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이라는 이유로 많은 역할 놓쳤다”

2017년 4월 17일 2017.04.17 [1269]

영국 배우들, 국내에서 인기 높은 역사극엔 출연할 기회 거의 없어 역할 많은 할리우드로 원정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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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배우 존 보예가는 할리우드 영화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에서 핀 역할로 평단의 찬사를 받았다.

영국 배우 탠디 뉴튼(44)이 영국에서 “일을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영국에서 인기가 높은 역사 드라마에서는 흑인과 소수민족 배우가 맡을 역할이 매우 드물기 때문이다. 런던 태생으로 3자녀의 어머니이도 한 그녀는 ‘다운튼 애비’ ‘빅토리아’ 등 시대극의 인기는 “유색인종 배우가 캐스팅될 확률을 낮춘다”고 말했다.

뉴튼은 “난 영국에서 사는 게 좋지만 이곳에서는 일을 할 수 없다”고 선데이 타임스에 말했다. “나 같은 흑인 여배우는 ‘다운튼 애비’나 ‘빅토리아’ ‘콜 더 미드와이프’ 같은 시대극에 출연할 수 없다. 하려면 할 수도 있겠지만 인종 학대를 받는 역할을 연기하고 싶진 않다.”

“영국인이 왕가나 과거 역사에 관한 드라마를 좋아하는 건 이해할 만하지만 그 때문에 유색인종이 캐스팅될 기회는 매우 적다”고 그녀는 설명했다. “그런 드라마는 사람들의 사랑을 받지만 캐스팅에 다양성이 전혀 없다. 실망스러런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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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션 임파서블 2’에 출연한 탠디 뉴튼은 최근 HBO 드라마 시리즈 ‘웨스트월드’에 출연했다.

뉴튼은 ‘미션 임파서블 2’(2000)와 ‘크래쉬’(2004) 등 할리우드 영화에 출연해 주목 받았고 최근엔 HBO의 공상과학 드라마 시리즈 ‘웨스트월드’에서 로봇 매춘업소 마담 매브로 나왔다. “난 배우로서 재능이 있지만 인종차별과 성차별에 맞서 싸워야 했다”고 그녀는 말했다. “하지만 한편으론 그런 어려움을 극복하고 살아남았다는 사실이 기쁘다.”

영화 ‘스푹스’에 출연했던 데이비드 오옐로워는 2015년 “영국 흑인배우들이 국내 드라마에서 맡을 만한 역할이 부족해 미국으로 대거 진출하게 됐다”고 말했다. “영국에서 흑인이 살기 시작한 지 수백 년이 지났지만 시대극에 흑인이 나오는 일은 거의 없다. 꼭 그래야 할 이유가 없는데 실망스럽다.”

하지만 할리우드 스타 새뮤얼 L. 잭슨(‘펄프 픽션’)은 영국 배우들의 미국 진출을 비난했다. 잭슨은 대니얼 칼루야(영국 드라마 ‘스킨스’)가 인종차별을 소재로 한 미국 호러 영화 ‘겟 아웃’에 캐스팅됐을 때 영국 흑인 배우들이 미국인 역할을 맡는 경우가 갈수록 늘어난다고 비난했다.

“할리우드 영화에 많은 영국 흑인 배우가 출연한다”고 그는 말했다. “그 영화(‘겟 아웃’)에 실제로 미국에서 자란 미국인 배우가 출연했다면 어땠을지 궁금하다. 세상에는 보편적인 것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것도 있다. 미국에도 일자리가 필요한 배우들이 많다.”

잭슨의 발언에 존 보예가(24,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 등 영국 배우들이 반발했다. 보예가는 트위터 메시지에서 ‘(잭슨의 발언은) 불필요할 뿐 아니라 분열을 조장한다’고 비난했다.

보예가는 최근 미국으로 진출해 성공한 영국 흑인 배우 중 한 명이다. 그는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에서 핀 역할로 평단의 찬사를 받았다. 오옐로워는 ‘셀마’에서 마틴 루터 킹 2세를 연기했고 치웨텔 에지오포는 ‘노예 12년’의 주인공을 맡았다. 또 이드리스 엘바는 HBO 드라마 시리즈 ‘더 와이어’로 명성을 얻은 뒤 미국 흑인 캐릭터를 여러 차례 연기했다. 영화 ‘007’ 시리즈 ‘스카이폴’과 ‘스펙터’에 출연해 주목 받은 나오미 해리스는 ‘문라이트’의 심금을 울리는 연기로 아카데미상 후보에 올랐다.

칼루야는 잭슨의 발언에 이렇게 맞섰다. “난 전 세계 모든 흑인 형제·자매들을 사랑한다. 그게 내 입장이다. 난 그동안 흑인이라는 이유로 많은 역할을 놓쳤다. ‘겟 아웃’에서 내가 맡은 역은 내 생애 최초의 주인공 역할이다. 내겐 절호의 기회다. 난 내가 맡은 일을 완수하고 영국으로 돌아갈 것이다.”

영국 영화협회(BFI)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2006년 이후 제작된 영국 영화 중 흑인 배우가 등장하지 않는 작품이 59%에 달했다.

– 프리야 조시 아이비타임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