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의 호사’ 얼마나 더 누릴 수 있을까

2017년 1월 31일 2017.02.13 [1260]

세계 7위 호텔로 이름 올린 몰디브의 ‘미리히 아일랜드 리조트’, 친환경적이고 아름답지만 기후변화로 바닷속으로 가라앉을 날 머지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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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히 아일랜드 리조트는 만실일 때도 손님 수는 76명에 불과하지만 157명의 직원이 정성껏 접객한다.

수상비행기를 타고 몰디브의 ‘미리히 아일랜드 리조트’로 향하는 길. 수평선 위로 미리히 섬이 마치 해변으로 쓸려 온 거북처럼 모습을 드러냈다. 내 자리에서 팔을 뻗으면 손이 닿을 만큼 가까운 거리에 앉아 있는 조종사는 신발을 신지 않았다. 수상비행기가 물을 튀기면서 착륙하자 섬 사람들이 부교에 나와 우리를 맞아줬다. 그들 역시 맨발이었다. 체크인하기 전에 직원이 내게 운동화를 벗어서 모래 위에 놓아두면 짐과 함께 내 수상 빌라까지 가져다 주겠다고 정중하게 말했다. 수상 빌라는 해변에서 6m 정도 떨어진 바다에 기둥을 세워 지은 오두막으로 지붕은 밀짚으로 얹었다.

난 미리히 아일랜드 리조트에서 왜 신발이 필요치 않은지, 아니 사실상 방해가 되는지 곧 알게 됐다. 사방에 모래가 깔려 있기 때문이다. 섬을 둘러싼 해변에서 퍼온 모래를 리셉션 공간과 레스토랑, 바 등의 바닥에 2인치 두께로 깔았다. 웨이터는 내게 지난번 가족을 만나러 말레(몰디브의 수도)에 다녀온 뒤 4개월이 넘도록 신발을 안 신었다고 말했다. “신발은 발을 가두는 감옥 같아서 끔찍하다.”

리조트 안을 맨발로 다니도록 한 것은 스위스 태생의 공동 소유주 에이미 스티얼리가 지난 15년 동안 이 섬의 대표적 이미지로 내세워 온 특징 중 하나다. 그녀는 코코넛에 빨대를 꽂은 환영 음료를 내놓으며 이 시스템을 ‘맨발의 호사(Barefoot Luxury)’라고 불렀다. “미리히는 무인도 같은 느낌을 주지만 서비스는 5성급”이라고 스티얼리는 말했다. 실제로 이 리조트는 로빈슨 크루소가 도착한 어느 무인도 같은 분위기다. 객실 안에 욕조도 TV도 심지어 수영장도 없다. 세심한 배려를 바탕으로 조성된 환경이지만 역설적이게도 이런 것들의 부재로 인해 미리히 아일랜드는 5성이 아닌 4성 리조트로 분류된다.

리조트가 만실일 때도 손님 수는 76명에 불과하지만 직원은 157명이나 된다. ‘당신처럼 특별한(as unique as you are)’ 경험을 제공한다는 게 미리히의 모토다. 이곳을 찾는 손님 대다수가 커플이며 아주 젊거나 나이 들지 않은 연령대다. 더 젊은 사람들은 비용이 부담스러울 수 있고 더 나이든 사람들은 바닥이 온통 모래로 된 리조트를 걸어 다니기가 힘들지도 모른다. 이곳에서는 모든 시설이 2인 기준이다. 데크 위의 일광욕 의자도, 욕실의 세면대도, 벽장 안의 목욕용 가운도 모두 2개씩이다. 심지어 밤의 정적을 깨는 박쥐의 울음소리마저 이곳을 더 낭만적으로 만들어준다.

몰디브에는 서로 비슷해 보이는 아름다운 열대 섬이 1200여 개나 있고 곳곳에 100여 개의 호화 리조트가 흩어져 있다. 그러니 ‘특별하다’는 미리히의 모토는 신빙성 없게 들릴지 모르지만 그래도 특별한 점이 있다. 미리히에는 자체 통화가 있다. 호텔 측은 단골 손님에게 섬에서만 통용되는 조개 통화를 지급하며 이 섬은 몰디브의 다른 지역과 시간대도 다르다. 스티얼리는 섬의 시계들을 1시간 일찍 가도록 맞춰놓았다. 투숙객들이 오후 활동을 끝내고 돌아왔을 때 석양을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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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히 섬은 1200개가 넘는 몰디브의 열대 섬 중 하나지만 나름의 소박한 매력으로 사람들을 끈다.

