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찾기, 그 슬프고 아름다운 여정

2017년 1월 31일 2017.02.13 [1260]

해외 입양아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라이언’, 균형 잡힌 캐릭터와 실감나는 연기로 큰 감동 줘

1
성인이 된 사루 역의 데브 파텔(왼쪽)은 매우 강렬하면서도 섬세한 연기를 보여준다.

가스 데이비스 감독의 영화 ‘라이언’(국내 개봉 2월 1일)은 사루 브리얼리의 놀라운 실화와 회고록을 바탕으로 한다. 영화는 다섯 살짜리 인도 소년 사루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소년은 칸드와의 집에서 수천㎞ 떨어진 곳에 홀로 남겨진다. 형 구뚜가 기차역에 일자리를 알아보러 간 사이 역에 정차한 열차에서 잠이 들었기 때문이다.

사루는 그 열차에 탄 채 캘커타까지 간다. 그곳 사람들은 모두 사루가 알아듣지 못하는 벵갈어로 말한다. 사루는 고아로 오인돼 캘커타의 복지시설로 보내지고 1986년 호주 타즈메이니아 주에 사는 마음씨 좋은 부부 존(데이비드 웬햄)과 수 브리얼리(니콜 키드먼)에게 입양된다.

25년 뒤 성인이 된 사루(데브 파텔)는 자신이 속속들이 호주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세계 크리켓 선수권대회의 경기를 보면서도 호주를 열렬히 응원한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안락한 삶에 죄책감을 느낀다. 인도에 있는 어머니와 형제들은 여전히 고생하며 살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그는 가족이 잘 있는지 확인하고 그들에게 자신이 잘 지낸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어 애가 탄다. 하지만 관련 서류가 전혀 없는 데다 성도 모르고 집이 정확히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니 가족을 찾을 길이 막막하다.

사루는 친구들과 여자친구 루시(루니 마라)의 권유로 ‘구글 어스’를 이용해 자신이 어디서 왔는지를 알아보기 시작한다. 기차 노선을 추적하고 기억에 남는 지형지물의 위치를 확인하고 열차 안에서 며칠 동안 지냈는지와 열차가 얼마나 빨리 달렸는지를 바탕으로 여행한 거리를 계산한다.

브리얼리의 회고록을 데이비스 감독이 감성적으로 풀어낸 이 영화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등 6개 부문 후보로 올랐다. 그 이유는 쉽게 짐작이 간다. 이런 감동적인 실화는 허구보다 더 심금을 울리기 때문에 각종 시상식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마련이다. 하지만 영화 ‘라이언’이 이 믿기 어려운 이이야기를 실감나게 풀어낸 데는 배우들의 연기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2
어린 시절의 사루를 연기한 써니 파와르(뒤)는 뛰어난 연기로 관객을 사로잡는다

우선 사루의 어린 시절 역을 맡은 신인 아역배우 써니 파와르는 귀여운 얼굴과 뛰어난 연기로 사람을 사로잡는다. 파와르는 영어를 한마디도 못하지만 이야기가 전적으로 어린 사루의 시각에서 펼쳐지는 초반 40분 동안 관객은 그의 귀여운 연기에 이끌려 손에 땀을 쥐며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지켜보게 된다. 파와르가 화면에 나타나자마자 우리 모두 그의 편이 된다.

다행히 성인 사루 역시 뛰어난 재능을 지닌 배우가 맡았다. 데브 파텔은 ‘스킨스’부터 ‘슬럼독 밀리어네어’ ‘베스트 엑조틱 메리골드 호텔’까지 주로 순진하고 사랑스런 바보 역할을 했다. 각각의 캐릭터가 나름의 문제를 안고 있었지만 그들이 늘 삶의 밝은 측면만 봤기 때문에 내적인 갈등이 겉으로 드러나진 않았다.

하지만 ‘라이언’에서는 사루가 자신의 감정과 ‘집’을 찾겠다는 집념에 갈수록 빠져들면서 마음 속 고통이 확연히 느껴진다. 사루 역은 주인공치고는 놀랍도록 대사가 적은 편인데 파텔은 대사의 공백을 절절한 슬픔의 감정이 묻어나는 침묵의 클로즈업 장면으로 메운다.

하지만 사루라는 캐릭터가 때때로 너무 배타적인 데다 가족 찾기보다 내적 갈등에 초점이 맞춰지다 보니 영화 중반쯤 가서는 좀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이야기가 곧 탄력을 되찾으면서 파텔이 눈부시게 빛을 발하는 굉장한 피날레로 이어진다.

3
사루를 입양한 호주인 부부 역의 니콜 키드먼과 데이비드 웬햄.

키드먼의 연기도 훌륭하다. 특히 사루에게 자신이 그를 입양하고 싶어 했던 이유를 털어놓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우리는 영화에서 남자 주인공의 여자친구나 부인 등 조연 캐릭터는 입체적으로 표현되지 못하고 오로지 주인공의 이야기를 뒷받침하는 역할만 하는 경우를 자주 본다. 심지어 그저 관객의 ‘눈요기 감’으로 이용되기도 한다.

하지만 데이비스 감독은 그런 관행을 거부하고 사루의 여자친구 루시를 아주 생동감 있는 캐릭터로 그린다. 사루와 루시의 관계가 어떻게 시작됐는지보다 더 깊은 이야기에 초점을 맞춘다. 사루는 가족을 찾는 과정에서 루시를 자꾸 멀리하려 하고 루시는 그런 그를 도우려고 애쓰면서 점점 지쳐간다. 남녀 주인공이 서로에게 잔인할 정도로 솔직한 영화는 별로 많지 않은데 이 영화는 그렇다.

실화를 영화화할 때는 주인공의 삶과 배경을 실제 그대로 묘사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하지만 촬영감독 그레이그 프레이저는 시적인 요소를 활용해 감성적인 측면을 부각시켰다. 일례로 초반에 어린 사루가 칸드와의 언덕을 달리는 장면에서 그는 잠시 멈춰서서 자신의 주변을 맴도는 노란 나비들을 바라보며 감탄한다.

이런 순수한 아름다움을 통해 관객은 사루가 살아가는 가혹한 현실에서 잠시 벗어날 수 있다. 이런 장면들은 또 영화에 은유적이고 꿈 같은 분위기를 부여한다.

‘라이언’은 빈곤과 해외입양, 진정한 자아 찾기 등 폭넓은 주제를 탐구하는 야심 찬 영화다. 방대한 주제는 이야기의 핵심에서 벗어난 듯한 느낌을 줄 때가 있지만 이 영화는 균형 잡힌 캐릭터와 배우들의 실감 나는 연기로 큰 감동을 준다.

– 에이미 웨스트 아이비타임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