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시아 양탄자가 돌아왔다

세계 지배층의 사랑을 받던 이란 전통 카펫이 경제제재 해제로 수출입 재개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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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슨 나즈미얄이 소유한 미국 뉴욕의 나즈미얄 컬렉션 갤러리에는 개당 수천~수백 만 달러에 달하는 융단이 3000개 이상 있다.

이란 제재는 오로지 석유만 겨냥한 것이었을까? 맞다. 하지만 이란의 핵야심을 억제하기 위한 지난 10년 간의 국제 제재조치는 이란의 제2 수출품에 막대한 타격을 입혔다는 사실은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바로 이란을 상징하는 페르시아 융단이다.
이란은 세계에서 가장 오랫동안 명맥을 이어온 주요 문명 중 하나다. 페르시아 카펫에는 적어도 청동기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장구한 역사가 담겨 있다. 이디스 훠튼(‘순수의 시대’ 작가)부터 심리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까지 모든 사람이 호평했던 천일야화 같은 소설에서 마법적인 이미지를 띠게 됐다. 그리고 수세기에 걸친 성전·식민주의·혁명을 이겨냈다.
그러나 지난 1월 버락 오바바 미국 대통령이 제재를 해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할 때까지 페르시아 융단은 골동품이든 신제품이든 모두 미국시장 반입이 금지됐다. 아무리 오래 전에 이란에서 반출됐더라도 예외가 없었다. 한 세기 남짓 전에 이란에서 반출돼 영국 런던에서 팔린 페르시아 융단도 미국에 들여올 수 없었다. 미국·유럽 등지의 페르시아 융단 상인들은 미국 정부가 정한 복잡한 규제 속을 헤쳐나가야 했다. 그 규칙은 시대의 정치적 추세에 따라 몇 년마다 뒤집어지곤 했다.
이란인 자한지르 나즈미얄(55)은 “수백 년 전 직조된 이 아름다운 융단을 두고 정치적으로 상당히 불합리한 일이 많았다”고 말했다. 제이슨이라는 미국 이름을 사용하는 그는 뉴욕에 있는 나즈미얄 컬렉션 갤러리의 소유주다. 미국 내 최대 고대 페르시아 융단 상인 중 1명이다.
서방 지배계급의 고급 카펫 사랑은 수 세기에 뻗쳐 있다. 서방과 무슬림 세계 간의 관계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미시건대학 역사학과 주안 콜 교수는 “페르시아 융단은 오래 전부터 중산층 가정의 신분상승을 나타내는 수단으로 여겨졌다”며 “빅토리아 시대(1837~1901년)와 에드워드 시대(1901-1910년) 후반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고 말했다. 또 상당 부분 식민지 시대 동방 원정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여행을 떠났던 원정대장들이 페르시아 카펫 등 놀라운 제품들을 들여오곤 했다.”
“우리가 지금 처한 상황이 잠재적으로 큰 전환점”이라고 콜 교수는 말했다. “이란과 서방 간의 경제·정치·문화적 관계개선은 충분히 실현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해빙이 쉽게 되리라고는 보지 않는다.”
미국은 1979년 미국 인질사태와 테헤란 주재 대사관 점거 후 이란에 첫 제재를 가했고 그 뒤에는 이란의 테러 후원과 관련된 우려가 원인이었다. 최근에는 (2000년 완화된 뒤) 2010년 이란의 대량살상무기 확보나 핵무기 개발(이란은 시도하지 않았다고 부인)을 저지하기 위해 제재가 가속화됐다.
나즈미얄은 개 당 수천 달러에서 수백만 달러 상당의 융단 3000여 개를 뉴욕 갤러리에 보관해뒀다. 상당수를 이슬람 혁명 전에 들여왔다. 미국 내 고객 대상으로 판매를 계속하면서 제재가 간간히 완화될 때마다 수집품을 늘려 나갔다. 갤러리 매니저 옴리 슈워츠(39)는 순수 이스라엘 태생이다. 이란과 이스라엘 간의 긴장을 감안할 때 그들은 흥미로운 콤비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관심사는 융단”이라고 슈워츠 매니저는 말한다. “우리는 국민·예술·국가정책은 구별하지만 개인에 반감을 가진 적은 없다.”
