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미술 애호가의 인도로 가는 길

자이푸르 문학축제와 인도 미술제는 매년 수만 명의 방문객 끌어모으며 남아시아의 연례 문화축제로 자리 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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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IAF 네팔 미술위원회 부스에 전시된 ‘평화의 소유자들 ’.

인도 북부의 2대 연례 문화축제는 매년 국내외에서 수만 명의 방문객을 끌어 모은다. 자이푸르 문학축제(JLF)는 지난 1월 10주년을 맞았고 인도 미술제(IAF)는 내년이면 10주년이다. 두 행사 모두 문화와 교육, 오락이 어우러진 형태로 처음엔 별 야심 없이 비공식적으로 시작했다.

JLF는 당초 자이푸르 예술제의 일부로 시작됐다가 2년 후 독립적인 행사로 분리됐다. 지금은 세계 최대 규모의 문학축제로 성장했다. 한편 IAF는 한 홍보회사의 주최로 시작돼 점차 국제적으로 주목 받게 됐다.

이 두 행사에서는 스타 작가와 미술가들이 배출됐다. IAF 최고의 회화 작품은 인도 현대 미술의 거장 F.N. 수자의 ‘웃고 있는 남녀(Man and Woman Laughing )’다. 2년 전 델리 아트 갤러리의 아시시 아난드가 경매에서 260만 달러에 사들였으며 지난 2월 2일 한 미술 웹사이트에서 매긴 이 그림의 현재 가격은 800만 달러에 이른다. 인도 미술 경매 기록인 440만 달러의 거의 2배다. 하지만 아난드는 “수자의 수작은 그 정도 가격을 받을 만하다”며 “어쨌든 지금은 1500만 달러를 줘도 팔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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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IAF에서는 미투 센의 ‘팬텀 페인’ 같은 충격적인 이미지의 설치미술도 전시됐다.

IAF에는 매년 거의 동일한 스타 미술가들의 작품이 출품되는 반면 JLF에서는 해마다 인도 국내외의 새로운 인기 작가들이 조명 받는다. 올해는 시 부문에서는 미국의 앤 월드먼과 인도의 굴자르, 소설 부문에서는 미국의 폴 비티와 영국의 앨런 홀링허스트가 두각을 나타냈다.

두 행사 모두 인도 현대 문화에 대한 국내외의 관심과 수요가 점차 높아지는 상황에 발맞춰 발전해 왔다. 올해 JLF에 참가한 작가 400명과 연사 중 약 4분의 1이 외국인이며 IAF에 참가한 76개의 갤러리 중 18개가 해외에서 왔다. 예술 작품의 수입에 높은 관세와 엄격한 규제를 적용하는 인도 정부의 관행을 생각할 때 꽤 높은 비율이다.

IAF는 인도 정부의 엄격한 규제 때문에 외국인 소유로 넘어갔다. IAF의 창설자인 네하 키르팔은 5개월 전 소유권을 매각해 자신의 지분을 10%로 줄였다. 60.3%의 지분이 스위스의 MCH 그룹(스위스 바젤과 미국 마이애미, 그리고 홍콩에서 열리는 아트 바젤을 운영한다)으로 넘어갔다. 29.7%의 지분은 2011년 영국의 전시·이벤트 전문 회사 앵거스 몽고메리가 사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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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현대 미술의 거장 F.N. 수자의 ‘웃고 있는 남녀’는 IAF 최고의 회화 작품으로 꼽힌다.

5일 동안 40만 명의 방문객을 끌어 모은 JLF는 이제 제대로 자리를 잡은 듯하다. JLF는 델리에 있는 프로덕션 회사 ‘팀워크 아츠’의 대표 산조이 로이가 제작을 맡고 작가 나미타 고칼레와 윌리 달림플이 공동 감독으로 나섰다.

뭄바이의 앰빗 캐피털로부터 투자를 받는 JLF는 해외 투자자가 개입할 여지가 없는 반면 IAF는 MCH의 아트 바젤 관련 전문가들과 국제 관계자들의 도움을 받는다. IAF는 4일 동안 9만 명의 방문객을 끌어모을 만큼 인기가 높지만 지난 2~3년 동안은 다소 단조롭다는 평을 받아 분위기 쇄신이 필요하다.

마르코 파조네가 이끄는 MCH 스위스 엑시비션즈는 세계의 지역 미술제 약 5개에 투자해 발전을 돕는다는 계획을 세웠다. IAF는 그 첫 수혜자이며 조만간 유럽의 한 미술제와 올해 말 다른 지역의 미술제 하나를 더 지원할 예정이다.

MCH는 내년 IAF에서 인도의 갤러리들과 협력해 실험적인 전시회를 개최함으로써 이 미술제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자 한다. MCH는 또 인터넷과 디지털 커뮤니케이션의 역할을 더 늘릴 생각이다. 일례로 IAF는 방문객이 휴대전화로 작품에 대한 정보를 볼 수 있는 앱을 선보일 계획이다. 그런 앱은 온라인 미술품 판매뿐 아니라 관람객의 지식 증진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 많은 갤러리들이 사업에서 이와 같은 디지털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진다고 밝혔다.

