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요리는 퐁뒤뿐이라고?

뢰슈티·송아지 간 요리부터 크레이프가 들어간 수프까지 유명 요리사들이 추천하는 레스토랑과 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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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톤 모지만.

지난해 12월 15일 스위스 로잔 인근의 도시 크리시에에 있는 레스토랑 ‘로텔 드 빌’. 수석 주방장 프랑크 조바니니는 평소보다 더 바빴다. 조바니니 이전에도 여러 유명 요리사가 이 레스토랑을 거쳐갔다. 로텔 드 빌은 20세기 최고의 요리사 중 한 명으로 꼽히는 프레디 지라르데가 1971년 창업했으며 필립 로샤와 베누아 비올리에가 그 뒤를 이어 이 레스토랑을 책임졌다. 지난해 초 비올리에가 자살한 후 취임한 조바니니는 미슐랭 3스타와 ‘라 리스트’(2015년 프랑스에서 시작된 세계 레스토랑 랭킹 시스템)의 1위 자리를 잘 지켜냈다.

하지만 조바니니가 평소보다 더 바빴던 건 레스토랑 비평가들 때문이 아니라 그날 선보이기 시작한 겨울 신 메뉴 때문이었다. 검은 송로버섯이 듬뿍 들어간 그 메뉴는 여느 때보다 더 세심한 점검이 필요했다. 게다가 그는 새 메뉴에 대한 반응에 신경이 곤두선 요리사들을 다독이고 서빙 직원들이 손님에게 이 메뉴를 소개할 때 주의사항을 다시 확인하느라 정신 없이 바빴다.

하지만 조바니니는 이런 일에 익숙했다. 그는 이 레스토랑에 온 지 1년이 채 안 됐지만 벌써 다섯 번이나 계절 메뉴를 바꿨다. 자연의 리듬에 순응하는 요리 철학을 따른다는 증거다. 조바니니는 뉴스위크와 가진 전화 인터뷰에서 “우리는 손님에게 질 좋은 제철 농산물을 소개하고 싶다”고 말했다.

스위스 전통 음식 중 세계적으로 가장 잘 알려진 것은 뢰슈티(감자를 얇게 썰어 팬케이크 모양으로 지진 것)와 퐁뒤(테이블에 도자기 그릇을 불에 올려놓고 치즈 등을 녹여 빵이나 소시지를 찍어 먹는 요리) 등 대중적인 아이템들이다. 고급 요리업계에서는 고전주의 시대의 프랑스 전통을 따른다. 하지만 스위스 현지에서 생산되는 제철 재료를 이용하려는 조바니니 같은 요리사가 갈수록 늘어난다. “요즘 스위스에서는 더 자연적이고 지역적인 것을 지향하는 큰 변화가 일고 있다”고 요리사 타냐 그란디츠가 말했다(그녀가 운영하는 바젤의 레스토랑 ‘스투키’는 미슐랭 가이드에서 별 2개를 받았다).

뉴스위크가 세계 곳곳에 흩어진 스위스 출신 유명 요리사 5명에게 스위스에서 가볼 만한 레스토랑을 추천해 달라고 요청했다.

안톤 모지만(영국 런던 ‘모지만스’)

기본적이면서도 맛 좋은 스위스 음식을 찾는다면 취리히에 있는 ‘춤 크로프’를 추천한다. 송아지 간 요리 등 제대로 만든 음식을 맛볼 수 있으며 분위기도 좋다. 베르너 플라테(각종 육류를 채소와 함께 큰 접시에 담아 내는 베른의 전통 음식)를 먹으려면 에멘탈 지역의 산등성이에 있는 호텔 뤼더렌알프로 가라. 베르너 플라테에는 사우어크라우트(독일식 양배추 절임)와 말린 콩 조림, 현지에서 생산되는 여러 종류의 맛있는 고기 등 12가지 음식이 들어간다. 그릴에 구운 브라트부르스트(송아지 고기 소시지)를 맛보려면 장크트갈렌에 있는 ‘메츠게라이 슈미트’로 가라. 머스타드를 달라고 하면 자기네 음식에 대한 모욕으로 여겨 직원들의 기분이 안 좋아질지 모르니 주의하라. 또 맛있는 케이크와 커피를 즐기고 싶다면 졸로투른에 있는 ‘주테리아’의 졸로투르너 쿠첸을 권한다. 100여 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주테리아는 세상을 떠난 우리 어머니가 가장 좋아하던 케이크 점이었다. 어린 시절 어머니와 함께 그곳에 가서 케이크를 먹던 때가 행복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지금도 그 케이크를 먹을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타냐 그란디츠(스위스 바젤 ‘스투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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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냐 그란디츠.

