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물 약탈 방지하는 똑똑한 액체

범죄과학수사에 사용되는 스마트워터 용액 이용해 IS의 시리아 유물 도굴과 밀매 근절에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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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워터 용액을 유물 표면에 발라두면 밀반출됐을 경우 원래 유물이 있던 곳이 어디인지 추적할 수 있다.

지난 1월 터키에 있는 시리아 고고학자 팀 앞으로 상자 하나가 배달됐다. 그 안엔 여러 개의 작은 병과 붓, 분무기와 자외선 램프가 들어 있었다. 사설탐정소에서나 쓰일 법한 물건들이었다. 이 고고학자들은 병 안에 든 원위치 추적용 액체(traceable liquid)가 시리아 유물의 약탈을 방지하고 유물이 사라질 경우 당국이 그것을 추적하는 데 도움을 주기를 바란다[약탈한 유물을 처분한 돈은 급진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주요 수입원으로 알려졌다]. 한 달 뒤 고고학자들은 이 상자를 시리아로 밀반입해 마아라트에 있는 박물관으로 가져갔다. 그리고 붓에 그 액체를 묻혀 귀중한 유물인 모자이크 작품 위에 발랐다.

세계 각지의 문화유산 전문가들과 정부 관리들은 오랫동안 IS가 점령 지역에서 유물의 약탈과 밀매로 수익을 올린다고 경고해 왔다. IS는 이라크 모술과 시리아 팔미라 등지에서 유적과 유물을 파괴했으며 그 외 지역에서도 약탈을 자행했다. 유물의 약탈과 밀매로 얻은 수익은 IS의 공격 자금으로 쓰인다고 보도됐다.

시리아 고고학자들은 원위치 추적용 액체가 이런 약탈 행위를 근절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이 기술은 약 20년 전에 개발됐다”고 스마트워터(SmartWater) 재단(범죄과학 추적용 액체를 생산하는 회사의 비영리 재단)의 수석 고문인 문화유산 전문가 콜레트 롤이 말했다(이 재단과 회사는 코카콜라가 소유한 동명의 브랜드와는 무관하다).

하지만 도자기와 돌 등의 재료에 사용할 새로운 용액의 제조법은 스마트워터에서 개발한 뒤 미국 오하이오 주의 쇼니주립대학과 영국의 레딩대학에서 시험을 거쳤다고 롤은 말했다. 맑고 냄새가 없는 스마트워터 용액은 중동과 북아프리카의 더운 날씨에도 잘 견디며 오랫동안 변질되지 않는다. 이 용액은 자외선 램프로 비춰야만 육안으로 볼 수 있다.

“이 용액을 바른 유물이 발견될 경우 거기서 극소량의 표본을 채취해 범죄과학 수사실로 보낸다”고 롤은 말했다. “그 다음엔 수사실에서 그 표본으로부터 데이터를 추출해 그 유물이 어느 박물관에서 왔는지 추적할 수 있다.”

이 운동을 감독하는 쇼니주립대학의 고고학자 아므르알 아즘은 “약탈돼 팔린 유물 대다수는 그 출처를 밝히기가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이 원위치 추적용 액체는 그 문제를 해결한다. 각 용액에는 고유의 범죄과학 암호가 들어 있어 경찰이 유물을 발견했을 때 데이터베이스의 정보와 맞춰 볼 수 있다. “각 병의 용액을 일단의 유물에 사용할 때마다 거기에 특유의 사인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알 아즘은 말했다.

IS 점령 지역의 유물 약탈과 밀매에 관한 우려는 갈수록 커져 왔다. 2015년 5월 미 연방수사국(FBI)이 IS 지도자의 집을 급습해 유물과 판매 영수증, 발굴 허가증을 찾아낸 뒤 이 문제에 관한 경고를 발령했다.