수 세기 동안 페르시아 융단은 방 크기만한 직기(looms)에서 똑같은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페르시아 융단 직조 장인은 거의 남성이지만 융단 제조는 가내 수공업이며 2500년 동안 계속 그래 왔다. “할머니가 융단을 짤 때 엄마에게 기술을 가르치는 것처럼 자식들에게도 전수해 나간다”고 나즈미얄은 말한다. “직조 장인은 새 디자인, 기법, 색상혼합 방식을 개발하는 사람이다. 평생 짜는 융단이 15~20개에 지나지 않는다. 더 큰 융단은 완성하기까지 60년 이상 걸리기도 한다.”
찬란한 색조와 디자인은 각 이란 마을의 향토 식물과 스타일로 이뤄진 고유의 컬러 팔레트(색상을 지정하기 위한 선택 상자)를 보여준다. 직조 장인은 모직물을 수작업으로 염색하고 성(姓)으로 서명을 넣은 디자인에 장식 넣는 법을 부인과 아이들에게 가르치기도 한다. 산지 도시 고유의 특색이 담긴 꽃·동물 그리고 감아 오르는 덩굴이 수 놓인 패턴들이다. 타브리즈에선 동물과 정원, 케르만에선 꽃병에 담긴 잎사귀 무성한 가지가 테마를 이룬다. 과거의 러시아 국경지대에 가까운 헤리츠에선 기하학 도형과 메달형 장식이 많다.
색깔뿐 아니라 직조 장인의 기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 분야의 마법은 융단을 완성하는 데 수십 년이 걸리기도 하지만 직조자의 기분이 날마다 바뀔 수 있다는 점이다. “볼썽사나운 오렌지색이 될 경우 똥값이 되는데 어쩔 도리가 없다”고 나즈미얄은 말한다. “그러나 직조자의 기분이 좋을 때는 행운의 부적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페르시아 융단에는 예측하기 힘든 특색이 있다. 실제로 직조자의 정신과 세계관을 엿볼 수 있다.”
나즈미얄은 1978년 이슬람 혁명 직전 이란을 떠난 뒤론 한 번도 돌아가지 않았다. 당시 이란에선 민중 봉기가 일어나 미국의 지원을 받는 군주 체제를 타도하고 이슬람 공화국으로 재탄생했다. 그 뒤로 그의 사업은 제재의 강약에 따라 부침을 반복했다. 가장 엄격한 조치 아래서는 미국으로 수입된 페르시아 융단은 골동품이든 신제품이든 모두 밀수품으로 취급돼 폐기되고 관련자는 잡혀갈 수 있었다. 나즈미얄은 “수백년된 페르시아 융단을 파기하는 걸 상상할 수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세상에 하나뿐이기 때문에 대체 불가능하다.”
제재는 풀렸지만 그는 업계의 대다수 관계자와 마찬가지로 매우 회의적이다. 그는 “해제가 얼마나 오래 갈지 누가 알겠는가”라고 묻는다. “전에도 이런 적이 있었다. 몇 년마다 다시 찾아와 규칙을 바꾸겠다고 한다.”
그가 의심할 만한 이유가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1월 오스트리아 빈에 소재한 국제원자력에너지기구(IAEA)로부터 이란이 핵협정을 준수한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는 1월 16일 제재를 해제했다. 하지만 그 직후에도 미국 정부 당국자들은 서둘러 새로운 규칙을 설명하는 등 종종 자가당착에 빠지며 상인들을 헷갈리게 한다.
슈워츠 매니저가 미국 재무부 산하의 제재 소관 부서인 해외자산통제국(OFAC)에 전화를 걸어 장시간 통화하다 보면 종종 익명의 관계자가 넘겨받아 새 규정에선 확인할 수 없는 정보를 제공했다. 예컨대 미국에서의 페르시아 융단 수출은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연방법 위반이었다(뉴스위크 조사 결과 OFAC로부터 가능하다는 답변을 들었다. 그러나 슈워츠 매니저가 최종적인 답변을 듣기까지 몇 주가 걸렸다).
