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패션 모델은 없다

사춘기 갓 지난 소녀들이 살아 있는 ‘옷걸이’ 역할하려고 ‘강요된 굶주림’에 시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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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쭉한 느낌만큼 맛 좋은 건 없다.” 언젠가 인생관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슈퍼모델 케이트 모스가 한 말이다. 그녀의 깡마른 몸매는 패션 모델들이 선도하는 ‘헤로인 룩(heroin chic, 헤로인 중독자 같은 외모)’의 효시가 됐다. 터무니없이 야위어 샌드위치 몇 개 손에 쥐어주고 재활 센터로 보내고 싶을 정도의 외모다.
이 같은 미의 이상형은 업계의 절대조건이 됐다. 평균적인 패션 모델의 체질량지수(BMI)는 16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선 심하게 여위었다고 분류하는 몸매다. 평균적인 젊은 여성이 그런 기대에 따라가려 애쓰다간 심리적인 나락으로 빠져들어 평생 군살과 힘겨운 싸움을 벌이기 십상이다. “다년간의 심리학·공중보건 리서치 결과 수치심과 외모에 대한 불만이 체중증가를 초래한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하버드대학 T H 챈 공중보건대학원 사회·행동과학과 브라이언 오스틴 교수는 말했다. 그러나 우리는 모델들의 고충을 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그는 덧붙인다. 대다수 여성은 몸매에 굴곡이 있어 패션계에선 막 사춘기 지난 소녀를 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대다수 모델이 살아 있는 ‘옷걸이’ 역할을 계속하려고 ‘강요된 굶주림’에 시달린다고 오스틴 교수는 말한다.
그리고 모델들은 신진대사가 빠르다는 생각도 대체로 오해다. “이 어린 소녀들이 빈 속을 채우려고 티슈를 먹어 속쓰림을 달랜다는 이야기가 있다”고 오스틴 교수는 말한다. 그는 최근 미국공중보건저널에 실린 칼럼에서 BMI 18 이하인 패션 모델의 고용을 금지하는 법률을 만들라고 미국 패션계에 촉구했다.
프랑스는 지난해 12월 그런 취지의 법을 통과시켰다. 모델의 건강상태를 인증하는 의사 소견서도 직장에 제출하도록 한다. 이 규정을 위반하는 기업과 모델 에이전시는 8만 달러 이상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스페인·이탈리아·이스라엘에도 비슷한 법이 있다.
하지만 미국에선 아동노동법은 부차적인 문제로 간주된다. 평균적인 미국 성인 여성은 사이즈 14(한국의 77)에 BMI는 26.5다. 보드카 소다와 티슈 필요한 사람?
– 제시카 퍼거 뉴스위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