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테와 렌즈 두 회사 거머쥔 승부사

2017년 1월 30일 2017.02.13 [1260]

레이밴을 성공으로 이끈 룩소티카의 레오나르도 델 베치오 창업자, 프랑스 렌즈 제조업체 에실로와 합병 이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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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경쟁사 에실로와 460억 유로 규모의 합병을 이끈 배후는 룩소티카의 레오나르도 델 베치오 회장이었다.

안경업계의 490억 달러 규모 합병을 이끈 배후 인물은 81세의 이탈리아 최고 부자다. 그리고 거기에 만족하지 않을 기세다. 세계 최대 안경 메이커 룩소티카의 레오나르도 델 베치오 창업자는 프랑스 렌즈 제조업체 에실로와 합병에 합의했다. 룩소티카는 레이밴·오클리·선글라스헛 같은 브랜드를 소유한다. 또한 버버리·랄프로렌·샤넬·구글글라스 등 여러 주요 디자이너·IT 브랜드용 안경 제조 라이선스도 갖고 있다.

이번 합병으로 연간 매출액 150억 유로(약 18조7500억원) 이상, 순이익 35억 파운드에 달하는 기업이 탄생하게 된다. 약 150개국에서 14만 명을 고용해 수익을 창출한다. 델 베치오의 개인 자산은 200억 파운드(약 29조1000억원)로 추산된다. 이번 거래에서 델 베치오 가는 합병 회사 지분 중 최대 38%를 소유하게 된다. 원래 수년 전 서명 단계에 이르렀지만 막판에 결렬됐다.

1961년 룩소티카를 창업한 델 베치오는 합병 계약이 성사된 데 만족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번 계약으로 안경산업에서 완전 통합되고 모든 부문에서 탁월한 글로벌 대기업을 만들고자 하는 내 꿈이 실현됐다. 원래 보완관계에 있는 안경테와 렌즈 두 제품이 50년 만에 마침내 같은 지붕 아래서 설계·제조·공급된다.”

델 베치오의 배경은 입지전적 성공 스토리의 전형이다. 1935년 밀라노의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아버지가 일찍 세상을 뜨면서 다섯 자녀를 부양할 수 없게 된 엄마는 일곱살배기 아들을 고아원에 보내야 했다. 그는 14세 때 자동차와 안경 부품을 만드는 인근 공장에 도제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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룩소티카는 레이밴· 오클리·선글라스헛 같은 브랜드를 소유할 뿐 아니라 랄프로렌 등 여러 주요 디자이너· IT 브랜드용 안경 제조 라이선스도 보유한다.

그러나 20대 중반 독립해 나와 룩소티카를 설립했다. 룩소티카는 빛을 뜻하는 이탈리아어에서 빛과 광학을 뜻하는 ‘luce’와 ‘ottica’의 합성어다. 처음에는 이탈리아 북부 산간지대의 소읍 아고르도에서 출발했지만 회사가 성장하면서 이탈리아의 상업 중심지 밀라노로 옮겼다.

1980년대 후반 그룹은 확장기를 맞았다. 1988년 처음으로 조르지오 아르마니와 주요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고 2년 뒤 뉴욕 증시에 상장됐다. 상장 후 수년 동안 레이밴과 선글라스헛 같은 경쟁사 인수를 위한 자금을 비축했다. 2004년 명망 있는 안드레아 게라를 CEO로 임명하자 투자자들은 델 베치오가 일선 경영에서 물러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10년 뒤 게라는 델 베치오와 전략을 두고 의견충돌을 벌인 뒤 회사를 떠났다. 경영에 복귀한 델 베치오는 더 의욕적인 태도를 보이며 인수할 만한 회사를 물색해 시장 판도를 바꾸겠다고 약속했다. 그 뒤 18개월 동안 2명의 CEO가 더 바뀌었다. 이탈리아에서 가장 경영을 잘 한다고 손꼽히던 회사의 지배구조를 둘러싼 투자자들의 우려가 커졌다.

지난해 1월 델 베치오가 회장으로 공식 추인됐지만 회사 주가는 13% 정도 빠졌다. 그룹은 이번 대형 거래로 회사가 중심을 잃지 않았음을 주주들이 알아주기를 기대한다. 회사 측은 에실로의 위베르 새그니에르 회장 겸 CEO와 델 베치오가 신설 합병회사에서 동등한 권한을 갖게 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델 베치오가 합병 그룹의 회장 겸 CEO, 새그니에르는 부회장 겸 부CEO를 맡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있는 듯하다. 델 베치오는 아들만 여섯을 뒀다. 그중 클라우디오는 미국 의류 체인 브룩스 브라더스의 소유주 겸 회장 겸 최고경영자다. 그러나 델 베치오는 과거 어떤 아들에게도 그룹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말한 바 있다.

결론적으로 경이적인 성공을 거둔 고령의 창업자가 경영권을 계속 틀어쥐고 이양을 서두를 생각이 없는 듯하다는 의미다.

– 로저 베어드 아이비타임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