“규칙을 읽어보면 법이 어느 쪽으로도 해석될 수 있는 모호한 조항과 허점이 많다”고 그는 말했다. “전화를 걸면 그들은 공식적인 답변을 피하며 어떻게 해석할지 확답을 줄 수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들이 틀리면 내가 잡혀간다. 내가 다 뒤집어쓴다.”
OFAC의 존 E 스미스 국장 대행은 뉴스위크에 보낸 성명서에서 이젠 미국뿐 아니라 제3국에서 자유롭게 페르시아 카펫을 수출입할 수 있다고 확인했다. 단지 이란 국가 또는 차단 대상 이란인에게 수출하지 않는다’는 단서가 붙었다.
타격을 받은 사업은 골동품 페르시아 융단 시장뿐이 아니다. 제재는 이란 내 현대 융단 거래도 위축시켰다고 테헤란 소재 이란 국립 카펫연구소의 하미드 카르가르 소장은 설명했다. 전체 페르시아 융단의 연간 수출액이 2000년(지난번 제재가 해제됐을 때) 10억 달러 선에서 지금은 3억 달러 남짓한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한다. 2010년 페르시아 융단의 대미 수출은 연간 8000만 달러 선, 다시 말해 이란 총 수출의 16%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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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즈미얄 컬렉션 갤러리의 옴리 슈워츠 매니저가 양탄자 털이 윤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설명하고 있다(왼쪽 사진). 제재는 이란뿐 아니라 미국 이외의 어느 나라에서든 페르시아 융단의 수출입을 가로막았다. 사진은 매장에서 융단 패턴에 관해 직원과 상의하는 제이슨 나즈미얄(왼쪽).

이란 국내의 융단 판매액은 해외시장보다 약간 많다. 따라서 총 매출액은 연간 7억~8억 달러 선이다. 150만 명 이상의 직조자, 염색 장인, 실 생산자, 디자이너들의 생계가 걸린 산업이 제재 조치로 받은 타격을 벌충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규모라고 카르가르 소장은 말한다. “표적에 국한된 제재조치라고 주장하지만 카펫 통상금지는 사실상 우리 문화·전통·보통사람들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미국과 이란이 장기간 대치상태에 있을 동안 이란 융단 업계에 불행한 일이 일어났다. 세계적으로 좀 더 현대적인 바닥 깔개가 유행했다. “밀레니엄 세대는 전통에 흥미가 없다. 그들은 도시적이고 현대적인 것을 찾는다”고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 위치한 미국 동양 융단 소매업 연합회의 리처드 아마툴리 회장은 말했다. “또한 이란에선 신제품만 나온다. 옛날 물건, 온갖 뛰어난 명품은 이미 빠져나갔다. 그리고 신제품 시장은 아직 형성되지 않았다.”
제재에 덧붙여 2008~2009년의 대불황으로 페르시아 융단 가격이 폭락했다고 아마툴리 회장은 말한다. “업계를 파탄으로 몰아넣었다. 1980년대 1차 제재 이후 이전 가격의 불과 10분의 1에 팔리는 융단도 있었다.”
처음 페르시아 융단에 투자하려는 사람들에게는 희소식이다. 가격이 수십 년래 최저 수준이기 때문이다.
– 레아 맥그래스 굿맨 뉴스위크 기자

[박스기사] 걸림돌은 아직도 많다 – 이란의 정치·규제상 장벽 말고도 일부 서방 제재 그대로 남아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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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헤란 보석상 앞의 한 이란 여성.

지난 1월 핵개발과 관련된 국제적인 경제 제재조치 해제 이후 이란 시장 진출을 모색하는 업체들은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이란 내 정치·규제상의 장벽 말고도 일부 서방 제재가 그대로 남아 많은 어려움을 안겨준다.
