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앞을 향해 나아가는 탐험가”

8년 만에 새 정규 앨범 낸 메탈리카의 리더 제임스 헷필드에게 제작 과정에 얽힌 이야기와 음악에 대한 철학을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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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탈리카의 리더 겸 기타리스트인 제임스 헷필드. 사진은 지난해 9월 뉴욕 센트럴 파크 공연 당시의 모습.

미국의 헤비메탈 밴드 메탈리카는 1980년대에 전성기를 맞았다. 단 5년 사이에 그룹의 가장 성공적인 앨범 중 4개가 발표됐다. 하지만 그 후 침체기에 접어들었다. 지난 15년 동안 정규 앨범이 3개밖에 안 나왔고 최신 앨범 ‘Hardwired…to Self-Destruct’는 전작 ‘Death Magnetic’(2008) 이후 8년이나 지난 뒤에 발표됐다. 지난 2월 12일 이 밴드는 그래미 시상식에서 ‘Hardwired…to Self-Destruct’ 수록곡 중 일부를 공연했다. 뉴스위크가 메탈리카의 리더이자 기타리스트인 제임스 헷필드를 만나 ‘Hardwired…to Self-Destruct’의 제작 과정, 가장 좋아하는 앨범, 드럼 연주의 꿈 등에 관해 들었다.

‘Hardwired…to Self-Destruct’ 제작 기간 내내 멤버들이 똘똘 뭉쳐 지냈는데 오랫동안 함께하는 데서 오는 이점이 있을 것 같다.

물론이다. 울리히(드러머 라스 울리히)와 나는 35년째 결혼생활을 하다 보니[웃음] 서로 아주 잘 안다. 서로를 좋아하면서도 못 견뎌 한다. 이제 서로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됐다[웃음]. 그는 가족을 빼놓고 내가 가장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람이다. 그가 ‘하나, 둘, 셋’ 하고 숫자를 세면 어느새 우리 두 사람이 같은 곡을 연주하기 시작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런 일이 어떻게, 또 왜 일어나는지 모르지만 울리히와 나 사이엔 어떤 에너지 같은 게 흐른다. 우리는 서로의 한계를 알고 더 발전할 수 있도록 자극을 준다. 그는 내게 리프(반복악절)와 보컬, 난 그에게 드럼 연주에 관한 의견을 내놓는다. 내가 드러머를 꿈꿨지만 되지 못했듯이 그도 한때 기타리스트와 보컬리스트를 꿈꿨다.

리프를 작곡할 때 규칙 같은 게 있나?

멤버들이 공유하는 리프 파일이 있다. 누가 올린 것인지 이름도 써놓지 않고 그저 그중에서 가장 좋은 걸 골라 쓴다. 이번 앨범이 이전과 다른 점은 프로듀서 릭 루빈이 참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루빈은 우리 음악을 들어보고 중립적인 입장에서 “이건 좋고 저건 좋지 않다, 저건 더 넣고 이건 빼면 좋겠다”는 식으로 의견을 말해줬었다. 하지만 이번엔 우리끼리 즉흥 연주를 하면서 좋은 걸 택했다.

기타리스트 커크 해밋은 휴대전화에 리프를 많이 넣어 뒀는데 잃어버렸다고 들었다. 그 때문에 손실이 컸나?

아주 좋은 리프들이 들어 있었을 수도 있지만 아닐 수도 있다. 예전에 해밋이 작곡한 리프가 쓰인 노래들이 있다. 그중엔 좋은 것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었다.

당신은 처음부터 작사를 도맡다시피 했는데.

가사에 나의 사랑과 두려움, 증오와 의문을 녹여 넣는다. ‘St. Anger’(2003년 정규 앨범)만 빼고 모든 곡의 가사를 내가 썼다. ‘St. Anger’ 제작 당시는 우리 인생에서 특별한 시기였다. 모든 멤버가 안정을 찾았던 터라 밴드에 전념하고 결과를 지켜보기로 했다. 성과가 매우 좋았다.

‘Hardwired’에서 당신은 ‘모든 게 엉망진창이야, 더럽게 재수가 없군(We’re so fucked, shit out of luck)’이라고 노래한다. 무엇에 관한 노래인가?