퀴스나흐트에 있는 ‘리코스’를 추천한다. 리코 [잔도넬라]는 좋은 친구다. 그의 레스토랑이 정말 마음에 든다. 미슐랭에서 별 2개를 받았고 최근 그는 프랑스의 영향력 있는 레스토랑 안내서 ‘골 & 미요’에서 ‘올해의 요리사’로 선정됐다. 아기자기하면서도 쾌적한 분위기에 음식 맛이 뛰어나다. 리코는 스위스 남부의 이탈리아 접경 지역인 티치노 출신이다. 그래서 그런지 아주 특별한 라비올리(이탈리아식 만두)를 선보이며 그가 만드는 모든 파스타 메뉴의 맛이 일품이다.

전에 스위스 동부에서 살았을 때는 마메른에 있는 레스토랑 ‘쉬프’를 아주 좋아했다. 콘스탄체 호수 바로 옆에 있는 이 레스토랑은 가족이 운영하는 전통 깊은 곳이다. 호수에서 잡은 생선으로 만든 요리가 주 메뉴다. 난 작은 생선을 통째로 튀겨 대가리까지 다 먹는 요리를 제일 좋아했다. 아주 단순한 요리지만 맛이 기막히다.

프랑크 조바니니(스위스 크리시에 ‘로텔 드 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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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크 조바니니.

난 일을 쉬는 주말이면 늘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 때문에 레스토랑을 많이 알지는 못한다. 하지만 시에르에 있는 ‘르 테르미누스’는 아주 좋아한다. 주방장 디디에 드 쿠르탕은 농산물을 귀하게 다루는 법을 안다. 맛있는 퐁뒤를 찾는다면 프리부르크에 있는 ‘르 고다르’를 추천한다. 퐁뒤는 쉬운 요리 같지만 치즈의 품질이 매우 중요한데 르 고다르의 치즈는 최고다. 구식 레스토랑이지만 분위기가 편안하고 직원들이 친절하다. 주인장 마음씨도 따뜻하고 상냥해서 좋다.

다니엘 훔(미국 뉴욕 ‘일레븐 메디슨 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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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 훔.

스위스의 레스토랑에서 식사할 때는 스위스인이 얼마나 전통에 깊이 뿌리박고 있는지가 느껴져 기분이 좋다. 하지만 새로 생긴 레스토랑을 탐험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취리히에 있는 ‘존 베이커’에서는 전통과 현대, 두 스타일의 빵을 모두 맛볼 수 있다. ‘크로넨할레’는 예나 지금이나 취리히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레스토랑 중 하나다. 100년 가까운 역사를 지닌 이곳은 뢰슈티와 송아지 간 요리, 크레이프(얇은 팬케이크의 일종)가 들어간 수프 등 스위스 전통요리로 유명하다. 게다가 미로, 브라크, 샤갈 등 미술관 뺨치는 소장품이 이 레스토랑을 더욱 특별하게 만든다. 샴페인 한 잔을 마시면서 몇 시간 동안 그 작품들을 감상해도 좋을 것 같다.

안드레아스 카미나다(스위스 휘르슈테나우 ‘슐로스 샤우엔슈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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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레아스 카미나다.

내 고향 그리종의 음식을 맛보고 싶은 사람들에겐 와인 레스토랑 ‘토르켈’을 추천한다. 음식이 매우 단순하지만 하나하나 정성껏 제대로 만든다. 파두츠의 포도원 한가운데 자리 잡은 이 레스토랑에서는 아름다운 야외 테라스에서 식사할 수 있다. 그라우뷘덴 주 사고뉴의 ‘슈티바 그리슈나’에서는 말린 콩을 넣은 맛있는 라비올리와 그 지방 전통 만두 카푼스(밀가루 만두를 스위스 근대 잎으로 싼 것)를 먹을 수 있다. 슈나우스에 있는 ‘슈티바 베글리아’는 캐주얼한 분위기에서 그리종 특유의 요리를 즐길 수 있다. 다보스에서 자동차로 40분 거리에 있는 우리 레스토랑 ‘슐로스 샤우엔슈타인’도 추천할 만하다. 성 안에 있어 분위기도 색다르다.

– 리사 어벤드 뉴스위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