CBS 뉴스와 이탈리아 일간지 라 스탐파의 기자들이 약탈 유물에 관심 있는 구매자로 위장해 조사를 진행했다. 2014년 유네스코 관리는 도난당한 유물이 거래되는 지하 시장의 규모를 70억 달러로 추정했다. 지난해 4월 주 유엔 러시아 대사는 IS가 유물 밀매로 연간 1억5000만~2억 달러를 벌어들인다고 전했다. 미국 정부는 IS의 유물 약탈 및 밀매 근절에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는 사람에게 500만 달러의 보상금을 걸었다. 하지만 일부 분석가들은 IS가 실제로 이 방식으로 상당한 돈을 벌어들이는지 또 약탈된 유물이 서방의 주요 갤러리와 박물관으로 흘러들어가는지에 대해 갈수록 회의를 품는다.

영국 런던 킹스 칼리지의 국제 과격화 연구소(ICSR)는 지난 2월 ‘유물 판매는 IS의 주 수입원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IS는 유물 거래보다 발굴 허가증 판매와 통과비 부과로 돈을 번다. 그 규모를 정확히 말하기는 어렵지만 대다수 자료에 따르면 이런 활동을 통해 벌어들이는 돈이 IS의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높지 않다. 게다가 점령 지역이 줄어 유적지 접근이 어려워지면서 그 액수는 더 감소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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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워터 용액을 이용한 약탈 방지 운동에 앞장서는 사람들은 “과거의 보존이 시리아의 미래를 지키는 일”이라고 말한다.

지난해 3월 문화유산보호를 위한 변호사회 회의에서 케이트 피츠 기번 변호사는 “우리는 이 문제에 대한 과장을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IS가 약탈한 유물들은 가치가 별로 없는 하찮은 것들이어서 박물관이나 수집가들의 흥미를 끌지 못한다”고 기번 변호사는 설명했다. 그녀는 그 물건들은 관광객에게나 팔리는 ‘쓰레기’라고 덧붙였다.

미국 볼티모어에 있는 월터스 미술관 관장을 지낸 게리 비캔도 같은 입장이다. 그는 2015년 11월 파리 테러 공격의 비용이 1만 달러였다는 보도를 인용해 이렇게 말했다. “테러 공격 한 번에 1만 달러가 든다면 도자기나 발굴해서 비용을 대긴 어렵다”고 그는 말했다. 비캔은 또 대형 박물관들은 이 지역에서 발굴됐다고 보도된 굵직한 유물들은 사들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렇다고 약탈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말은 아니다. 2015년 ‘근동 고고학(Near Eastern Archaeology)’ 학회지에 실린 연구는 위성 이미지를 이용한 조사를 바탕으로 시리아 내전이 시작된 이후 이 나라의 주요 유적 1만5000곳 중 3000여 곳이 약탈당했다고 추정했다. ‘이는 유물 약탈 행위의 전례 없는 증가 추세를 나타내며 시리아의 고고학적 유산에 대한 심각한 위협을 의미한다’고 이 연구는 밝혔다. “유물 약탈 행위가 일어난다는 점에는 추호의 의심도 없다”고 비캔은 말했다. “내가 묻고 싶은 것은 그들이 어떤 유물을 도굴했으며 그것들이 지금 어디 있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스마트워터 용액을 이용한 약탈 방지 운동에 앞장서는 사람들은 IS가 이 유물들로부터 큰 소득을 올리지 못한다는 보도가 사실이라고 해도 기존 입장에 변함이 없다. “어쨌든 유물들이 약탈당하고 사라져가는 건 분명하다”고 롤은 말했다.

알 아즘도 이 말에 동의한다. “시장에서 그 유물들이 나타났고 실제로 판매되는 것도 목격했다”고 그는 말했다. 그는 IS가 소위 ‘귀중한 자원 관리 부서(Department of Precious Resources)’를 설치해 유물을 포함해 땅속에서 발견되는 자원을 감독한다는 사실과 앞서 언급한 위성 영상을 증거로 들었다. “돈벌이가 되지 않는다면 그들이 그 정도의 에너지와 시간, 노력을 투자하지는 않을 것이다.”

IS가 약탈한 유물로 얻는 수익이 얼마나 되는지와는 상관없이 시리아 역사의 보존은 내전 종식 후 이 나라의 생존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알 아즘은 말했다. “전쟁이 끝나면 이 공통의 역사가 시리아인을 이어주는 다리가 돼 다시 소통할 수 있게 해줄 것이다. 과거의 보존은 시리아의 미래를 지키는 일이다.”

– 맥스 커트너 뉴스위크 기자