뭐라고 생각하나?

미국 사회의 현 상황?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누구나 살다 보면 모든 게 엉망이라고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웃음]. 그런 상황에 대입하면 된다. 내 생각엔 세상을 냉소적으로 바라보는 부모의 시각이다. 세상을 바라보면서 ‘맙소사, 내가 어린아이가 아니라서 정말 다행이야’라고 생각하는 건 어느 세대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Hardwired’는 헤비메탈의 몇몇 거장에게 경의를 표한다. 딜럭스 에디션에는 2014년 ‘Ronnie James Dio-This Is Your Life’ 헌정 앨범에 실렸던 ‘Ronnie Rising Medley’가 수록됐다. 또 모터헤드의 레미 킬미스터에 관한 노래 ‘Murder One’도 실렸던데.

누구에게나 멘토가 있다. 우리는 멘토를 필요로 한다. 적어도 난 그렇다. 난 존경할 만한 누군가가 필요하다. 그들을 따라잡으려 노력하고 그들에게 배우고 싶다. 로니 제임스 디오의 부인 웬디가 우리에게 헌정 앨범 ‘This Is Your Life’에 참여해 달라고 요청해 흔쾌히 수락했다. 우리는 리메이크 곡을 불러본 경험이 있다. ‘Ronnie Rising Medley’에 우리가 좋아하는 디오의 곡을 모두 담았다. 그런 노래를 부르는 건 내게 큰 도전이며 성장에 도움이 된다. 나를 가로막는다고 생각하는 한계를 무너뜨리는데 좋다.

킬미스터는 헤비메탈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대부이자 배의 선장 같은 존재였다. 우린 그가 영원히 살 거라고 생각했다[웃음]. 물론 언젠가 끝이 있으리라는 건 알았지만 그런 날이 오지 않기를 바랐다. 모터헤드가 없었다면 메탈리카도 없다. 우린 킬미스터와 즉흥연주를 하곤 했다. 그는 아주 다정한 사람이었다. 우리는 모터헤드의 노래 여러 곡을 리메이크했다. 알다시피 모터헤드는 ‘로큰롤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유감스런 일이다. 하지만 킬미스터는 우리 데뷔 앨범 ‘Kill ‘Em All’(1983)에 실린 ‘Whiplash’를 리메이크해 그래미상을 받았다. 그 노래는 원래 킬미스터에게 영감을 받아서 쓴 곡인데 그가 그 곡으로 그래미상을 받다니 정말 멋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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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런던에서 열린 ‘Hardwired… to Self-Destruct’ 발표 기념 사인회에서 포즈를 취한 메탈리카 멤버들. (왼쪽부터) 제임스 헷필드, 커크 해밋, 로버트 트루질로, 라스 울리히.

기타리스트로서는 누구에게 영향을 받았나?

난 드럼 연주도 좋아해서 기타를 드럼 삼아 타악기처럼 연주한다. 말하자면 리듬을 매우 중시하는 리듬 기타리스트다. AC/DC의 맬콤 영 등 훌륭한 리듬 기타리스트들의 영향을 받았다. 스콜피언스의 창단 멤버 루돌프 솅커와 나는 조니 라몬이 오른손 다운 피킹의 거장이라고 생각한다. 난 그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또 리프의 음악성은 리프의 거장으로 불릴 만한 토니 아이오미에게서 배웠다.

새 앨범에서 리듬 기타리스트로서 해밋의 리드 기타와 어떻게 하모니를 이루나?

해밋은 훌륭한 리드 기타리스트다. 나도 그처럼 기타를 잘 치면 좋겠지만 역부족이다. 그래서 난 리듬 기타리스트로서 최선을 다한다. 또 보컬리스트로서 멜로디를 사랑한다. UFO의 멤버이자 솔로 아티스트인 미하엘 솅커는 멜로디에 관한 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기타리스트다. 난 늘 하모니를 생각하고 해밋은 솔로를 중시한다. 그의 솔로는 사운드가 꽤 과장됐다. 리허설 때면 난 그에게 “솔로 연주 소리가 얼마나 컸는지 아느냐?”고 묻곤 한다. 해밋은 그런 건 안중에 없다. 그는 소음을 좋아하고 그것을 실험한다. 그래서 우리는 잘 맞는다.

