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의 시대 끝나나

퀀텀 컴퓨터의 등장으로 암호화 기법이 효력 상실한다는 주장 제기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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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M 토마스 왓슨 연구소에서 퀀텀 컴퓨팅 실험을 하는 연구원.

비트코인의 종말 루머는 크게 과장됐다. ‘비트코인 부고기사’를 추적하는 사이트에 따르면 언론은 그 사이버 통화 탄생 후 7년 사이 100번 이상 사망선고를 내렸다. 하지만 최근 다시 살아나면서 비트코인 가격이 전년 대비 3배 뛰었다. 가격폭락, 해킹, 공동체 내분을 모두 이겨냈지만 비트코인의 최대 위협은 아직 부상하지 않았다. 바로 퀀텀 컴퓨터다.

1982년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이 처음 이론을 정립한 이래 퀀텀 컴퓨터는 컴퓨팅 기술 신시대의 도래를 약속했다. 하지만 비교적 최근 들어 구글, 미국 항공우주국(NASA), 중앙정보국(CIA) 같은 조직이 퀀텀 컴퓨터 개발을 추진하면서 비로소 그 이론이 현실 세계에 발전된 모습으로 구현됐다. 컴퓨터 과학자들은 요즘 초고성능 머신의 등장으로 암호화 기법이 불구가 되면 비트코인 실험도 종지부를 찍게 된다고 경고한다. 비트코인의 바탕을 이루는 기술적 토대가 붕괴된다는 의미다.

영국 사이버보안 업체 포스트 퀀텀의 앤더슨 쳉 공동창업자는 “비트코인은 분명 퀀텀 컴퓨터에 약점을 갖고 있다”며 “최초의 퀀텀 컴퓨터가 등장하는 날 비트코인은 종지부를 찍을 것”이라고 뉴스위크에 말했다.

퀀텀 컴퓨터가 비트코인에 제기하는 위험은 이른바 공개키와 개인키를 둘러싼 암호화에 있다고 쳉 공동창업자는 설명한다. 거래를 용이하게 하는 숫자 집합을 말한다. 비트코인 이용자는 공개키와 개인키를 하나씩 갖고 있다. 비트코인은 받는 사람과 보내는 사람이 공개키를 공유한다. 하지만 비트코인을 사용할 때는 자신만 아는 개인키가 필요하다. 다른 사람이 개인키를 알아낼 수 있다면 비트코인을 모두 써버릴 수도 있다.

“퀀텀 컴퓨터가 나오면 사실상 공개키를 토대로 개인 키를 계산해낼 수 있다”고 영국 플리머스대학 보안·통신·네트워킹 연구소의 마틴 톰린슨 교수는 말한다. “1~2분이면 충분하다. 따라서 퀀텀 컴퓨터로 개인키를 모두 알아내 유통되는 비트코인을 모두 손에 넣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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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퀀텀 컴퓨터가 언제 처음 등장할지는 톰린슨 교수도 모른다. 하지만 현재 진행 중인 대규모 연구로 그날이 갈수록 앞당겨진다고 지적한다. EU 집행위원회는 올해 초 ‘퀀텀 혁명’의 구현을 목표로 10억 유로(약 1조 2300억원) 규모의 새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대표적으로 캐나다의 D-웨이브를 중심으로 하는 몇몇 기업이 이미 퀀텀 컴퓨터를 개발했다고 주장하지만 선도적인 컴퓨터 과학자들은 아직은 그런 이름으로 부르기에는 부족한 장치라고 평가한다. 독일 통합퀀텀과학기술 센터의 토마소 칼라코 소장은 최근 “D-웨이브의 장비는 과학계에서 인정받지 못한다”고 뉴스위크에 말했다. 하지만 케임브리지 퀀텀 컴퓨팅의 일리아스 칸 공동창업자는 퀀텀 기술이 실용성을 갖는 건 “비교적 가까운 미래의 일”이라고 말했다.

퀀텀 컴퓨터로부터 비트코인을 지키기 위해 새로운 퀀텀 암호화 표준을 비트코인 프로토콜(데이터 통신 규약)에 통합시킬 필요가 있다. 그런 퀀텀 차단기술은 이미 존재하지만 그것을 어떻게 도입하느냐가 문제다. 비영리단체 비트코인 재단의 류 클라센 대표는 “매우 똑똑한 암호화 전문가들”이 이미 솔루션을 개발 중이며 퀀텀 차단 기술들이 단계적으로 네트워크에 도입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톰린슨 교수는 아직 해결되지 않은 비트코인의 기존 문제들을 들어 이론을 제기한다. “비트코인의 시대는 끝날 것이다. 판을 뒤엎는 혁신에는 비트코인 커뮤니티의 합의가 필요한데 거래 제한 문제조차 제대로 인식되지 않는다. 이렇게 간단한 문제도 어려운데 디지털 신호 방식 전체를 개편하는 일은 말할 필요도 없다. 따라서 비트코인은 끝났다고 본다.”

– 앤서니 커스버트슨 뉴스위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