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발명가 모집. 경력 최소 70년 이상”

94세의 존 굿이너프, 리튬 이온보다 3배나 더 많은 에너지 저장할 수 있는 배터리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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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제조업체는 존 굿이너프(94)의 배터리 기술로 한 번 충전에 약 965㎞ 주행 가능한 전기차량을 제작할 수 있다.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의 증조부격으로 나이가 많은 존 굿이너프가 지구를 구원해 줄 에너지 저장기술을 개발했다.

올해 존 굿이너프의 나이는 94세다. 그런 그가 테슬라의 미래를 열어줄 기술을 고안한 것이다. 수십 년 전 휴대용 전자기기 시장에서 ‘소니의 시대’를 여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던 것과 마찬가지다. 이후 워런 버핏과 실랑이를 하고, 글로벌 특허 전쟁에서 패잔병이 됐으며, 언론의 집중조명을 받은 기업공개(IPO)에서도 돈을 받지 못한 그가 ‘나이 들면 혁신이 불가능하다’는 미국 기술산업의 편견을 보기 좋게 부쉈다.

그와 대척점에 선 사람은 에반 슈피겔이다. 26세의 슈피겔은 IPO로 50억 달러의 가치를 인정 받았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캡틴 크런치로 불리는 존 드레이퍼(공짜로 전화할 수 있는 전화기를 만든 미국인)만큼 인류에게 지대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앱 스냅챗을 공동 개발했기 때문이다.

지난 3월 초, 굿이너프는 자신이 이끄는 텍사스 오스틴 대학 연구팀이 유리 전해질을 기반으로 한 배터리를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리튬 이온을 포함한 기존 어떤 배터리보다 뛰어난 성능을 가진 기술이다. 사실, 리튬 이온 배터리도 굿이너프가 1980년대에 개발한 것이다. 그러니까 지금 우리가 쓰는 스마트폰과 노트북, 전동 칫솔, 테슬라, 그 외 충전이 가능한 모든 전자제품이 굿이너프의 기술로 움직이는 것이다. 혁신적인 배터리 기술을 개발하겠다고 주장하는 발명가는 많지만, 이미 해 봤다고 답할 수 있는 사람은 굿이너프 뿐이다.

국제전기전자기술자협회(IEEE) 분석에 따르면, 굿이너프가 개발한 새로운 배터리는 비슷한 리튬 이온 배터리보다 3배나 더 많은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다. 리튬 이온 배터리의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불이 붙을 염려가 없어 호버보드를 타고 운동장에서 놀던 우리 아이의 운동화가 녹을 일은 없다는 뜻이다. 충전에 수 시간이 걸렸던 리튬 이온 배터리와 달리 굿이너프의 새로운 배터리는 수 분만에 충전이 완료된다고 IEEE는 보고했다.

배터리 기술이 대중을 매료시킬 만한 주제는 아니지만 탄소 에너지로부터 지구를 해방시킬 수 있는 마지막 퍼즐 조각임은 분명하다. 자동차 연료통이든 전기 공장에서든 석유와 석탄, 천연가스는 저장했다 필요할 때 연소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효과적이다.

그러나 태양 에너지와 풍력은 자연이 협조해줄 때만 발전이 가능해 이를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사용할 수 있는 수단으로는 배터리가 유일하다. 따라서 저렴하고 강력하며, 안전할 뿐 아니라 빠르게 충전되는 배터리가 생긴다면 탄소 에너지의 엄청난 우위가 사라질 수 있다. IEEE가 보고서 표제에서 “새로운 유리 배터리는 석유의 종식을 앞당길 것인가?”라는 질문을 한 것도 이 때문이다.

따라서 배기가스를 내뿜는 휘발유 자동차는 옥외 화장실과 같은 구시대 유물이 되는 때가 올 수도 있다. 굿이너프의 배터리 기술이 정말 알려진대로 뛰어나다면 테슬라와 제너럴 모터스를 비롯한 자동차 제조업체는 한 번 충전에 약 965㎞ 주행이 가능한 전기차량을 선보일 수 있다. 재충전은 와플 하우스에서 아침을 먹는 시간이면 완료될 것이다. “20년간 꿈꿔온 목표가 드디어 현실이 될 수 있다”고 굿이너프가 IEEE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다시 말해, 가격과 편의성에서 경쟁력을 가진 내연기관 전기차를 생산할 수 있다는 뜻이다.”

