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식량으로 거듭나는 ‘퀴노아’

유전체 분석 완료돼 척박한 환경에서도 생산량 늘리고 맛도 더 좋게 품종 개량할 수 있는 길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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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의 농업 축제에 전시된 퀴노아. 퀴노아는 염분이 포함된 질 나쁜 토양과 고지대에서도 잘 자라는 강인한 작물이다.

퀴노아는 남미 안데스 산맥 지역에서 주로 재배돼온 명아줏과 작물이다. 고대 인디오의 주식이었던 퀴노아가 앞으로 계속 증가하는 세계인구를 먹여 살릴 수 있는 열쇠일지 모른다. 최근 퀴노아 유전체의 염기서열이 확인되면서 생산량을 늘리고 맛도 더 좋게 재배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고고학적 증거에 따르면 퀴노아는 기원전 5000년께 안데스 고원의 티티카카 호수 부근에서 발생한 고대 잉카 문명에 의해 처음 재배됐다. 영양가가 매우 높고 다양한 기후 환경에도 잘 적응하며 건조한 토양에서도 재배가 용이하다(해발 4000m까지 재배가 가능하며 최저 영하 8℃, 최고 영상 38℃에서 자랄 수 있다).

퀴노아는 좁쌀 크기의 원형 곡물이며 평균 16~20% 정도가 단백질로 구성된 고단백 식품이다. 다른 곡류와는 달리 나트륨이 거의 없고, 글루텐 또한 없어 알레르기 반응을 유발하지 않는다는 장점도 있다. 아울러 필수아미노산이 골고루 함유돼 인체의 영양 공급에도 탁월한 효과를 나타낸다. 이 밖에도 각종 무기질과 미네랄을 비롯해 비타민, 섬유질, 녹말 등 풍부한 영양 성분을 포함한다. 식이섬유가 많아서 포만감이 높고 소화를 촉진해 다이어트에도 유용하다고 알려졌다.

이처럼 퀴노아는 다양한 영양소를 고루 지닌 슈퍼푸드로 각광받으며, 어린이의 이유식은 물론 임산부와 고령자의 건강식으로도 폭넓게 활용된다. 쌀과 유사한 방식으로 조리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익혀서 채소와 곁들여 먹기도 하고, 가루를 내서 과자나 음료로 만들기도 한다. 웰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퀴노아는 에너지바, 시리얼, 음료수 등의 성분으로도 각광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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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노아는 어린이 이유식은 물론 임산부와 노인들의 건강식으로도 폭넓게 활용된다.

퀴노아의 유전체 분석 프로젝트를 이끈 마크 테스터는 “고대 잉카어에서 퀴노아는 ‘모든 곡식의 어머니’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처럼 퀴노아는 고대 안데스 문명의 주요 작물이었지만 16세기 남미를 침략한 스페인 군대에 의해 잉카 제국이 멸망하면서 생산지가 상당수 감소됐다. 그러다가 최근 들어서야 세계적인 관심을 한몸에 받는 새로운 작물로 재등장했다. 따라서 퀴노아는 다른 곡물보다 균형이 더 잘 잡힌 영양분을 우리에게 제공하지만 지금까지 잠재력이 완전히 발휘되도록 육종되거나 재배되지 못했다.”

테스터가 이끈 연구팀은 퀴노아 유전자의 다양성과 유전체의 진화에 초점을 맞춘 분석 프로젝트에서 얻은 결과를 최근 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그들은 이번 연구를 통해 퀴노아가 어떻게 성장해서 씨앗을 생산하는지 확실히 이해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퀴노아를 좀 더 상업성 높은 작물로 개량할 수 있는 특정 유전자를 확인했다는 뜻이다.

테스터는 “퀴노아의 한 가지 문제는 자연에 있는 그대로 재배하면 맛이 쓴 씨앗을 맺는다”고 말했다. “쓴맛이 나는 건 씨앗에 사포닌이 축적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퀴노아에서 사포닌 생산을 억제하는 유전자를 발견했다. 그 유전자를 이용해 육종하면 사포닌 없이 훨씬 맛이 좋은 퀴노아 씨앗을 생산할 수 있다.”

퀴노아의 두 번째 문제는 성장과 관련 있다. 이번 연구에서 얻은 유전자 정보는 더 큰 씨방을 안정적으로 지지할 수 있는 땅달막한 퀴노아를 육종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 그런 품종은 더 밀집된 상태에서 재배할 수 있어 수확량을 늘릴 수도 있다.

현재의 추세가 지속될 경우 세계인구는 2100년이 되면 112억 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현 수준에서 거의 30억 명이 더 많아진다는 뜻이다. 그처럼 급작스런 인구 팽창에다 기후변화까지 겹칠 것으로 예상되면서 세계의 식량안보를 둘러싼 불안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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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노아는 다른 곡물보다 균형 잡힌 영양분을 우리에게 제공하지만 아직 상업성이 부족하다.

연구팀은 퀴노아의 유전자 개량으로 미래의 식량안보 확보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확신한다. 테스터는 “퀴노아과 작물이 토양·기후 적응력에서 다른 작물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매우 뛰어나다는 사실은 잘 알려졌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퀴노아는 염분이 포함된 질 나쁜 토양과 고지대에서도 잘 자랄 수 있다. 아주 강인한 작물이다. 품종이 개량되면 앞으로 퀴노아는 현재로선 사용할 수 없는 땅과 물을 활용해 세계인구를 먹여 살릴 수 있는 영양가 높은 건강 식량원을 제공할 수 있다. 우리의 이번 연구는 그 목표에 한걸음 더 가까이 다가갔다.”

식물 유전체 전문가 앤드루 H. 패터슨과 인류학자 앨런 L. 콜라타는 ‘뉴스 앤 뷰’에 실린 관련 기사에서 아직 주요 장애물이 남아 있지만 이번 연구 결과가 작물 생산 분야에서 가능성의 지평을 넓혔다고 평가했다. “특정 식물에서 주요 특성의 진화에 관한 지식을 신속히 얻을 수 있다면 새로운 농업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주요 특성을 나타내는 DNA 표지나 유전체 편집이 상업성 높은 퀴노아 육종을 가속화할 수 있다면 열악한 환경에서 식량 생산을 늘려 안데스 산맥이나 다른 척박한 지역의 농민에게 경제적으로 좋은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아울러 지금까지 도외시된 다른 작물의 유전체를 계속 분석하면 세계의 식량안보 확보에 더 많이 기여할 수 있는 토대가 될 수 있다.”

– 한나 오스본 아이비타임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