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블런트 ‘절반의 변신’

영국의 싱어송 라이터, 새 앨범에서 젊고 실험적인 사운드 선보이지만 발라드 가수라는 정체성 떨치지 못해

1
제임스 블런트는 지난 3월 5집 정규 앨범 ‘The Afterlove’를 발표했다.

영국의 싱어송 라이터 제임스 블런트(43)가 지난 3월 24일 새 앨범 ‘The Afterlove’를 발표해 다시 주목 받고 있다. 4집 정규 앨범 ‘Moon Landing’이 나온 지 거의 4년 만에 발표된 이 앨범에서 블런트는 새로운 사운드를 선보인다.

‘You’re Beautiful’ ‘Goodbye My Lover’ 등 가슴 아픈 발라드로 잘 알려진 블런트는 사랑과 사랑의 아픔에 관한 노래로 팬층을 확보했다. 블런트가 ‘The Afterlove’의 반응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이유도 기존 팬들이 새 곡들을 어떻게 받아들일지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이 앨범이 어떤 반응을 얻을지 잘 모르겠다”고 블런트는 말했다. “어쨌든 난 이 앨범이 마음에 든다. 솔직히 내 앨범 중 가장 흥미진진하다고 생각한다.” 과연 ‘The Afterlove’는 블런트의 말처럼 과감하고 흥미진진할까?

2006년 블런트는 기타 연주가 돋보이는 발라드 ‘You’re Beautiful’로 미국 빌보드 핫 100에서 1위를 차지하면서 세계적으로 이름을 얻기 시작했다. 이 감성적인 노래는 이후 10년 동안 블런트의 사운드를 이끄는 선례가 됐다. 이 시기에 나온 노래들은 모두 심금을 울리는 발라드였다.

따라서 대다수 팬들은 블런트의 앨범에 어떤 사운드가 실릴지 추측할 수 있었다. 하지만 ‘The Afterlove’의 경우엔 그런 추측이 들어맞지 않았다. 지난 4년 동안 팝 음악계에는 변화가 많았다.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EDM)과 힙합이 각종 차트를 장악하면서 2000년대 초에 두각을 나타냈던 블런트 같은 기성 아티스트들의 음악은 구식으로 들릴 위험이 있다.

블런트는 이 점을 염두에 두고 지금까지와는 사뭇 다른 실험적인 음반을 들고 컴백했다. ‘The Afterlove’의 첫머리에 실린 미니멀리즘적인 ‘Love Me Better’는 블런트의 새로운 대표적 사운드로 떠올랐다. 두 번째 곡 ‘Bartender’는 장난스런 러브레터로 아일랜드의 포크송 같은 따뜻한 분위기다. 에드 시런의 ‘Galway Girl’을 연상시킨다. 시런의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이지만 세 번째 곡 ‘Lose My Number’는 ‘The Afterlove’의 ‘Shape Of You’(시런의 히트곡)라고 설명하면 딱 맞겠다. 어둡고 침울한 사운드는 원리퍼블릭의 리더이자 작곡가인 라이언 테더가 공동 작곡하고 프로듀싱도 맡았다. 블런트의 젊은 측면을 드러내고 상업적인 매력도 있다.

에이미 워지가 공동 작곡한 ‘Paradise’는 이 곡보다 좀 더 강렬하고 음울하지만 역시 상업적인 매력이 느껴진다. 하지만 새롭고 알찬 사운드를 들려 주려는 모든 노력에도 불구하고 블런트는 감성적인 발라드 가수로서의 정체성을 떨쳐버리지 못했다. ‘Don’t Give Me Those Eyes’는 ‘The Afterlove’ 최대의 발라드 곡으로 유부녀와의 불륜 관계를 묘사한다. “라스베이거스의 호텔 방에서 당신의 벗은 몸을 바라보네 / 당신을 사랑하지만 이런 상황은 싫어 / 누구한테도 말할 수 없는 이 상황이.”

시런과 스노우 패트롤의 조니 맥데이드 같은 재능 있는 작곡가들의 참여로 감정과 깊이를 더한 ‘Make Me Better’는 호감 가는 발라드다. “당신은 내게 없는 모든 걸 가졌어요 / 날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줘요 / 당신이 나를 왜 받아들였는지 늘 궁금했죠 / 날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줘요.” ‘California’도 비슷한 느낌으로 자신이 잠시 살고 있는 캘리포니아 주에 바치는 낭만적인 송가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사실 비뚤어진 관계를 묘사한 노래다.

‘The Afterlove’는 블런트의 오랜 팬들에겐 즐거움을 주지만 현대화된 그의 방향이 새로운 팬을 끌어들일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 블런트는 자신에게 익숙한 영역에서 벗어나려고 애쓰지만 발라드와 감성적인 스토리텔링에서 가장 빛을 발하는 듯하다.

– 앨리샤 애디조비 아이비타임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