‘Hardwired’의 녹음은 순조롭게 진행됐나? 멤버들 사이에 큰 싸움은 없었나?

없었다. 하지만 창조적인 사람들은 예민해서 쉽게 삐치는 경향이 있다[웃음].

1980년대에 메탈리카는 단 5년 사이에 ‘Master of Puppets’(1986)를 포함해 4개의 기념비적인 앨범을 내놨는데.

달리 할 일이 없던 젊은 시절에는 음악이 곧 인생이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가정과 자녀 등 신경 쓸 일이 늘어났다. 그 시절에도 순회공연을 했지만 ‘Black Album’(1991) 이후처럼 집중적으로 하진 않았다. 예를 들어 당시엔 순회공연을 3년 동안 계속하는 일은 없었다. 그 당시에 가정을 이루지 않았던 멤버들이 스튜디오에서 살다시피 하며 작업을 했다. 게다가 1980년대는 헤비메탈의 전성기였다. 빅4(메탈리카, 슬레이어, 앤스랙스, 메가데스) 외에도 많은 밴드가 건전한 경쟁을 벌였다.

메탈리카 앨범 중 가장 좋아하는 것은?

‘Ride the Lightning’(1984)을 아주 좋아한다. 멤버들이 믹싱 작업에 참여한 최초의 앨범이라서 그런 듯하다. 전작 ‘Kill ‘Em All’에 수록된 곡도 모두 멤버들이 작곡했지만 밴드 결성 이후 처음 몇 년 동안 클럽에서 연주했던 곡들이었다. 당시 우리는 녹음실에 들어가 그 곡들을 녹음했을 뿐 믹싱 등 제반 작업에 참여하는 건 허용되지 않았다. 하지만 ‘Ride the Lightning’을 제작할 때는 우리에게 “스튜디오에서 멀리 떨어져 있으라”고 말하는 매니저가 없었다. 그래서 우리는 제작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었다.

지난해 9월 27일 미국 뉴욕의 웹스터 홀에서 열린 버튼(메탈리카의 베이스주자였던 클리프 버튼)의 30주기 추모 콘서트에서 ‘Moth Into Flame’을 연주한 것이 ‘Hardwired’ 수록곡 최초의 라이브 공연이었다. 버튼의 음악은 당신의 음악 인생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

버튼이 내게 심어준 하모니의 씨앗은 잊을 수가 없다. 그는 씬 리지의 열렬한 팬이었다. 우리는 과장된 펑크록을 연주했으며 그는 나보다 음악성이 뛰어났다. 버튼은 전문대학에서 음악이론을 공부했고 다양한 음악을 좋아했다. 그의 베이스 연주와 독특한 사운드는 여전히 팬과 동료들의 마음 속에 살아 있다. 트루질로(베이스 주자 로버트 트루질로)는 그를 매우 존경한다.

새 앨범 중에는 메탈리카 초기의 스래시메탈(시끄러운 록 음악의 일종)을 연상시키는 리프가 있는데.

노래가 짧고 달콤하며 속도감이 있고 방향성이 분명하다는 점에서 확실히 그렇다. 이번엔 8년 만에 정규 앨범을 내다 보니 기타 레이어링과 하모니, 멜로디와 스피드에 대한 감각이 떨어졌다. 그래서 ‘Kill ‘Em All’의 단순성과 ‘The Black Album’의 깊이를 가져오고 싶었다. 사람들이 “이번 앨범은 이런저런 것들을 연상시킨다”고 말하는 건 좋지만 우리에겐 그저 메탈리카의 새로운 앨범일 뿐이다. 우리는 계속해서 앞을 향해 나아가는 탐험가다. 더 나은 앨범, 더 멋진 리프, 더 마음에 와 닿는 가사, 더 훌륭한 연주를 위해 노력할 뿐이다.

– 제프 펄라 뉴스위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