올해는 주최측과 갤러리들이 전시 내용에 특별히 주의를 기울였다. 지난해 11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의 루피화 고액권 통용 금지 조치로 인한 경제 불확실성과 현금 부족으로 작품 판매가 제한될 것을 우려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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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LF에서는 문학 등 총 200여 건의 강연과 토론회가 열린다.

최근 인도의 현대미술 시장은 저조했다. 런던의 미술시장 분석 업체 ‘아트 택틱’의 보고에 따르면 지난해 인도 현대 미술품의 경매가는 0.5% 오르는 데 그쳤으며 매출은 25% 떨어졌다. 하지만 세밀화 등 인도 고전 미술품의 국내 수요는 2014년 이후 84% 늘어 수집가들의 지평이 넓어졌음을 보여준다.

어쨌든 루피화 신권이 통용되기 시작하고 정부의 규제가 완화되면서 미술시장에 드리웠던 어두운 그림자가 걷히는 듯하다. 이번 IAF에 참가한 갤러리 대다수가 만족할 만한 매출을 올렸다고 전했다. IAF 주최측은 인도 갤러리의 94%와 해외 갤러리의 85%가 1000달러 이상 고가에 팔린 작품이 있음을 보고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행사 마지막 날 저녁 내가 이야기를 나눈 갤러리 관계자 대다수가 최고가 작품 판매는 여전히 흥정 중에 있으며 참가비용을 고려하면 본전치기 정도의 매출을 올렸다고 말했다.

출품작은 M.F. 후사인, 수자, S.H. 라자, 램 쿠마르 등 과거 인도의 ‘진보파’ 미술가들 작품이 주류를 이뤘다. 랄루 프라사드 쇼, K. 랙스마 구드, 삭티 부르만, 사티시 구즈랄 등 그 후대의 인기 미술가들과 접근하기 쉬운 작품을 제작하는 젊은 미술가들의 작품도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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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JLF에서 인도 시인 굴자르가 눈길을 끌었다.

아시시 아난드의 델리 아트 갤러리는 다른 갤러리보다 훨씬 더 넓은 공간에 작품을 전시했으며 그는 잡지 ‘인디아 투데이’의 연례 미술상에서 ‘올해의 수집가’로 선정됐다. 아난드는 수자의 ‘웃고 있는 남녀’가 “인도 미술의 가장 상징적인 작품이며 피카소의 작품을 능가한다”고 평했다.

몇몇 대담한 갤러리들은 분홍색 틀니 모형들을 이용한 미투 센의 ‘팬텀 페인(Phantom Pain)’ 같은 충격적인 이미지의 설치미술을 전시했다. 또 네팔 미술위원회 부스에 전시된 ‘평화의 소유자들(Peace Owners)’(도널드 트럼프와 블라디미르 푸틴, 김정은을 패러디한 그림)에 관람객의 관심이 쏠렸다.

하지만 인기 작가들과 연사들의 강연에 수많은 군중이 모이는 JLF는 IAF보다 더 흥미진진하며 사고를 진작시킬 뿐 아니라 큰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올해는 집권 인도국민당(BJP)을 지원하는 극우 민족주의 단체 ‘민족봉사단’(RSS)의 강경파 인사들이 연사로 초청된 데 대해 진보주의자들이 들고 일어났다. 몇 년 전에는 살만 루시디의 소설 ‘악마의 시’를 비난하는 무슬림 시위대가 그의 참석을 반대했다.

JLF의 각종 행사는 다양한 취향과 관심을 반영한다. 난 시사 문제에 관한 강연과 화제를 모은 작가들과의 토론에 주로 참석했다. 중국의 한 자녀 정책, 살인, 옥스퍼드 영어사전 편찬에 얽힌 수수께끼, 인도의 정치, 영국의 악명 높은 토막 살인범 잭(1888년 런던에서 최소한 5명의 매춘부를 죽인 범인), 영국이 식민지 인도에서 저지른 악행 등이 주제로 다뤄졌다. 난 또 인도의 루피화 고액권 통용 금지 조치와 디지털 경제의 신세계에 관한 토론의 사회를 보기도 했다. 문학 관련 강연 다수를 포함해 전체적으로 약 200건의 토론이 열렸다.

JLF와 IAF 모두 이제 연례 행사로 자리 잡았다. 이 두 축제의 영향을 받아 남아시아에서 유사한 소규모 행사들이 많이 생겨났다. 앞으로 IAF는 아트 바젤의 노하우를 전수받아 활력을 더할 것으로 예상되며 JLF는 인도 문화 외교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영국 런던과 미국 콜로라도 주 볼더, 호주 멜버른 등지에서는 JLF 초청 행사가 열린다.

– 존 엘리엇 뉴스위크 기자

[필자는 인도 전문가로 ‘내파: 인도와 현실의 밀회(Implosion: India’s Tryst With Reality)’의 저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