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의 얼굴을 훔친 나쁜 감독

‘스타워즈’의 레이아 역 맡았던 캐리 피셔 별세… 물정 몰랐던 19세 때 조지 루카스 감독에게 초상권 무상으로 양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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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셔는 ‘스타워즈: 새로운 희망’(1977)에서 레이아 공주 역할로 주목 받았다.

영화 ‘스타워즈’ 시리즈의 레이아 공주 역으로 유명한 배우 캐리 피셔가 2016년 12월 27일 세상을 떠났다. 그녀는 2011년 뉴스위크의 라민 세투데 기자와 인터뷰 당시 ‘스타워즈’의 조지 루카스 감독이 자신의 정체성을 ‘훔쳐갔다’고 말했다. 다음은 그 인터뷰에서 발췌한 내용으로 그녀가 자신의 캐릭터 이미지를 이용한 다양한 상품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반응했는지를 보여준다.

난 19세 때인 1970년대 중반 ‘스타워즈’의 레이아 공주 역으로 캐스팅됐다. 하지만 계약 당시 초상권을 무상으로 양도하는 데 서명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당시에는 ‘초상권’이라는 개념이 잘 알려지지 않았었고 영화 관련 캐릭터 상품을 판매하는 경우도 거의 없었다. 게다가 ‘스타워즈’ 시리즈가 이렇게 대성공을 거두면서 오랫동안 인기를 끌 줄은 누구도 몰랐다. 난 초상권을 양도하면서도 그렇게 가치 있는 뭔가를 내준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그렇다고 당시에 나 자신이 예쁘지 않다고 생각했다는 말은 아니다).

요즘 난 미니 마우스가 된 기분이다. 레이아 공주의 이미지가 나의 모든 정체성을 뒤덮어버렸다. 사람들은 내게 와서 “조지 루카스 감독의 허가를 받아 이러이러한 제품을 만들게 됐다”는 말을 하곤 했다. 그래서 내 딸은 내 얼굴이 찍힌 양말을 신고 다녔다. 그리고 난 윌리엄스 소노마(미국 가정용품 체인점)에 쇼핑하러 갔을 때 컵케이크에 꽂는 작은 스틱에 레이아 공주의 얼굴이 그려진 제품을 보고 예뻐서 돈 주고 샀다.

내가 초상권을 무상으로 양도하지 않았더라면 이런 수많은 제품으로 얼마나 많은 돈을 벌었을까? 너무 화가 나서 알고 싶지도 않다. 종종 아주 우스꽝스런 일도 일어난다. 일례로 최근엔 ‘레이아 공주’라는 이름의 마리화나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난 마리화나를 좋아한 적도 없는데 마리화나의 일종에 그 이름이 붙었다니 아이러니컬하다.

오래 전부터 루카스 감독에게 이런 문제를 이야기했지만 그는 한 번도 사과하지 않았다. 난 계약 당시 세상 물정을 모르는 19세 철부지여서 그랬다 치고 다른 배우들은 왜 이 문제에 제대로 대처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나와 함께 ‘스타워즈’ 시리즈에 출연한 해리슨 포드는 당시 33세였으니까 나보다는 물정을 잘 알았을 것이다. 포드는 (계약과 관련해) 주장할 게 있었다면 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또 그가 그렇게 했다면 나도 그 소식을 들었을 것이다. 우리 두 사람의 계약 내용이 흡사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는 계약 내용을 수정하지 않았다. 그렇게 해서 이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채 지금까지 이어져 왔다.

‘스타워즈’ 치약 매출에서 내게 돌아와야 마땅한 몫을 받지 못해 짜증이 나느냐고? 그런 건 신경 쓰고 싶지 않다. 하지만 ‘스타워즈’ 프리퀄 3부작에 출연한 나탈리 포트만이 초상권 수입을 챙기는지 궁금하다. 만약 그녀가 한 손엔 오스카 트로피를 거머쥐고 다른 한 손엔 아미달라 공주의 초상권료로 받은 수표를 들고 있다면 몹시 화가 날 듯하다.

– 뉴스위크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