버락 오바마 정부는 제재 해제가 이란과 의미 있는 관계로 이어지도록 많은 정성을 쏟고 있다. 테헤란 정부의 테러 후원이나 탄두 미사일 프로그램과 관련해 남아 있는 미국의 제재조치는 미국 기업과 국민에게만 적용된다. 그러나 대상이 되는 미국 기업의 정의가 모호하고 해석에 따라 달라진다. 예컨대 미국 자회사와 주주, 달러 계좌를 갖거나 나아가 미국 장비를 사용하는 다른 나라 사업체도 통상금지 규제의 적용대상인지 확실치 않다.
게다가 다가오는 미국 대선에서 비롯되는 정치적 위험 요소도 있다. 공화당 대선 경선 후보자들은 지난해 7월 합의된 핵협정에 강력히 반대했다. 역사적으로 볼 때 새로 들어서는 정부가 협정을 완전히 없던 일로 되돌릴 가능성은 거의 희박하다. 그러나 현 제재 체제에 모호한 부분이 많아 향후 절차를 방해할 수 있는 더 폭넓은 해석이 가능하다.
이 모두가 서방 기업들, 특히 금융기관들에 근심을 안겨준다. 미국과 관련된 부분이 많은 유럽 은행들은 미국 제재의 표적이 될지 모른다는 우려에서 이란 시장 진출을 망설일 가능성이 있다. 영국 런던 기반 보험사들의 이란 관련 사업에 관한 시각을 조사한 국제적인 법률회사 클라이드의 최근 보고서가 지난 2월 중순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 타임스에 인용됐다. 미국 제재가 ‘이란 관련 사업에 대한 위험 감수 의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답변이 85%에 달했다.
미국 통상금지 조치를 위반할 경우 상당한 대가를 치를 수 있다. 2014년 6월 BNP 파리바 은행은 이란·수단·쿠바에 대한 미국 제재를 위반해 89억7000만 달러를 지불하기로 했다. 제재와 관련해 미국 법무부와 이뤄진 최대 규모의 합의다. BNP 은행의 관련 거래가 미국 달러로 이뤄졌기 때문에 그들의 사업 활동이 미국 사법당국의 단속 대상이 됐다. 지난해 10월에는 또 다른 프랑스 은행인 크레디 아그리콜 은행이 이란 업체를 대신해 추진한 거래 처리와 관련해 상당한 금전적 합의에 이르렀다.
수반되는 위험을 감안할 때 중국과 러시아 은행들이 먼저 이란과 거래를 시작하고 뒤이어 모험투자 성향이 강한 소형 유럽 은행들이 뒤따를 가능성이 크다. 그들은 미국 제재조치를 테스트하고, 누구에게 적용되는지 확인하고, 선례를 만들어갈 것이다.
잠재적인 투자자와 금융기관들은 또한 사업을 하고자 하는 이란 기업들이 테러나 인권침해 등 서방 제재와 관련된 개인이나 사업체와 연루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 같은 제재조치 중 다수는 이란혁명수비대(IRGC) 대원에게 적용된다. 이들은 이란 경제의 많은 분야에 상당한 입지를 구축해 놓았다.
사업의 투명성이 떨어지는 나라에선 기업의 실질적인 소유권(beneficial ownership)을 확립하기가 결코 쉽지 않다. 그중에서도 제재 대상 사업체를 상대할 때 특히 어려움이 따른다. 제재 대상 IRGC 구성원이 소유 또는 부분 소유한 이란 기업은 해외 시장에 접근하고자 할 때 신분을 숨길 가능성이 크다. 잠재 투자자들은 적정성 평가를 실시할 때 눈 앞에 있는 사업 파트너의 배후까지 살펴봐야 한다.
적정성 평가를 하고서도 여전히 미국 제재를 위반할까 우려하는 기업들은 자신들이 추진하는 프로젝트가 미국 외교정책 목표에 부합된다는 것을 미국 법무부에 입증해 지지를 얻어내는 방법도 시도해 볼 수 있다. 그런다고 규제조치를 받지 않는다는 확실한 보장은 없지만 일부 기업은 투자를 추진해도 되겠다는 확신을 얻을 수 있다. 어쨌든 누군가는 총대를 매야 하니까 말이다.
– 야키르 길리스 아이비타임즈 기자
[ 필자는 사업정보 컨설팅 업체 알라코의 중동 분석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