굿이너프가 50년 가까이 연구에 몰입했던 목표이기도 하다. 1970년대 OPEC 석유파동으로 미국이 에너지 위기를 겪었을 때 MIT에 있던 굿이너프는 미국의 석유 의존성을 종식시키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그는 수년 뒤 영국 옥스퍼드대학으로 옮긴 뒤에도 손전등이나 장난감에 들어가는 원통형 건전지보다 더 나은 휴대용 배터리를 개발하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았다.

그가 옥스퍼드대학에 있는 동안 영국 과학자가 리튬 이온을 이용하면 성능이 뛰어난 배터리를 만들 수도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하지만 이상하게 그가 만든 배터리는 자꾸 폭발했다. 이에 굿이너프는 1980년 코발트 산화물 음극으로 리튬 배터리를 만들면 성능과 안전성을 개선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모든 크기의 전자기기를 작동시킬 수 있는 첫 번째 리튬 이온 음극이었다. 시장에 나온 어떤 배터리보다 뛰어났다”고 배터리 역사를 기술한 책 ‘더 파워하우스(The Powerhouse)’에서 저자 스티브 르빈은 적었다.

1980년대만 해도 소니는 지금의 애플과 같은 기업이었다. 1979년 워크맨, 1982년 최초의 CD 플레이어, 1989년 핸디캠 캠코더 등 연이은 혁신을 선보이며 승승장구하던 소니는 1991년 굿이너프의 배터리 기술 상용화에 나섰다. 그리고 사상 처음으로 충전 가능한 배터리를 선보이며 휴대기기의 충전 문제를 해결했다. 이후, 글로벌 전자업계에서는 리튬 이온 배터리와 이를 이용한 제품의 개발 열풍이 불었다.

리튬 이온이 전 세계를 휩쓸 때 굿이너프는 옥스퍼드대학을 떠나 텍사스 오스틴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전 세계를 뒤덮은 자신의 기술에 대해서는 한 푼도 받지 못했다. “옥스퍼드대학은 굿이너프의 음극 기술에 대한 특허 출원을 거절했다. 지적재산권 보유를 통한 이득을 알지 못한 것”이라고 르빈은 책에 썼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굿이너프는 자신이 이끌던 UT 랩에서 훔친 기술로 전기차를 개발 중이던 중국회사 BYD가 워런 버핏에게 2억3000만 달러를 받고 지분 10%를 매각했을 때도 돈 한 푼 받지 못했다. 미국 기업 A123 시스템이 그의 기술을 바탕으로 배터리를 만들어 2009년 IPO로 5억8700만 달러를 벌었을 때도 그의 몫은 없었다. 세상을 바꾼 기술을 개발한 발명가는 벌써 몇 번은 억만장자가 되고도 남았지만 그러지 못했다.

그래도 기분이 나아질진 모르겠지만 A123은 2012년 파산 신청을 했다. BYD의 경우 중국의 테슬라로 불리긴 하지만 그런 멋진 디자인 감각은 눈 씻고 찾아봐도 없다.

실리콘밸리를 비롯한 기술산업에서는 원로 발명가와 기업가에 대한 존경심이 바닥을 친다. 캘리포니아 공정 고용주택부 자료에 따르면 실리콘밸리 150대 기술기업은 2008년부터 2015년까지 연령 차별로 무려 226번이나 고소를 당했다. 벤처투자자 비노드 코슬라는 “45세가 넘으면 새로운 아이디어 차원에서 그냥 죽었다고 보면 된다”고까지 말했다. 그의 나이는 62세다.

그러나 이런 노인 차별적 시각이 틀렸음을 보여주는 많은 증거가 있다. 성공한 기업가 중에서는 50세 이상이 25세 이하보다 2배 더 많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2011년에는 물리학자들이 48세가량에 생애 가장 위대한 발견을 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아무도 안 본 게 확실하긴 하지만 맥도널드 창업자의 실화를 담은 영화 ‘파운더’(국내 개봉 4월 20일)를 보면 맥도널드를 성공시켰을 당시 레이 크록은 50대였다.

굿이너프가 걸어온 길을 알게 되면 이런 차별적 시각이 줄어들 것이다. 그의 연구는 기술산업에 있는 어떤 창업가보다 큰 영향을 남겼고 아흔 살 먹은 노인네 머리에서도 엄청난 가치가 나올 수 있음을 보여준다. 영리한 기술 기업이라면 이런 광고를 내도 좋을 것 같다. “위대한 발명가 모집. 경력 최소 70년 이상.”

– 케빈 메이니 뉴스위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