미리히는 너비 약 50m, 길이 약 400m의 작은 섬인 데다 리조트 밖에는 상점이나 바, 카페도 없어 답답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럴 때는 섬을 빠져나가 이웃 섬으로 놀러 가거나 고래 상어와 함께 헤엄치고, 돌고래를 구경하며 기분을 전환할 수 있다. 난 어느날 오후 몸이 근질근질해 섬 주변을 돌았다. 처음엔 걸어서(7분 30초 소요), 그 다음엔 카누를 타고(18분 소요), 마지막으로 헤엄쳐서(산호초 주위를 맴도는 물고기와 거북들을 보느라 빼앗긴 시간을 빼면 33분 소요) 돌았다.

미리히에서 찍은 사진은 한 장 한 장이 모두 우편엽서 같다. 동트기 전부터 해질 무렵까지 섬 곳곳을 돌아다니며 모래를 꼼꼼하게 관리하는 직원들 덕분이다. 잘 손질된 모래는 마치 파우더처럼 부드럽고 깨끗하다. 여기선 심지어 햇빛도 나의 편안한 휴식을 위해 미리 조정된 듯한 느낌이다. 넓고 환한 하늘이 바닷물처럼 맑다. 이곳에는 모기나 쥐 등 귀찮거나 위험한 동물이 없다.

이런 천국의 섬 같은 이미지로 미리히 아일랜드 리조트는 트립어드바이저의 2016 ‘트래블러스 초이스 어워드’에서 세계 최고의 호텔 7위에 올랐다. 하지만 이 천국의 이면에는 앞으로 수십 년 후면 이 섬을 지구상에서 사라지게 할 심각한 문제가 숨어 있다. 가장 많이 논의되는 문제는 기후변화다. 환경 전문가들은 세계에서 해발고도가 가장 낮은 몰디브가 조만간 바닷속으로 가라앉을 것으로 내다본다. 몰디브에서 가장 높은 지점이 해발 약 2.5m로 인간의 최고 점프 기록보다 약 5㎝ 낮다.

몰디브의 다른 지역에서 활동하는 기후변화 운동가들과 대조적으로 미리히 주민들은 이 위험에 무관심해 보일 때가 있다. “‘작년 다르고 올해가 다를’ 정도로 급격한 변화가 감지되진 않는다”고 스티얼리는 말했다. “하지만 지난 20년을 되돌아볼 때 기후변화가 몰디브에 영향을 미친 건 확실하다. 일부 전문가는 앞으로 20년 후면 바닷속으로 완전히 가라앉을 거라고 말한다. 그 시점을 100년 후로 내다보는 사람도 있다. 잘 모르겠다. 난 그 문제에 너무 신경 쓰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기후변화에 더해 몰디브는 최근 세계 10대 불안정 국가 중 1위를 차지했다. 정치 소요와 극단주의의 부상이 그 요인이다. 몰디브는 급진 무장단체 이슬람 국가(IS)에 가담한 전투대원의 수가 인구 대비 가장 많은 나라로 추정된다. 일각에서는 몰디브엔 심각한 문제가 너무 많아 기후변화는 걱정거리도 아니라고 말할 정도다. 외국에서 지하디(이슬람 성전) 전사로 싸우다 돌아온 몰디브인이 어느 리조트를 공격하기라도 하면 몰디브 국내총생산(GDP)의 80%를 차지하는 관광에 재앙이 닥칠 것이다.

이렇게 심각한 문제를 알면서도 섬에 있을 땐 그런 생각을 거의 안 한다니 스티얼리는 매우 낙천적인 사람인 듯하다. 에덴동산 같은 이 섬에서 깨끗한 모래 위를 맨발로 걷다 보면 누구나 로빈슨 크루소가 된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비록 그 섬이 바닷속으로 천천히 가라앉고 있다고 해도 말이다.

– 앤서니 커스버트슨 뉴스위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