐다. 모발의 착색 기능을 담당하는 멜라닌의 조절과 생성을 담당하는 유전자다. 앞으로 그 유전자와 관련된 특정 경로를 표적으로 삼는 신약이 개발될 수 있다.

– 제시카 퍼거 뉴스위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