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타타 그룹의 새 회장은?

축출된 전 회장과 법정투쟁 벌이면서 자회사 TCS의 CEO 찬드라세카란을 발탁해

01
나타라잔 찬드라세카란은 거대조직을 20개 이상의 사업체로 분할하는 기업 구조조정을 단행한 강력한 CEO라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1월 12일 인도의 타타 그룹이 큰 성장을 이룬 타타 컨설턴시 서비스(TCS) 대표였던 나타라잔 찬드라세카란(53, 이하 찬드라)을 지주회사 타타 선즈 회장으로 임명한다고 발표했다. 인도에서 가장 존경 받고 안정적인 복합기업으로 알려졌던 타타 그룹이 심각하게 훼손된 이미지의 재건에 착수한 듯하다.

그는 오는 2월 21일 라탄 타타(79)의 뒤를 이어 회장에 오른다. 21년 동안 회장 자리를 지켰던 라탄은 지난해 10월 24일 이사회에서 쿠데타를 일으켜 자신이 뽑은 후임자 사이러스 미스트리(50)를 몰아낸 뒤 임시 회장을 맡았다. 미스트리 해고 하루 만에 라탄이 찬드라를 타타 선즈 이사로 등용하면서 유력 후보로 부상하기 시작했다.

내부 승진은 거의 필연적이었다. 라탄은 지난 25년 동안 타타 선즈, 주력 사업회사들(지주회사 소속으로 사업활동을 하는 회사), 그리고 과반수 지분을 보유한 자선단체 타타 트러스트를 좌지우지했다. 그런 점을 감안할 때 외부 인사 영입 가능성은 희박했다.

라탄은 선뜻 주도권을 내려놓지 않았으며 타타 트러스트 경영을 맡아 벤처자본 투자자로서 새 삶을 시작하는 데 만족하지 않았다. 미스트리를 해고한 것도 대체로 그런 이유에서였다.

신임 회장은 라탄의 신뢰를 받고 업무상 그와 궁합이 잘 맞는 사람이어야 했다. 하지만 미스트리는 그러지 못했다. 찬드라는 2009년부터 CEO 겸 대표이사로 TCS를 이끌었다. 라탄은 TCS 문제에는 깊이 개입하지 않았지만 두 사람은 서로 존중한다.

라탄은 새 회장이 나타나면 타타 트러스트 회장에서도 물러날 듯하다. 라탄 측근과의 인터뷰를 실은 지난해 12월 언론 보도에 따르면 그는 적당한 시기에 물러날 생각이다. 그것이 올해가 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시가총액 1000억 달러의 그룹이 신시대를 맞이하며 실추된 이미지를 회복하는 길이 열릴 수 있다.

라탄은 3년 동안 계속 불만이 커지자 몇 달 동안 음모를 꾸민 뒤 미스트리의 해고를 주도했다. 그가 해고를 주도한 방식 그리고 그에 대해 설득력 있는 명분을 제시하지 못하면서 많은 비판을 받았다. 그는 미스트리가 순순히 물러날 것이라고 오판했다. 미스트리를 축출하면서 그것이 회사에 얼마나 큰 폭풍우를 몰고 올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미스트리는 공개적으로 맞불작전을 펼쳤다. 라탄의 지배 방식을 비판하면서 그룹의 사업, 그리고 더 불투명한 거래들을 외부에 까발리는 주장과 반대 주장을 다룬 기사들이 잇따라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인도 회사법심판소 등 법원과 규제·심판 당국에서 미스트리와 라탄이 제기한 법적 투쟁이 시작됐다. 미스트리는 자신에 대한 해고조치뿐 아니라 라탄이 내린 기타 조치의 합법성에 이의를 제기하는 한편 그룹의 위법행위도 고발한다.

02
라탄 타타는 미스트리의 축출이 회사에 어떤 폭풍우를 몰고 올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찬드라는 취임하자마자 라탄이 21년의 재임기간 중 남긴 이른바 ‘유산’ 문제뿐 아니라 잠재적으로 망신스럽고 악영향을 미치는 법적 투쟁의 해결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그룹은 성명을 통해 찬드라의 지도자 역량을 이렇게 평한다. “타타 선즈 이사회는 그가 앞으로 타타 그룹 전체에 영감을 불어넣어 각 사업부문의 선두 업체로서 잠재적인 역할을 수행하며 항상 우리의 가치와 윤리를 준수하고 타타 그룹에 큰 도움이 됐던 관행들을 따르리라고 믿는다.”

이는 단순히 홍보성 논평이 아니다. 타타-미스트리 분쟁의 핵심이다. 라탄은 미스트리가 그룹의 가치와 관행을 따르지 않았다고 비난한다. 미스트리는 자신이 그런 기준에서 벗어나지 않았다며 정말로 사업회사들의 잠재력이 실현되도록 애써 왔다고 밝혔다. 영국의 적자업체 코러스로 빚더미에 앉은 타타 스틸, 수익성 없는 나노 미니카를 끌어 안고 있는 타타 모터스, 구조조정이 필요한 타지 호텔 체인 등이다.

찬드라는 1987년 공대 졸업 후 곧바로 TCS에 입사했다. 그는 그룹에서 단연 최고의 수익성을 자랑하는 회사의 성장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인도 최대 IT 업체인 TCS는 타타 선즈 수입의 70%를 담당한다. 찬드라가 회사를 이끄는 동안 매출액과 순익이 3배로 뛰어 연간 수입이 1650억 달러에 달했다.

그러나 그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TCS를 떠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기업들의 해외 IT 기업 이용을 억제하는 조치를 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향상된 분기실적을 발표하는 TCS 기자회견에서 찬드라는 업계가 “어떤 역풍도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찬드라는 TCS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대표적인 다국적 은행과 기업들을 상대로 폭넓은 경험을 쌓았다. 그는 또한 거대조직을 20개 이상의 사업체로 분할하는 기업 구조조정을 단행한 강력한 CEO라는 평가를 받는다.

라탄과 미스트리 집안 모두 파시교(조로아스터교) 공동체와 종파 소속이다. 찬드라는 오랜 전통을 깨고 비파시교도 출신으로 처음 타타 선즈 회장에 오른다. 또한 타타 성씨가 아닌 인물로는 두 번째다(처음은 미스트리). 그의 임명은 라탄의 조용한 이복동생으로 그룹의 소매유통 업체 일부를 맡고 있는 노엘 타타가 또 다시 회장 자리에서 밀려났다는 의미다.

찬드라는 코끼리 가까이 앉아 명상하는 부처 그림을 좋아한다며 “평화로운 부처님이 이 거대한 동물을 다룰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인도 영자지 비즈니스 스탠더드 신문 보도). 언젠가 거대한 타타 그룹의 유산을 관리하게 되리라고는 꿈도 꾸지 못했을 2014년의 일이었다.

– 존 엘리엇 뉴스위크 기자

[ 뉴델리 출신인 필자는 최근 ‘인도와 현실의 밀회(Implosion: India’s Tryst With Reality, 하퍼콜린스 펴냄’)를 저술했다. 이 기사는 ‘Riding the Elephant’ 사이트에 먼저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